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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보수라면 ‘진보’ 생각을 장착해야”
“진정한 보수라면 ‘진보’ 생각을 장착해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5.08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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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출판사 레드우드 ‘어른은 진보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얼마 전, 손에 한 권의 책이 쥐어졌다. 잘 알고 지내는 출판사 대표가 보낸 <어른은 진보다>(김경집 지음, 도서출판 레드우드)라는 제목을 단 책이다. 제목은 설다. 어른이라면 대게 ‘보수’라고 하는데, 책은 ‘진보’를 말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수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보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보수의 진정한 가치는 곁에 있는 사람들을 챙겨준다.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아닌, ‘가족’이 있고, ‘지역 공동체’도 있다. 바로 ‘이웃’이다. 프랑스혁명 이후 정착된 보수주의는 사회질서를 위협했던 국가주의와 개인주의에 대한 적대감에서 비롯된 사실을 아는가. 서구 보수주의가 오랫동안 보유한 장점은 바로 가족, 지역 공동체, 교구, 이웃 등 상호부조 집단을 지켜온 거대한 가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보수는 이와는 동떨어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올해 4·15총선이 보여준 결과는 우리나라 보수는 더이상 보수가 아니라는 걸 일깨운다. 오히려 ‘진보’라고 불리는 이들이 ‘진정한 보수’라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보수는 이웃을 챙겨줘야 한다고 했다. 정말 우리 보수는 그래왔던가. ‘반공’에 매몰돼 독재를 서슴지 않고 행하고, 이웃을 괴롭혀온 이들이 자칭 보수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은 ‘혐오’도 남발한다. 이웃을 챙겨주기보다는 이웃을 혐오의 대상으로 봐왔다. 그런 이들에겐 ‘보수’라는 이름을 붙여줄 수 없다. 자기만 알고, 자기만 챙기려는 극히 ‘수구적인’ 이들일 뿐이다.

<어른은 진보다>는 어른을 향해 이웃을 챙기라고 말한다. 다만 전통적 의미에서 보수를 말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진보적인 행동을 해보라고 권한다. 그게 바로 어른다운 삶이라고 설파한다. 저자에게서 보수의 진정한 힘을 우선 들어보자.

“우리는 분명히 집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우리가 지키고 실천해야 할 기본적 가치를 배우고 살아왔다. 그 가치들이 훼손되고 억압되며 왜곡될 때, 비판하고 저항하고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보수의 진정한 힘이다.”

우리나라 보수는 저자 김경집의 얘기처럼 그렇게 해왔나? 아니지 않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법을 자행하고, 남을 해치는 일을 해왔던 사람들이 지금은 보수라고 자칭한다. 그들은 비민주적 행동을 해왔고, 불의에 저항한 이들을 억압하던 사람들일 뿐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니 어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저자는 낡은 사고를 바꾸라고 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신념은 강요이며 폭력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어른 스스로의 경험을 자식세대에 마냥 강요하는 것 역시 폭력이라고 했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늙게 마련이다. 나이가 든다고 생각이 늙지는 않는다. 스스로 낡은 생각을 버리고, 과거에 발목을 잡히지 말아야 생각이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몸은 바꾸지 못하겠지만, 마음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좀 더 품격있게 나이를 먹자. 저자는 그래서 이런 말을 책에서 하고 있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동년배가 고통받고 신음하며 사는 걸 바라보며 내 손녀 손자가 ‘상대적 우월감’으로 행복해한다면 과연 그게 바람직한가. 더이상 ‘내 아이’에만 집착할 게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더 나은 미래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게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찾고 실천하라고 한다. 탐욕적이고 무지한 수구와 결별하고,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구호에 현혹되지 않는 지혜와 용기가 어른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음 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작은 밑돌이라도 하나 마련하는 것. 그게 나잇값을 하는 일이며, 그게 바로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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