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고마워요. 다음엔 지붕 페인트도 칠해줘요”
“너무 고마워요. 다음엔 지붕 페인트도 칠해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9.22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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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와 도시재생] <1>

제주시 문화도시 사업, 올해 2년째 질주
수눌엉멩글엉, 조천리 대상 도시재생 추진
제주시 문화도시사업 '랩파이' 가운데 한 팀인 수눌엉멩글엉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천북2길 23번지. 미디어제주
제주시 문화도시사업 '랩파이' 가운데 한 팀인 수눌엉멩글엉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천북2길 23번지.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시가 지난해부터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공공 기획자를 길러냈다.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들이 나왔고, 그들이 만든 결과물은 도시재생이나 환경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제주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성과를 거둔 팀을 대상으로 ‘랩파이’를 구성했다. ‘랩파이’는 실험실(랩)과 무선데이터 전송시스템(와이파이)이라는 단어를 합쳐서 만든 단어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기획자들이 서로 연결하며 사업의 완성도를 끌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새로운 도시재생을 실험하고 있는 수눌엉멩글엉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수눌엉멩글엉은 지난해 제주시 조천읍 조천북1길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 골목길에 변화를 줬다. 조천읍은 조선후기부터 상업이 활발해지면서 부각된 마을로, 항일운동의 거점지역이기도 했다. 그러나 21세기에 와서는 쇠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눌엉멩글엉은 이 지역에 사는 이들의 삶을 개선하자는 목표를 내걸고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는 조천읍과 호흡을 하며, 조천북1길에 사는 이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올해는 조천리와 연계를 하고, 조천읍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빛을 선사하는 은빛마을노인복지센터와도 이야기를 나누며 사업할 곳을 선정했다.

이들의 사업은 단순하지만 아픈 곳을 긁어준다. 집안 곳곳의 불편함을 찾아서 직접 고쳐주는 작업을 수눌엉멩글엉이 추진하고 있다. 그들의 내거는 건 거대한 도시재생의 이미지가 아니다. 일반적인 도시재생은 거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해당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는 큰 변화가 없다. 수눌엉멩글엉은 이런 도시재생의 문제를 깨닫고, 불편한 점을 고쳐나간다.

올해 사업 대상의 한 곳인 조천북2길 23번지. 이 집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강현수 할아버지는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왔다. 그러다 은빛마을노인복지센터의 추천으로 수눌엉멩글엉 사업의 혜택을 받게 된 것.

할아버지는 제주가 고향은 아니지만 제주가 마냥 좋아서 안착을 했다. 안덕면 지역의 농장에서 일을 하러 왔다가 제주가 좋아서 눌러앉았다. 조천에 들어온 건 20년 전이며, 10년 전부터 지금 사는 집에 들어왔다.

“제주에 일을 하러 왔다가 부산에 돌아갔는데, 마무리를 할 게 있어서 다시 제주에 왔어요. 그때 제주에 정착을 하게 됐어요. 이 집에 10년 넘게 살다 보니 건물이 낡더군요.”

은빛마을노인복지센터는 지난해부터 강현수 할아버지를 찾아보고 필요한 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준다.

“은빛마을에서 1주일이면 2번 정도 와서 상담을 해줘요. 이야기도 나눠주고, 전화도 자주 줍니다. 코로나19가 닥치니까 마스크도 주곤 했어요.”

흙이 뚝뚝 떨어지던 처마. 미디어제주
흙이 뚝뚝 떨어지던 처마. ⓒ미디어제주
랩파이 사업의 수눌엉멩글엉 팀이 조천북2길 23번지 가구의 대문을 바꾸고, 흙이 떨어지던 처마도 전부 손을 봤다. 미디어제주
랩파이 사업의 수눌엉멩글엉 팀이 조천북2길 23번지 가구의 대문을 바꾸고, 흙이 떨어지던 처마도 전부 손을 봤다. ⓒ미디어제주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는 영화관에도 갈 수 있었으나, 이젠 그런 걸 하지 못해 아쉽다고 한다. 게다가 요즘은 건강도 나빠졌다. 검사 결과는 걱정할 게 아니라지만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런 와중에 수눌엉멩글엉과 연결이 됐다.

“대문은 닫히지도 않았어요. 처마에서 흙이 떨어지고 했지요. 이거저거 손봐주니 너무 고마워요. 태풍이 와도 걱정이 없네요.”

문간에 있던 대문은 무겁기도 하거니와, 닫히지도 않았다. 바람이 크게 불 때면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수눌엉멩글엉 팀이 와서 무겁고 낡은 대문을 바꿔주고, 처마 밑에도 정리를 해주니 한숨을 덜게 됐다. 그래도 못내 미안하다.

“노령연금과 수급비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여러분들이 와서 고생을 해주는데 커피 한잔도 주질 못했어요. 너무 미안해요.”

강현수 할아버지는 올해로 79세가 된다. 전에는 조천읍의 공공근로에 투입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일도 없다. 집 걱정을 던 게 위안이면 위안이다. 행정에 부탁할 건 없느냐고 물었더니, 지붕에 페인트 칠을 해주면 안되느냐는 소망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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