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징역 12년 받은 성폭력 혐의자 항소심 ‘무죄’ 석방
제주서 징역 12년 받은 성폭력 혐의자 항소심 ‘무죄’ 석방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05.29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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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제주제1형사부 원심 파기 선고
흉기서 검출 Y-STR 유전자형 판단 갈려
피고인과 같은 성씨 경찰 17개 좌위 같아
“다른 원인에 증거가치 오염됐을 가능성도”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에서 성폭력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6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며 석방됐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는 지난 27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고모(64)씨에 대한 항소심을 열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광주고등법원 제주부. ⓒ 미디어제주

고씨는 지난해 7월 8일 새벽 제주시 소재 2층 건물 1층에 침입, 자고 있던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며 저항을 억압해 재물을 강취하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물 강취가 뜻대로 되지 않자 흉기로 위협하는 상태로 신체를 만지며 추행하다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도주한 혐의도 있다.

고씨는 지난 1월 1심(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되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고씨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근거들을 대부분 배척했다.

특히 1심에서 고씨를 범인으로 특정하는데 큰 역할을 한 Y-STR 유전자형이 항소심에서는 부정됐다.

1심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에서 지문은 나오지 않았지만 DNA 분석 결과 Y-STR 유전자형 20개 중 16개의 유전자형이 검출됐는데, 검출된 16개 유전자형이 고씨의 Y-STR 유전자형과 동일하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흉기가 경찰의 현장 철수 후 7시간 가량 지난 뒤 확보되는 등 경찰 과학수사 표준업무 처리 지침에 따른 증거확보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흉기에서 채취된 Y-STR 유전자형 감정결과의 증거능력을 배척할 수 없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피해자 진술 범인 인상착의 차이·CCTV 증명력도 문제

검찰 항소심 결과 불복 상고…대법원서 진위 가리기로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STR 유전자 분석법’의 경우 개인 식별 능력이 인정되는 반면 Y-STR 유전자 분석법은 동일 부계(아버지계)의 남성인지 여부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 흉기에서 검출된 Y-STR 유전자가 피고인인 고씨의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범행 현장에 출동했던 고씨 성을 가진 경찰관에 대한 Y-STR 유전자 감정결과 흉기에서 검출된 Y-STR 유전자형과 15개 유전자 좌위가 일치해 Y-STR 16개 유전자 좌위가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진범이라고 증명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피고인 고씨와 경찰관 고씨는 17개의 Y-STR 유전자 좌위가 일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는 지난 27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고모(64)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는 지난 27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고모(64)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게다가 범행 현장에 출입한 경찰관이 10명 이상이고 모두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점, 경찰이 현장에서 철수한 뒤 수시간이 지나서야 감정대상물(흉기)이 확보된 점 등을 고려하면 흉기에서 검출된 Y-STR 유전자형이 실제 범인에게 나온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고 다른 원인으로 증거가치가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피해자가 범인이 사용한 흉기에 상처가 생겼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이 확보한 흉기에서는 피해자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Y-STR 유전자형도 흉기의 손잡이가 아닌 날 부분에서만 검출된데 대해서도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가 목격한 범인의 인상착의와 피고인과의 차이 ▲경찰과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CCTV 영상의 증명력 부족도 문제 삼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행적에 대해 일관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을 했다거나, 이 사건 전에 유사한 방법과 내용을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고 사건 발생 장소도 피고인이 2015년 특수강도를 저지른 장소와 가깝다는 등의 간접적인 정황들만으론 이 사건의 범행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고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1심에서 선고된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파기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과에 불복, 상고해 이번 사건 결과는 대법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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