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었던 당신의 이야기’ … 김 할머니 미공개 작품도 전시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4.3 당시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언니 등 가족이 숨지고 오빠와 조카마저 행방불명된 아픔을 갖고 있는 김인근 할머니(85).
김 할머니의 어머니는 당시 일곱 발의 총상으로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세상을 떠나 김 할머니는 여전히 4.3의 트라우마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이 오는 12일부터 11월 24일까지 4.3평화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4.3 생존자의 삶과 치유’ 프롤로그展 ‘어디에도 없었던 당신의 이야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4.3을 개인의 삶이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집중 조명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준비한 ‘4.3 생존자의 삶과 치유’ 시리즈의 첫 번째 전시다.
전시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던, 그렇기에 어디에도 없었던 4.3의 비극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김 할머니는 어머니가 작고하신 이후 2009년 김유경 미술심리치료학 박사를 만나 본인이 겪은 4.3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야기한 내용을 기록한 『제주 4.3 생존자의 트라우마 그리고 미술치료』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출판 당시 공개하지 않았던 김 할머니의 그림과 이후 작업한 그림 29점, 편지 10장의 원본이 공개된다. 더불어 전시를 위해 추가로 작업한 어머니와 소녀상 3점이 함께 전시된다.
4‧3이후 오랫동안 4‧3을 언급할 수 없었던 시절 내내 말하고 싶었던 사연과 감정이 오롯이 남아있는 기록들이다.
이 밖에도 4·3트라우마센터를 소개하는 ‘트라우마센터의 방’, 그리고 4·3을 겪으신 분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참여형 전시 ‘편지의 방’이 구성돼 있다. 편지의 방에 남겨진 편지들은 감수를 통해 도록에 실릴 예정이다.
전시 개막식은 오는 13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제한된 주요 내빈들만 참석할 예정이다.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연속기획은 4·3생존자 개인의 삶과 치유의 과정을 통해 4·3을 재조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인근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4·3의 상처를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4‧3평화재단은 코로나19로 인해 4‧3평화기념관을 방문하지 못하는 관람객들을 위해 홈페이지에서 전시 VR관람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