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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제주' 만든다면서... "대규모 도로 공사를 왜 또 하나"
'청정 제주' 만든다면서... "대규모 도로 공사를 왜 또 하나"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7.03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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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역행하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 ①

'청정 제주' 강조한 원희룡 지사... "대규모 도로 개발 사업, 강행하나"
시민단체, "도로계획 폐지, 녹지공원 조성" 요구 탄원서 환경청 제출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중요한 가치는? '자연과의 상생'

전 세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거론한다.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되고 있지만, 백신 개발과 상용화 시점을 알 수 없다. 국내를 포함해 각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사례가 관찰되고 있어 우려는 더 커진다.

언젠가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력을 전 세계가 실감한 만큼, 세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살아갈 테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걸까.

일단, 우리 정부는 ‘한국형 그린뉴딜’ 정책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과제로 던졌다.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그린뉴딜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고용을 촉진하는 정책이다.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될 수 있도록 도시와 공간, 생활 인프라 등을 모두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말한다. 지구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2030년부터 매년 25만명이 추가로 사망할 것이라고.

이에 미국, 유럽 등 세계는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로 그린뉴딜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펼친다”라는 개념을 넘어, 코로나19로 위축된 고용과 투자를 늘리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달려온 지난날과는 달리, 이제는 정말 ‘살기 위해’ 자연 파괴를 멈추고, 자연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원희룡 지사,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물려줘야"

원희룡 지사가 지난 3월 11일 열린 제주그린빅뱅 포럼에 참석,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지사가 지난 3월 11일 열린 제주그린빅뱅 포럼에 참석,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이번엔 제주도의 이야기를 해보자.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5월 28일 열린 ‘2020 제1차 제주그린빅뱅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토니오 쿠테헤스 UN사무총장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녹색전환(Clean Green Transition)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그린뉴딜'이라고 역설했는데 저도 같은 생각이다."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하는 이유는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물려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물려줄 책임이 있다”라는 원 지사의 발언이다.

필자는 원 지사의 이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따라서 그의 생각과 정반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개발사업' 문제를 상기하고자 한다. 지금 제주도가 저지르고 있는 난개발 사업, 그러니까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 말이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청정 제주' 방향에 역행하는 개발 사업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 구간에 포함돼 있는 소나무 숲.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베어지게 될 처지가 됐음에도 이식을 통한 보전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 구간에 포함돼 있는 소나무 숲.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베어지게 될 처지가 됐음에도 이식을 통한 보전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 이 제주를 살만한 곳으로 물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쉽다. 더 이상의 난개발을 멈추고, 자연과 상생하며,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점차 확대해나가면 된다.

빌딩 숲이 되어 서울과 같은 모습을 지니게 된 제주도, 미세먼지와 매연이 가득한 제주의 거리를 원하는 이는 없을 테니까.

따라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은 원 지사의 정책 방향과 반대되는 사업이라 하겠다.

제주도가 6월 5일 밝힌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실시계획 중 사업구간 자료.&nbsp;<br>분홍색으로 표시된 1.5km 구간이 이번에 시행될 도로공사 구간이다.<br>
제주도가 지난 6월 5일 밝힌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실시계획 중 사업구간 자료.
분홍색으로 표시된 1.5km 구간이 이번에 시행될 도로 공사 구간이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이란, 서귀포시 서홍동 1530-6번지부터 동홍동 564번지까지. 총 1.5km 거리에 폭 35m, 왕복 6차로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담는다. 누가 보아도 ‘청정 제주’를 만드는 것과는 무관한, 대규모 도로개발 사업이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의 이번(1.5km 구간) 사업비는 총 445억원. 이중 공사비는 120억원이고, 도로 건설을 위한 토지(사유지, 국유지 등) 매입비가 325억원이다.

 


주민 불편 때문에 왕복 6차로 만든다는데... "불편함은 상대적인 개념일 뿐"

그렇다면 도대체 왜, 제주도는 원 지사의 ‘청정 제주’ 정책과 반대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려는 걸까.

제주도가 밝힌 사업목적은 다음과 같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본 사업을 통해 서귀포시 일주동로 우회도로(연장 4.2km)의 일부구간(연장 1.5km, 서홍로~동홍로)을 개설함으로써 동홍·서홍지구의 원활한 교통처리를 도모하고 지역주민 및 통행자들의 도로이용에 대한 불편해소와 접근성, 편리성 등을 향상 시키고자 함.”

정말 그럴까. 지역주민과 통행자들은 445억원 혈세를 들여 대규모 도로개발사업을 감행할 만큼의 불편을 해당 지역에서 겪고 있을까.

필자는 감히 ‘아니’라고 말한다. 사업 예정지 인근에는 ‘직선 도로’가 아닐 뿐이지,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길이 이미 수 갈래 존재한다. 길의 폭이 좁은 일부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차량 통행량이 많은 길은 아니다. 굳이 차량 통행이 불편하다면, 해당 구간만 도로 폭을 넓히거나 일방통행 등으로 체계를 정비하면 된다.

또 사업 예정지의 위와 아래 쪽에는 각각 중산간동로(왕복 2차로)와 일주동로(왕복 4차로)가 있어 차량 통행에 큰 어려움이 없다.

왕복 4차로 일주동로의 모습. 오후 3시 52분경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에 찍은 사진인데,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은 모습이다.

설사 해당 구간이 다소 막힌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현재 사업 예정지의 기점에서부터 종점까지 차량을 이용해 이동할 경우, 약 3km 구간의 거리를 ㄷ자로 돌아가게 되는데, 신호 몇 개만 통과하면 금세 뻥 뚫린 도로를 만날 수 있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자.

오후 7시 7분, 퇴근 시간에 다음 카카오맵을 이용해 사업 예정지 기점(서홍동 1530-6번지)부터 종점(동홍동 564번지)까지 길찾기를 한 결과.
기점부터 중산간동로를 지나 종점에 도착하는 'ㄷ'자 형태의 3km 구간을 운전해 지난다면, 약 7분이 걸린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생겨 7분의 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된다 하더라도. 과연 이것이 445억원 만큼의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까.

첨언하자면, 기자는 직접 사업 예정지의 기점에서부터 종점까지 운전해 보고, 걸어도 봤다. 운전할 때 간혹 좁은 골목길을 만나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는 했으나, 해당 지역이 서귀포학생문화원, 제주유아교육진흥원, 서귀포도서관, 서귀포고 등 학생들이 자주 왕래하는 스쿨존임을 감안한다면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운행 방법이다.

사진에서 오른쪽이 서귀포시학생문화원의 잔디광장이다. 왼쪽에 보이는 도로를 오른쪽으로 더 확장해 서귀포시학생문화원의 잔디광장까지 도로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사가 진행되면, 사진에서 보이는 도로의 옆으로 4차로가 더 생겨, 6차로가 만들어진다.

 


정말 '청정 제주' 위한다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말고, 녹지공원 만들어주세요"

원 지사는 ‘청정 제주’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 지난 6월 3일에는 중앙 언론사(한겨레)에 관련 내용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인수공통감염병’, 즉 사람과 동물 사이에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인간의 활동영역이 생태계를 과도하게 침범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합니다. 그 배후에는 인간이 화석연료 남용으로 초래한 기후변화라는 더 큰 위험이 있다고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인간의 활동영역’은 이미 ‘생태계를 과도하게 침범’하고 있다. 제주도 마찬가지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이 도로 공사로 인해 서귀포학생문화원 인근 소나무숲과 잔디광장이 파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업 예정지 기점인 서홍동 지역에서 천지연폭포까지 불과 1.3km 거리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천연기념물, 생태계 파괴 등의 우려도 예상된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만들어지면 사진속에 보이는 잔디광장 등이 사라진다. 제주유아교육진흥원을 찾는 아이들이 즐기는 공간은 물론, 도로가 개설될 경우 35m 도로를 건너서 놀아야 하는 등 어린이들의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만들어지면 사진 속 왼편에 보이는 잔디광장 등이 사라진다. 제주유아교육진흥원을 찾는 아이들이 즐기는 공간은 물론, 도로가 개설될 경우 35m 도로를 건너서 놀아야 하는 등 어린이들의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제 시민들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시민들’이라는 단체를 통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을 철회하는 대신, 이미 매입한 토지를 이용해 녹지공원을 조성하자는 주장이다. 이들은 최근, 영산강유역환경청에 관련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현재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제주도가 제출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검토 중이다. 13일까지 검토 결과를 제주도에 통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필요 시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그(시민단체의 탄원서에 대한) 부분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데) 반영될지는 검토 중”이라면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제주도가 그동안 진행한 재해영향평가, 교통시설 안전진단, 실시설계의 경제성(EV) 용역 등에 대해서는 감사위원회와 계약부서(회계과)가 결과를 검토 중이다. 환경청과 감사위, 계약부서의 서류 검토가 문제없이 끝나면, 제주도는 최종적으로 설계 검토를 1~2주에 걸쳐 진행하게 된다. 이후 착공을 위한 시공사를 선정한 뒤, 착공 준비를 거쳐 본격적인 도로 공사가 시작되는 수순이다. 

단, 교육부 소유 국유지(서귀포학생문화원 인근 약 2213.69평)에 대한 편입이 제주도교육청과의 의견 대립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 해결도 이뤄져야 한다.

제주도과 제주도교육청 간 의견 대립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미디어제주> 6월 15일자 기사: 제주도가 바라보는 중요한 가치는 "학생 안전보다 교통난 해소일까"를 참고하자.

이와 관련, 이석문 교육감은 지난 1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문제에 대해 교육벨트를 지킬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제주도와 협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도로가 직선으로 나면, (교육)벨트가 거의 무너지게 되는데, 아이들의 안전까지 문제가 된다. (지금의 사업 계획 외에) 좀더 다른 방식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데 마지막까지 합의볼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의 1.5km 구간 중,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350~450m 구간이 서귀포시의 교육벨트로 불리는 서귀포학생문화원-서귀포도서관-제주유아교육진흥원 바로 앞을 지날 예정이라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사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 구간. 토평동에서 동홍동을 지나 호근로까지 약 4.2km 구간에 왕복 6차로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nbsp;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의 당초 계획된 공사 구간. 토평동에서 동홍동을 지나 호근로까지 약 4.2km 구간에 왕복 6차로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도는 이 구간 중 가운데에 속하는 1.5km 구간에 우선 도로를 개설하겠다고 밝히며, 이 구간에 대해서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다음 기사에서는 제주도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고자 ‘사업구간 쪼개기 꼼수’를 펼쳤다는 의혹에 대해 다뤄본다. 이미 제주도의회 및 시민단체 등을 통해 지적된 사안이지만, 다시 조명할 필요가 있기에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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