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땅만 내놓고 설계는 서울사람이 하고”
“제주도는 땅만 내놓고 설계는 서울사람이 하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8.14 11: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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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안중에 없는 기상레이더] <3>

기상청, 공항기상레이더 청사 신축설계 용역
제주지역 건축사 참여 못하고 ‘서울’만 가능
“제주에 대한, 도민에 대한 존중 보이지 않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바글거리는 도심이 아니라, 조용한 곳에서 살면서 여생을 즐기려는 이들이 있다. 알고 보면 제주도는 그런 곳이 많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좋은 공간을 찾을 수 있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더라도 장을 보거나, 병의원 이동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제주시 명도암마을도 그렇다.

하지만 난데없이 기상레이더가 바로 곁에 오면 어떻게 될까. “어서오십시오”라며 반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관련 기획기사를 쓰며 처음 만났던 문근자·명자 자매는 난데없이 벼락을 맞은 셈이다. 집을 짓고 살고 있는데, 바로 남쪽으로 기상청이 추진하는 ‘제주 공항기상레이더’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기상레이더를 반길 사람이 누가 있나. 전자파 유해를 떠나서라도 ‘레이더’라는 단어에 기죽기 마련이다. 기상레이더가 먼저 들어온 상태라면 다를지 몰라도, 엄연히 사람들이 주거하고 있는 지역에 기상레이더가 들어오는 걸 찬성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국가시설이라도.

앞선 기획을 통해 살펴봤듯이, 기상청은 환경조사 용역과 청사신축 설계용역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등 기상레이더 설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제주 공항기상레이더 청사 설계는 서울에 사무소가 있어야 가능하다. 미디어제주
제주 공항기상레이더 청사 설계는 서울에 사무소가 있어야 가능하다. ⓒ미디어제주

게다가 취재를 하면서 한 가지 더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기상청이 공항기상레이더 청사 신축사업 설계용역을 진행하면서 지역제한을 두었다는 점이다. 바로 그 지역은 ‘서울특별시’였다. 쉽게 설명하면 청사 신축에 참여 가능한 건축사사무소는 ‘서울특별시’에 사무소를 두고 있어야 한다.

제주 공항기상레이더 청사는 제주시 봉개동 699-1번지 3006㎡의 땅에 들어선다. 청사는 연면적 600㎡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서울로 지역제한을 했고, 입찰은 지난 6월 5일 끝났다. 제주도내 건축가들은 그렇게 당했다.

제주 공항기상레이더는 국가 소유 땅에 들어서겠지만 그 땅은 제주도에 있다. 주민들의 의견도 전혀 듣지 않은 상태에서 일사천리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문제인데, 건축 설계 역시 그들 마음대로 하고 있다.

국가가 땅을 가지고 있다면 마음대로 지역에서 건축행위를 해도 될까 싶다. 제주에 공항기상레이더를 세운다면 당연히 제주사람들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제주도내 건축가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왜 서울에 있는 건축사사무소만 이번 청사 신축에 참여 가능했을까. 솔직히 궁금해서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에 문의를 했더니, “확인해보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기상청이 추진하는 기상레이더 사업을 보니, 국가기관이 제주도를 대하는 태도를 읽게 만든다. 제주도에 대한 존중이나 제주도민에 대한 존중은 그리 보이지 않는다. 국가 땅이니, 레이더를 설치하면 그만이다는 반응으로 들린다.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제주도라는 땅에서 이뤄지는 건축행위를 제주도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기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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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연 2020-08-14 11:40:48
제주도민들을 같잖게 보기 때문에 그렇겠죠.
도민들도 스스로 자신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고요.
자유와 권리는 그냥 얻어지는게 아니에요.
스스로 쟁취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는데도 침묵하고 있으니 그들 마음대로 휘두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