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호소문] 마을은 누구의 것인가?
[호소문] 마을은 누구의 것인가?
  • 미디어제주
  • 승인 2020.07.13 11:22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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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는 바쁘다. 개발로 바쁘다. 쉴 새 없이 사람이 들어오고, 쉴 새 없이 공사 차량이 오간다. 그걸 매일 봐야 하는 우도 주민은 아프다고 한다. 우도라는 땅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우도 주민 이름으로 호소문이 들어왔다. 그 이야기를 <미디어제주> 지면에 담는다. 주민이 생각하는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호소문이다. [편집자 주]

섬마을 우도에 개발로 인한 갈등이 끝이 없습니다. 이미 놀이동산이 되어버린 섬은 하루종일 삼륜 오토바이와 관광버스만이 해안가를 빙빙 돌고 있으며, 도항선 배가 끊기는 밤이 되면 적막강산이 되어 마치 죽음의 도시가 된 듯합니다. 이로 인해 마을 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으나, 누구 하나 깊게 들여다보지 않은 채, 마을 공동체는 붕괴되고, 섬의 미래 또한 방치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한 마을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중전망대 사업이 공유수면 허가를 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로 인한 섬의 자연환경 변화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지금 이 시각에도, 지역 유지들은 케이블카, 모노레일, 풍력발전시설, 해저터널 등 마을의 풍경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 놓을 개발 사업 논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추진했던 짚라인 사업은 실패하여, 덩그러니 두 개의 쇳덩어리 철탑만 남겨져 있는 실정인데, 우도봉 아래 톨칸이 옆 대규모 리조트는 굉음을 울리며 공사가 시작되었고, 이 또한 해당 마을의 비호 아래 진행되고 있으니, 하나의 섬 우도에서 여기저기 일어나고 있는 이 개발의 난장을 어찌해야 할까요?

우도는 개발 당하는 땅이다. 우도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이 멀리 보인다. 미디어제주
우도는 개발 당하는 땅이다. 우도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이 멀리 보인다. ⓒ미디어제주

심각한 문제는 하나의 섬 우도가 4개 리 12개 동별로 개발 논의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섬 우도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전체 공론화 과정 없이 몇몇 사람들의 주도하에 개별 이기주의가 발동하여 모두를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평화롭던 마을이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불과 십여 년 전의 일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섬 우도가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을의 몇몇 사람들이 큰 배를 만들어 도항선을 띄워 돈벌이에 나섭니다. 그러면서 항구가 있는 두 개의 마을에만 마을 발전 기금을 주게 됩니다. 언뜻 보아 지리적으로 타당해 보이는 이 조치가 연평리 한마음이었던 섬마을을 분열시키는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이후, 도항선에 주식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나, 두 항구 이외의 마을 사람들은 마을별 개발 사업을 부추기는 사업자들에 의해 휩쓸리게 된 것입니다.

돈벌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업은 섬 전체의 미래에 해를 끼치지 않는지를 우선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미래의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에 죄를 짓는 일이거나, 공익에 반하는 잘못된 사업은 멈추어야 합니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고립되어 있던 섬마을이 농어업에서 관광으로 산업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 기존 공동체의 가치와 주민들의 삶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순박한 주민들은 경험이 부족하여, 이를 노리는 자본가들의 선동에 취약한 점이 있음을 인식하고, 자본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본래의 순수성이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오래된 공동체는 유지되어야 하고, 마을의 토대가 되는 자연환경은 지켜져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여 섬마을 공동의 미래를 위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이를 주도할 마을의 어른은 어디에 계십니까? 청년들은 누구의 뒤를 따라야 합니까?

마을의 자연은 누구의 것입니까? 바닷속 불길이 치솟아 섬이 만들어진지 수십만년에 비해 겨우 이백여 년도 되지 않는 사람의 역사를 내세워 섬의 주인 행세를 할 수는 없습니다. 우도는 당신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니며, 우리 모두의 것도 아닙니다. 우도는 자연 스스로의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섬마을 우도의 미래를 위해 호소합니다. 우도의 자연은 현세대와 미래의 후손들을 위한 소중한 자산입니다. 부디 이제부터라도 섬의 원형을 파괴하는 개발 논의를 중단하고, 자연을 지키는 일에 동참해 주십시오!

- 해중전망대 사업 추진을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 케이블카, 모노레일, 해저터널 등 우도 자연경관을 해칠 난개발 사업논의를 중단해 주시고, ‘우도면 종합발전계획’에서 제외해 주시기 바랍니다.

- 마을의 바탕인 자연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섬마을의 미래에 대한 토의를 시작하고, 모두 함께 이 논의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7월 우도 주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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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완 2020-07-14 11:25:08
기사가 정말 구구절절합니다. 우도를 사랑하는 주민의 마음이 잘 보입니다. 저는 외지인이지만 우도를 매년 방문하며 그동안 변해가는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좋은방향이 아니고. 망가져가는 변화였습니다. 우도에 사람들이 왜 찾는지도 모르는 무식한개발업자들. 돈벌이를 위한 개개인 업자들의 농간에 순진한 주민들이 속아넘어가는것을 보았습니다. 이제 우도는 자연이 죽어가고있습니다. 그래서 가고싶지않게 되어갑니다. 그래도 너무 아름다웠던 섬이라서 이대로 버려두기는 아깝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요청도 해볼참입니다. 우도는 개발업자의 것이 아닙니다.

제발. 우도를 그대로 놔 두세요........!!!

무늬만 오징어 2020-07-14 14:48:19
우리 다같이 동참합시다. 자연을 보호합시다.
이제부터 뗏목을 타고, 호롱불로 불 밝히고, 자동차매연 나오니 걸어다니고, 빨래를 하면
물이 오염되니. 나뭇잎으로 가리고, 우도에 모습을 되찾고, 다시 시작합시다. 일단 관광객들 받지말고,
식당 다 문닫고, 외부와 단절 되서 우리끼리 살아봅시다.
그래서 우리 뒷세대들이 이 전통을 이어받게 해줍시다.

홍소 2020-07-14 11:58:19
이유나 근거가 있는 댓글이면 좋겠습니다. 혹시 호소문과 다른의견인 건 아닌지요?
호소문에서 안타까움을 표현한 바와 같이 우도의 미래에 대한 공론의 장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도의 다음 세대를위한 지혜로운 의견이 모아지길 바랍니다.

무늬만 오징어 2020-07-14 15:00:27
자기들만에 생각이 우도를 대표한다 생각하지말고, 정말 당당하다면, 위에서 말한곳에 가서 호소하는게
나을듯한데, 도항선 대표님들 만나서..당당하게 이야기 하고..돌칸이 사업주한테가서 당당히 이야기하고,
해중전망대 대표 한테 가서 당당히 얘기하고,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와야지, 이런방법,저런방법 동원해서
언론 플레이, 이슈화 , 우도는 어떤한 모습이여도 우도입니다.

무늬만 오징어 2020-07-14 14:54:22
위하는 척 , 생각하는 척 , 배운 척 , 힘있는 척, 불쌍한 척,아닌 척, 잘난 척 그늠에 척척척.
그럼 그동안 그 혜택을 누리고 살다가, 이제와서 자기들만이 우도를 사랑하고 후세대를 위한다는
생각. 자 그럼 우리 자식들 위해서, 학교 졸업하면 다 불러 드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