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보이차에 대한 궁금증을 다 풀어줄게요
보이차에 대한 궁금증을 다 풀어줄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5.28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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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신정현 저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중국인들은 차(茶)를 즐긴다. 중국 음식점에 들어가면 늘 차를 만난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차를 음미한다. 중국의 차 가운데 하나를 콕 집어보자. 뭐가 떠오르는가. 개인적으로는 ‘보이차’라는 답을 하고 싶다.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술을 진탕 마신 다음날 마주한 보이차는 달라도 뭔가 달랐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보이차는 여러 가지 단어를 지녔다. ‘숙성’이라는 단어도 등장하고, ‘비싸다’ 혹은 ‘가짜’라는 말도 끼어든다. 이런 단어들을 상기시켜 보면, 보이차는 마시는 차에 대한 인식을 뛰어넘는다. 생산과 유통단계까지 고민을 하며 보이차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왜 이토록 우리는 보이차에 대한 수많은 생각을 할까.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책이 있다. 얼마 전에 나온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나무출판소 발간, 2만원)이다. ‘보이차 애호가라면 알아야 할 역사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보이차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취재를 해 온 신정현씨가 썼다.

책은 말 그대로 보이차의 모든 것을 담았다. 어떤 사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사물에 대한 역사를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보이차를 알려면 보이차의 역사를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책은 보이차가 언제 어디서 등장하고, 현재는 어떤 상황임을 자세하게 말하고 있다. 중국사에서 소외됐던 운남 지역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운남 지역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도 될 듯싶다.

운남에 사는 소수민족인 ‘덕앙족’의 창세신화에 차가 등장한다. 덕앙족은 차가 만물을 만들고, 인간을 낳고, 홍수와 악마로부터 세상을 구했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운남은 차나무의 원산지이며,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것보다 더 오래 전부터 차나무가 운남이라는 땅에 살았다고 한다. 때문에 운남에 있는 차는 지역 사람들의 영혼이며, 역사이며, 그들을 먹여 살리는 경제적 원천이 된다.

차는 기호품이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에겐 생명수와 같다. 차를 마시며 육체적 고통을 해소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에겐 기호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하지만 보이차는 현대에 들면서 ‘돈’에 농락당하곤 했다. 그 이야기도 책에서 만나게 된다.

어떤 때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에게 보물같은 존재가 보이차이기도 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일그러진 현상이다. ‘고텐부르크 호’에 얽힌 가짜 보이차 이야기도 있다. 인간의 추한 면이 드러난다.

운남은 중국의 변방이다. 오죽했으면 저자는 보이차를 ‘흙수저 출신’이라고 서문에서 말했을까. 이야기가 많은 보이차가 진짜 운남 지역의 차로 인정을 받은 건 지난 2008년이다. 중국 당국이 보이차 산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보이차를 ‘지리적표시제품’으로 등재한다. 이는 곧 운남성 일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운남대엽종 차나무 잎을 원료로 해야 하고, 운남에서만 만들어야 보이차가 된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다른 지역에서 보이차 가공법으로 만들더라도 보이차는 될 수 없다.

보이차는 여전히 가짜가 많다고 한다. 어떻게 판별할까. 저자는 비정상적인 경로로 유통되는 보이차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신 정식으로 수입된 차를 찾으라고 권한다. 중국으로부터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거친 보이차는 식약처의 안전성 검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비자는 한글표시사항을 확인하고 구입하라고 거듭 강조한다.

책은 쉽게 읽힌다. 곁에 보이차를 음미하면서 한 장 한 장 넘기면 좋다. 먼 중국의 변방. 운남성의 오래 전 이야기를 만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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