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21년 만에 등장한 제보자, 영구 미제사건 실마리 될까
21년 만에 등장한 제보자, 영구 미제사건 실마리 될까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0.06.28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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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앞고싶다’, 1999년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다뤄
98년 지방선거 직후 금품 수수 양심선언 관련 의혹도 제기돼
지난 27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나는 살인교사범이다 –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 방송 화면.
지난 27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나는 살인교사범이다 –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 방송 화면.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도내 영구 미제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변호사 살인사건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뤄졌다.

1999년 11월 5일 새벽 자신의 차량에서 피를 흘리며 숨진 채 발견된 남성. 그는 제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 이승용 변호사였다.

부검 결과 이 변호사는 예리한 흉기에 6곳을 찔렸고, 이 중 하나가 흉골을 관통해 심장을 찔러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우발적인 살인보다 치밀하게 계획된 청부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이 사용한 흉기조차 특정하지 못한 채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결국 지난 2014년 11월 4일자로 공소시효가 지나면서 이 사건은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지난 27일 밤 방송된 ‘나는 살인교사범이다 –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 방송을 통해 지난해 10월 해외 모처에서 만난 제보자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문제가 있어서 손을 봐야 하는데, 다리에 한두 방 혼만 내줘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자신을 스스로 ‘살인교사범’이라고 밝힌 A씨는 당시 제주지역 폭력조직 ‘유탁파’ 두목의 지시로 범행을 계획했으며, 같은 조직원인 ‘갈매기’가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제작한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기도 했다.

당초 두목 백씨는 이 변호사의 다리를 찔러 겁을 주라고 지시했지만,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갈매기’가 이 변호사를 살해하게 됐다는 얘기다.

유탁파 두목 백씨가 범행을 지시한 이유를 취재하던 중 1998년 치러진 지방선거 때 도지사선거 후보로 맞붙었던 우근민, 신구범 후보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7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나는 살인교사범이다 –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 방송 화면.
지난 27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나는 살인교사범이다 –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 방송 화면.
지난 27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나는 살인교사범이다 –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 방송 화면.
지난 27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나는 살인교사범이다 –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 방송 화면.

선거가 끝난 직후 우근민 후보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한 청년을 이 변호사가 돕고 있었는데, 제보자 A씨가 몸을 담고 있었던 유탁파가 지방선거에도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양심선언을 했던 청년이 기자회견 직후 돌연 잠적해버렸고, 이 변호사가 부정선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를 찾아나서던 중 변을 당했을 것이라는 부분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신구범 전 지사는 제작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 변호사가 그 양심선언 사건을 추적하지 않았더라면 저런 일이 발생했을까”라며 당시 사건과 지방선거 때 불거진 양심선언이 관련성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우근민 전 지사는 제작진과 전화 통화에서 당시 양심선언을 했다는 청년에 대해 “그런 사람 자체를 모른다”며 유탁파가 선거 캠프에 도움을 주고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유탁파라고 이마에 쓰고 다니지 않지 않느냐. 그러니까 누가 유탁파인지 모른다”고 유탁파와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특히 제보자 A씨의 주장과 달리 두목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1999년 10월 두목 백씨는 교도소에 복역중이었고, A씨가 범인으로 지목한 ‘갈매기’도 특수강도 사건으로 경찰에 수배중인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작진이 만난 유탁파의 현재 두목도 A씨가 마약과 카지노에 손을 대는 등 문제를 일으켰던 인물이라며 두목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A씨 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작진은 현재 A씨가 제작진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의 인터뷰 전체 내용을 확인한 관련 전문가들은 A씨가 당시 사건의 진범이거나 최소한 공범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과 함께 A씨가 방송에 제보를 해온 데 대해서도 진짜 의뢰인을 압박하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현재 제작진은 이 변호사의 옛 사무실 직원이 보관중이던 고인의 노트북를 확보해 하드디스크 복원 작업에 착수, 관련 내용을 경찰과도 공유하기로 했다.

제주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도 당시 수사자료를 제작진에게 제공하면서 “제보자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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