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5:24 (금)
"제주의 원형을 소환해, 제주의 오늘을 지키자"
"제주의 원형을 소환해, 제주의 오늘을 지키자"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8.10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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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하게 듣고, 말하다4] 고씨주택 마당에서의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

순수한 목소리로 채워 부른 '너영나영' 등 제주 민요 7곡
"사라져가는 오늘날의 것 지키기 위해, 옛것을 소환하자"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오롯하게 듣고, 말하다' 기획은 제주 곳곳에서 진행되는 공연·전시 등의 문화 행사를 기자가 직접 보고, 체험한 내용으로 꾸며집니다.

이번 기사는 네 번째 체험으로, 제주시 탐라문화광장 인근의 '고씨주택(현 제주사랑방)'에서 열린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을 소개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을 찾기 힘든 현대 사회에서 옛것의 원형이 살아 숨 쉬는 곳. 탐라문화광장 산지천갤러리 옆에 위치한 ‘고씨주택’이다.

현재 ‘제주사랑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곳은 탐라문화광장이 생기며 없어질 뻔한 제주의 옛집이다.

고씨주택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현대식 공법이 일부 적용돼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옛것의 원형이 상당수 남아있어 소중한 제주의 자산이라 하겠다.

사실 고씨주택이 지금까지 생존해 온 배경에는 도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앞장서 ‘고씨주택 살리기'를 외쳐온 한 사람.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고영림 회장이다.

제주 원도심 지역에서 나고 자란, 고 회장은 제주의 원형, 옛것 살리기에 열정을 바치는 삶을 산다. 지난 8월 8일 막을 내린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 또한 그 열정의 일환이다.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은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가 주관하고, 제주특별자치도무형문화재 제16호 제주농요보존회가 주관한 행사다. 사실 ‘행사’라는 명칭보다 ‘놀이’ 혹은 ‘제창’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공연인데, 지난 7월 18일부터 8월 8일까지. 고씨주택 마당에서 매주 토요일 총 4회의 공연이 진행됐다.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이 열린 고씨주택 앞마당. 관객들이 손뼉을 치며 귀에 익은 노래를 함께 불렀다.

제주의 ‘일노래’는 제주의 ‘민요’다.

제주 옛사람들이 산과 들, 바다에서 불러온 제주 민요를 함께 부르며, 가만히 그 정취를 느껴보는 시간. 기자가 방문한 8월 8일 마지막 공연 시간에서는 총 7곡의 ‘일노래’가 선보여졌다.

먼저 ‘너영나영’. 제주 방언으로 ‘너랑나랑’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제주 전역에서 불리는 창민요로, 주로 관아를 중심으로 전승된 곡이다.

누구나 쉽게 불러온, 제주를 대표하는 민요답게 너영나영의 가사는 수백 개가 넘는단다. 그 내용도 각양각색인데, 사랑 이야기부터 인생무상의 푸념, 아름다운 자연풍광 등 제주 옛사람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녀 노 젓는 소리'를 노래하며, 노를 젓는 춤새를 보이고 있다.

공연이 열린 고씨주택의 앞마당. 누가 시키지 않아도 관객들은 손뼉을 치고, 너영나영을 제창한다. 슬며시 해가 기우는 하늘 속 구름이 공연에 정취를 더한다.

다음으로는 ‘해녀 노 젓는 소리’, ‘망건 짜는 소리’, ‘촐 비는 소리’, ‘마당질 소리’, ‘검질 매는 소리’, ‘밭 밟는 소리’가 차례로 이어졌다. 제주의 옛 소리를 원 없이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처럼 공연자와 관객이 하나 된 소중한 시간임에도, 아쉬움은 있었다. 제주 일노래가 실제 불려졌던 자연 배경 대신, 높이 솟은 아스팔트 건물이 공연장 배경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

음향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옛것의 원형을 전하는 데 주력한 공연이건만. 고씨주택 마당 뒤로 어김없이 현대 문물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어 서글픈 기분이다.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이 열린 고씨주택 앞마당의 돌담 뒤로, 콘크리트 건물의 모습이 보인다.

자, 이번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으로 제주의 원형을 우리 곁에 소환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갈 차례.

제주 민요가 좀더 대중적으로 알려질 수 있도록. 본격적인 ‘놀이’, 혹은 ‘제창’을 위한 공연이 열릴 수 있다면 어떨까. 그 형식이 꼭 공연일 필요는 없다. 어떤 축제가 될 수도, 플래시몹(flash mob) 같은 순간의 이벤트여도 좋다.

상상해보자. 언제 잃게 될 지 모를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기 위해. 남녀노소 함께 제주 민요로 제주의 기억을 소환하는 풍경. 좋지 아니한가.

'제주 일노래 상설공연'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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