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도시공원 일몰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우리가 '도시공원 일몰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5.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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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인당 녹지지역 면적, 2010년 → 2018년 10% 감소
올해 여름, 작년보다 0.5~1.5℃가량 높고, 평년보다 더워
2020년 7월 1일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녹지공간 지켜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상상해보자. 나무와 숲이 없고, 빌딩과 같은 건물만 가득한 도로. 내리쬐는 햇볕을 피할 곳 없어 땀을 뻘뻘 흘리며 달궈진 아스팔트를 걸어야 하는 도심. 

이는 과장이 아니다. 제주지방법원에서 제주시청으로 가는 큰 도로변 인도를 걷다 보면 마주할 수 있는 일이다. 565억 세금을 들여 조성한 동문시장 앞 탐라문화광장의 산지천 인근을 걸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도시숲, 도시공원 일몰제에서 눈을 돌리는 순간 제주지역 도심은 모두 이러한 모습이 되어버릴 지 모른다.

현재 제주의 인구 1인당 녹지지역 면적은 감소 추세다.

1인당 녹지지역 면적이란, 제주도 면적을 인구 수로 나눠 1인당 녹지지역 면적을 구했을 때 나오는 숫자다. 도민이 영위할 수 있는 1인당 녹지 면적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7월 10일 최종 자료를 기준으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지역 1인당 녹지지역 면적은 740.64㎡에서 673.07㎡까지, 약 10% 감소했다.

제주도의 1인당 녹지지역 면적 변화 추이.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조금 상승한 것 외에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지역을 제주시로 한정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8년 제주시 1인당 녹지지역 면적은 411.25㎡로, 2010년 481.01㎡에 비해 약 15% 감소했다. 

제주시의 1인당 녹지지역 면적 변화 추이. 2010년부터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제주의 난개발 문제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거론되는 현실에서. 이것이 통계적으로 보아도 분명한 사실이라는 뜻이다.

도시공원이 우리 삶에 필요한 이유는 모두가 잘 안다. 도심 속 조성된 숲은 여름 한낮 기온을 낮추고, 도로 소음을 감소시킨다. 공기를 맑게 하고, 시민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도시공원의 의미는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단순한 휴양 기능을 넘어 문화예술, 일자리 창출, 교육, 건강 함양까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시설로 주목받는 것이다. 도시숲처럼 조성된 서울 홍대 놀이터가 젊은이들의 버스킹, 프리마켓 광장으로 자연스레 조성돼 인근 상권을 활성화시킨 것도 도시공원의 좋은 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로 사라질 소나무 숲을 올려다봤다. ⓒ미디어제주
장기미집행 도로사업에 해당되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 이 도로가 생기면, 서귀포학생문화원 앞의 잔디광장과 소나무숲이 사라진다. 사진은 사라질 소나무 숲을 올려다본 모습. ⓒ미디어제주

도시공원은 행정 용어로 풀이하자면, 국가의 도시관리계획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국내 도시공원의 역사를 살피면, 1893년 인천 자유공원이 최초로 세워진 이후 1897년 현재 탑골공원으로 불리는 파고다공원이 설립됐다. 이후 1960년대부터 공원과 녹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1967년 공원법이 제정된 후, 1970년대부터 어린이대공원 등의 종합공원과 기념공원 등이 대대적으로 조성된다.

도시공원은 도로, 학교, 광장 등과 함께 '도시계획시설'에 포함되어 도시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다. 정부는 1970~80년대 도시화 과정에서 이같은 도시계획시설을 결정했고, 도시공원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게 됐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토지주와의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시계획시설 결정해 토지주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 도시계획시설, 특히 도시공원 대상지로 결정된 토지에서는 건축 등 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1999년 10월 21일, 이것이 '사적 이용권을 제한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 위헌 결정을 내린다. 이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도시계획시설'의 경우, "고시일로부터 20년이 지나도록 도시계획시설사업을 시행하지 않으면, 고시 20년이 되는 날의 다음날에 그 효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즉, 2020년 7월 1일을 기점으로 지난 20년 동안 도시공원 조성사업이 집행되지 않은 '장기 미집행' 토지는 자동으로 도시공원의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이것을 '도시공원 일몰제'라 부른다.

문제는 도시공원이 도시계획시설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도시계획시설 확충 예산 중 매번 후순위로 밀려있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정부와 각 지자체가 손 놓고 있던 탓에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은 그대로 방치됐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모든 장기 미집행 토지를 매립하려면 지자체별 마련해야 하는 재원이 수천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탓도 있다.

서울의 경우 가장 심각하다. 그렇지 않아도 도시공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2020년 7월 1일부터 사라질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이 전체 서울시 공원 면적의 80%에 달한다. 서울시공원 전체 면적 114.9㎢ 중 미집행 면적 91.798㎢이 개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에 여러 환경단체에서는 정부 차원의 토지 매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 마찬가지다. 현재 제주에는 도시공원이 244개소(991만1000㎡)가 있다. 이중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전체 면적의 약 68.5%인 39곳 679만8000㎡에 달한다.

제주도가 오는 2021년 8월 도시공원 일몰을 앞두고 있는 제주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을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진은 오등봉공원 일대. /사진=카카오맵 항공사진 갈무리
제주도가 오는 2021년 8월 도시공원 일몰을 앞두고 있는 제주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을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진은 오등봉공원 일대. /사진=카카오맵 항공사진 갈무리

제주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771억원 규모의 7개 도시공원 사유지를 매입했다. 올해는 1449억원을 투입, 19개 공원의 사유지를 매입하고,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에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한다.

또 제주도는 오는 2023년까지 5년 동안 연차별로 일몰 시기가 도래하는 39개 공원 679만8000㎡에 대해 총 5757억여원을 들여 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민간특례사업와 관련해 도내 3개 환경단체(곶자왈사람들,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이 진행되면, 개발자의 이익만 중시하는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또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제주시 동부도시공원일몰제 대응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는 작년 8월 13일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결고, "동부공원 임대주택 개발 반대"와 "녹지공원 살리기"를 요구했다.

제주시 동부도시공원일몰제대응을위한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3일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사업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시 동부도시공원일몰제대응을위한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019년 8월 13일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사업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관계자들은 동부공원의 임대주택 개발을 반대하고, 녹지공간을 그대로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 미디어제주

제주가 '잘 하고 있다'라고 인정받은 부분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국토교통부가 2019년 8월 발표한 '지자체별 장기미집행 공원 대응실적 종합평가결과'에서 1위 인천과 2위 대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4위는 대구, 5위는 부산이었다.

당시 국토부는 제주도의 공원 집행률이 전국 15위로 낮았음에도,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에 대상되는 공원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한편, 올해 제주도는 「2040 제주특별자치도 공원녹지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제주도민의 쾌적한 삶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원기본계획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토종합계획,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도시기본계획의 내용을 반영, 각 지자체별로 10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기본계획이다. 제주도는 공원녹지의 보전, 확충, 관리, 이용에 필요한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연구용역기관은 5월 29일 공고 마감을 기점으로 6월 중 선정될 방침이다. 

이번 용역에는 공원·녹지의 확장 가능성 검토와 도시자연공원구역 관리계획 수립, 제주특별자치도 어린이공원 등의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와 관련한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용역기간은 1년 6개월. 사업수행 절차는 용역기관선정, 현황조사, 종합분석, 기본계획 및 투자계획 수립을 하게되며 수행기간 중 전문가 자문회의, 주민설명회 및 도의회 보고, 의견청취 등이 진행된다.

박근수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보전국장은 “주민의견이 반영된 계획을 수립하여 쾌적한 녹지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할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매년 여름철만 되면 도시는 '폭염'으로 고생한다. 나무가 없고, 아스팔트와 빌딩만 가득한 도시에서는 열대야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올 여름 제주는 지난해보다 더 더울 예정이란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올 여름(6~8월) 제주 지역 평균 기온이 지난해(24.6℃)에 비해 0.5~1.5℃ 가량 높겠다고 밝혔다. 평년(1981~2010)이 24.8℃인 점을 감안하면 평년보다도 덥다고 하겠다.

당장 적용될 도시공원 일몰제가 2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도시공원 일몰제'에 지금이라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당장 우리 삶의 터전에 녹지 공간이 사라지게 되면, 가장 힘든 것은 그곳에서 살아갈 지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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