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정말 중요한 것은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을지 몰라”
“정말 중요한 것은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을지 몰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10.10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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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시민강좌 - 제주시 원도심, 영화로 말 걸다 제3~4강

영화 '리스본 스토리'로 보는 원도심 이야기
“당신의 도시는 사실, 오감으로 가득 차 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우리는 현실 속의 공간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을 살다 보면, 잊고 사는 것들이 있는데요. 현실의 공간에서 잊혀진 것들,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 너무 익숙하기에 나도 모르게 외면하고 있는 사회적 모순과 병폐. 이런 것들입니다.” / 제주대 김태일 교수

<미디어제주>가 주관하고,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주최하는 ‘2020 제주시 원도심 시민강좌 – 제주시 원도심, 영화로 말 걸다’ 3~4회차 시간. 강연자로 나선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의 여는 말이다.

김태일 교수는 우리가 잊고 살지만,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를 기억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기억해낼 아주 좋은 수단으로 ‘영화’를 꼽았다.

“영화는 현실적인 공간을 필요에 따라 과장되게 재현하기도 하지만요. 오히려 영화 속 과장되게 재현된 공간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고,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해보죠” / 김태일 교수

‘2020 제주시 원도심 시민강좌 – 제주시 원도심, 영화로 말 걸다’. 영화를 통해 세계의 원도심을 살펴보고, 제주 원도심 도시재생의 길을 모색해보는 시간이다.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

10월 10일 토요일, 오후 2시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제주사랑방에서 열린 이날의 자리에는 7명의 시민이 모여 앉았다.

다만, 올해의 행사는 작년과 달리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부득이 축소해 진행한다. 물론,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지침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

이처럼 대면 행사가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원도심에 관심을 갖고 자리에 참석한 7명의 시민들. 이들은 이날 영화 ‘리스본 스토리’를 함께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2020 제주시 원도심 시민강좌 – 제주시 원도심, 영화로 말 걸다’ 행사 모습.

“리스본 스토리는 단순하면서도,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무성과 유성, 흑백처리와 영상처리, 과거와 현재 이야기, 근대적인 마을 풍경과 현대적인 도시의 풍경, 늙은이의 삶과 젊은이의 삶. 이 모든 것들이 갖는 가치와 의미를 담아낸 영화죠.” / 김태일 교수

김 교수의 말에 따르면, ‘리스본 스토리’는 꽤나 철학적인 영화다. 사람에 따라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다소 난해한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 영화를 ‘도시의 오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이 풍기는 오감. 특히 리스본이 가진 소리에 집중해 들어본다면, 영화의 주제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면서.

‘2020 제주시 원도심 시민강좌 – 제주시 원도심, 영화로 말 걸다’ 행사 모습.

“도시에는 시각적 요소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영화 ‘리스본 스토리’에서 제가 꼽은 명장면이 있는데요. 먼저 잠깐 함께 보실까요.” / 김태일 교수

스크린에는 한 어린아이와 중년 남성이 등장한다. 둘은 도시를 등지고 앉아 도시의 소리를 듣는다. 교회의 종 소리, 바람이 불며 나뭇가지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 전차 소리, 뱃고동 소리. ‘리스본’이라는 도시가 품은 소리들이 저마다의 음을 갖고 풍경을 메우고 있다.

“도시는 저마다의 오감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이 오감을 모두 느끼지 못하는 듯합니다. 대부분이 시각, 눈으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만 인지하고 있죠. 도시가 품은 소리, 향기, 온도에는 둔감한 것 같아요. 애써 느끼려 하지 않죠.” /김태일 교수

김태일 교수.

김 교수는 현실을 사는 우리가 잊고 살던 중요한 가치. 영화 ‘리스본 스토리’를 통해 기억해야 할 중요한 메시지 하나를 전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곳, 이 제주의 ‘오감’을 느끼고 기억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는 눈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보이지 않는 소리.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듣고, 느끼고, 그릴 줄 알아야 합니다. 제주의 도시에 살아 숨쉬는 다양한 사람들의 소리를 느끼고, 또한 다양한 삶의 공간을 도시 속에 담아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영화 ‘리스본 스토리’ 속 명장면이 제주에서 재현된다면, 우리 모두 제주에 깃든 오감을 느끼는 삶을 산다면 어떨까. 아마 우리는 이 제주를 더 사랑하게 될 테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를 찾아내고, 보전하고, 기억하려 노력해야 하겠죠.” / 김태일 교수

영화 '리스본 스토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일회용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

일회용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에 불과하다. 보전할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이처럼 보전할 가치가 없는 일회용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도시는 어쩌면 중요한 가치를 계속해 잃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제주시 원도심을 포함해서 말이다.

한편, 오는 10월 17일 토요일에는 영화 ‘계춘할망’을 해 보는 원도심 이야기가 이어진다. 강연자로는 이번 회차와 마찬가지로 제주대 김태일 교수가 나선다.

참여를 원하는 이는 강의 시작 하루 전날까지 <미디어제주>로 전화(064-725-3456)하면 된다. 수강료는 무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선착순 10명까지 지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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