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동안 가슴에 품은 한 오늘 반은 풀렸다”
“70여년 동안 가슴에 품은 한 오늘 반은 풀렸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10.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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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수형생존인 일반재판 재심 결정 첫 사례 김두황 할아버지
“내가 안 했다고 해도 장작으로 패…경찰이 총구 목에 대기도”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8일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1948년과 1949년 군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수형 생활을 한 수형생존인 7명(2명 사망 포함)과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1948년 일반재판을 받고 수형 생활을 수형생존인 1명의 재심 청구에 대한 심리를 열고 이들의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일반재판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인 이번이 첫 사례다.

1948년 11월 일반재판을 받고 10개월간 수형생활을 겪은 김두황(92) 할아버지는 이날 법원의 재심 결정에 매우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김 할아버지는 재심 결정 후 법원 밖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70년 동안 마음에 품었던 한이 오늘 반은 풀린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8일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재심 개시 결정을 받은 김두황 할아버지가 기자들에게 심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8일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재심 개시 결정을 받은 김두황 할아버지가 기자들에게 심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재심 청구에 포함된 자료에 따르면 김 할아버지는 성산면(현 서귀포시 성산읍)에 살다 1948년 11월 중순께 집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문을 받고 심지어 총을 겨누며 허위진술을 강요당했다.

이후 열린 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판사가 묻지도 않아 자신의 입장을 말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2개월 감형돼 10개월 동안 목포형무소에 수감됐다 출소했다. 재심 개시를 결정한 재판부도 이날 김 할아버지 사건에 대해 "당시 법이 정한 최대 구금 일수가 40일인데 기간을 따져보면 이를 초과했다. 불법 구금임을 알 수 있따"고 지적했다.

김 할아버지는 심경을 묻는 말에 "(나에게 씌운 죄를) 아주 벗겨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장이 하는 말을 전부 듣지는 못했지만 죄를 없애준다고 하니 기분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경찰들이 내가 안 했다고 해도 재판을 받게 했다. 장작으로 팼다"고 토로했다. 또 "내가 한 게 없는데다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데 어느 경찰이 총을 가지고와 목에 총구를 댔다. 내가 죽는 줄만 알았는데 방아쇠를 안 당기고 감방 안으로 들여보냈다"고 공포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김 할아버지는 '경찰 영웅'으로 선정된 문형순 당시 서귀포경찰서장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김 할아버지는 "계엄사령부에서 (우리를) 사살하라고 했는데 문형순 서장이 그 공문을 보고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내 목숨이 살았다. 문 서장님 감사하다"고 했다.

한편 김 할아버지 외 4.3 일반재판으로 수형생활을 하고 제주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수형생존인은 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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