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40년 만 할아버지 할머니로 만난 남매 “오빠가 미안했다”
40년 만 할아버지 할머니로 만난 남매 “오빠가 미안했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07.10 11: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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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여동생 결혼자금 빌려 못 갚고 연락 끊겨
제주서 자수성가…경찰 도움 받아 지난 8일 만남 성사
“말할 수 없이 기쁘고 남은 시간 서로 기대며 살아갈 것”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수십 년 전 여동생 부부의 돈을 들고 ‘야반도주’했던 오빠가 칠순의 나이가 돼서야 동생을 만나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10일 제주 서귀포경찰서 성산파출소(소장 강상훈)에 따르면 지난 8일 성산읍에 거주하는 구성회(73)씨와 여동생 구옥자(66)씨가 감사인사차 파출소를 방문했다. 오빠 구씨가 헤어진 가족을 찾고 싶다고 파출소에 민원을 접수해 40년만에 여동생을 만났기 때문이다.

40년 만에 만난 오빠 구성회(73)씨와 여동생 구옥자(66)씨. [성산파출소]
40년 만에 만난 오빠 구성회(73)씨와 여동생 구옥자(66)씨. [성산파출소]

구씨는 경기도 이천이 고향으로 군 전역 후 1980년대 초 여동생으로부터 사업자금을 조금씩 빌리다 갚지 못하자 다른 지역으로 도망치듯 떠나며 연락을 끊었다. 구씨가 가지고 간 돈은 200여만원 가량. 서울에서 생활하던 여동생 부부의 결혼자금이었다.

구씨는 경기도에서 벽돌공장을 하다 사기를 당했고 여동생의 돈을 갚지 못하게 되자 이 같은 행동을 했다. 여동생 구씨는 오빠의 야반도주로 인해 약 1년 동안 남편과 별거까지 했고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결혼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구씨는 1987년 제주에 왔고 선박 폐선 사업과 농업 등에 종사하며 상당한 재산을 일군 것으로 전해졌다. 여동생에 대한 미안함으로 수년 동안 여동생을 찾다 행적을 찾지 못하자 지난 6일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성산파출소는 구씨의 사연을 듣고 이름 등을 토대로 확인에 나서 경기도 남양주시에 살고 있는 여동생을 찾았다.

40년 만에 만난 오빠 구성회씨와 여동생 구옥자씨 가족들이 8일 성산파출소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성산파출소]
40년 만에 만난 오빠 구성회씨와 여동생 구옥자씨 가족들이 8일 성산파출소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성산파출소]

처음 오빠 이름을 들었을 때 ‘오빠가 사망해서 연고자를 찾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여동생 구씨. 제주에서 오빠가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난 8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 도착, 40년만에 오빠를 만났다.

여동생과 만난 오빠 구씨는 “미안하고 고맙다”라는 첫 마디로 그간의 마음을 표현했다. 오빠 구씨는 5남매를, 동생 구씨는 3남매를 키워 결혼까지 시키며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빠 구씨는 <미디어제주>와 통화에서 “동생을 만나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고 성산파출소 직원들이 많이 애써줬다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도 의류 계통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돈을 주겠다고 해도 ‘돈 받으러 온 게 아니고 오빠를 만나러 왔다’고 했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500만원을 쥐어줬다”며 “앞으로 남은 시간 서로가 기대며 살자고 했고 나도 그럴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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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우 2020-07-10 16:16:49
두 분이 늦게나마 해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두 분과 두 분 가정에 행복만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이윤경 2020-07-10 16:04:47
40년 만에 만남 정말 감동적입니다 다시 만나게 되어 매우 축하드리며 앞으로 더 좋은날만 있으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