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운 제주 건축 경관이 미래 경쟁력이다
제주다운 제주 건축 경관이 미래 경쟁력이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20.04.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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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19년 11월호]
홍성용(월간 건축사, 대한건축사신문 편집국장, 공학박사, 건축사사무소 NCS lab 대표)

드물게 건축사로 마케팅과 도시 경쟁력을 말하면서, 유일하게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책을 내고 강연을 여기저기 다녔다. 그러면서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건축이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상품인지 설명하고 있다.

모든 것이 소비되고 공급되는 경제 순환구조에 상품으로 건축이 다뤄지고, 도시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도시가 상품이라고 하니, 거부감이 들지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물질적 욕망의 대상으로서 생산된 노동 생산물’로 도시를 구성하는 수많은 건축들은 이미 상품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의 신도시가 어떻게 탄생하고 있는가? 법적으로 토지를 수용하고, 정부 투자 회사인 LH에서 가공해서 토지를 매각한다. 이때 토지는 상품화되어 시장에 나온 것이다. 입찰로 원자재격인 토지를 구입한 건설사나 주택 사업자들은 다시 이를 가공해서 일반 소비자에게 매각한다. 이런 시스템은 상품화 과정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제주도에 대한 이미지는 오래전 가수 최성원이 노래한 ‘제주의 푸른밤’이라는 노래처럼 맑고 색다르고 자연이 아름다운 것이었다. 한동안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던 제주도였지만, 뒤늦은 2005년 처음 방문했다. 제주공항에서 느껴지는 첫 이미지는 낮고, 한라산 자락이 바다까지 펼쳐지는 수려한 지형으로 이색적 풍경이었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면서 만나는 바닷가와 근접한 경험 또한 색달랐다.

나지막이 지어진 제주 원주민들의 집들은 바람을 막기 위해 담아래 숨어 있었고, 오래된 서귀포의 시가지는 제주 풍광을 거스르지 않는 저층으로 지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내륙지역으로 가면서 느꼈던 평화스러운 오름들의 지평선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평안함을 주었다. 비록 낡고 초라한 건물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다듬어지지 않았을 뿐 제주와 하나된 풍경으로 존재했다. 제주의 여기 저기서 만나는 오름처럼 둥그레하게 올려진 지붕선들 또한 매력적이었다.

아! 제주다움이 존재하는 곳이구나. 그것이 내가 처음 느낀 제주 이미지였다. 오히려 제주시에 들어오면서 노형동 일대에 지어지던 육지의 흔한 아파트 풍경이 제주스러움을 망치고 있었다. 정말 대안이 저것 밖에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제주를 잊었다.

몇 해 전 미국에서 장기체류하면서 LA에서 한 시간 남짓한 북쪽에서 낯익은 도시 지형을 만나게 되었다. 산자락을 따라 녹음 사이사이로 지어진 건물들은 서로 어우러져 있는 매력적인 도시 경관을 가진 인구 10만의 산타바바라라는 도시다. 미국 중소 도시가 전부 그렇지만 산타바바라는 특히 도시 이미지가 명확하다. 18세기 말에 지어진 스페인 건축을 기준으로 도시 경관을 강력하게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시행중이다. 그런 덕분에 산타바바라는 붉은색 스페니쉬 기와와 하얀 벽의 도시로 유명해졌다. 이런 도시 경관의 통일성은 세부적인 건축적 가이드 라인이 있어서 이를 기본 으로 도시 건축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제주 이야기를 하다가 느닷없이 산타바바라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2019년 현저하게 훼손된 제주다운 건축 경관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제주만 그런 것이 아니지만, 서울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들은 자기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어설픈 서울 닮기에 열중하고 있고, 그 근본 원인은 투자이익 극대화라는 단기적인 장사꾼 마인드가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단기적 장사꾼 마인드가 제주다움을 상당히 훼손하고 있다.

제주가 아무리 좋은 자연이 있다 한들,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곳이라면 도시와 건축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여기저기 훼손된 도시 건축은 참으로 안타깝다.

높은 건물 때문에 지적하는 것도 아니다. 무계획적이고 난폭하게 개발된 도시 구조 때문이다.

더구나 굳이 전국 대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복사본으로 채워진 고층 아파트 단지를 제주도에 만들어야 했을까? 서귀포에 지어진 살벌한 도심형 고층 건물들은 홍콩의 밀도가 부러웠던 것일까?

어느 것 하나 제주다운 건축 경관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육지 자본들이 와서 제주도를 함부로 다루는 이런 도시 풍경이 너무 안타깝다. 그리고 그런 도시 풍경은, 결코 장수하는 명품의 가치가 있는 상품도 아니다. 노점에서 파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상품이다.

생각해 보자. 제주신라호텔이나 오래전 제주국립박물관이 왜 사랑을 받았는지? 생경해 보이는 건축이었어도 제주 지형에 최대한 어울리려 노력했기 때문에 제주 신라가 나름의 인정을 받았던 것이고, 제주 토박이의 건축을 고민한 모습으로 지어진 제주국립박물관이었기 때문에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되곤 했던 것이다.

속도를 늦추고, 제주도 다운, 제주도 만의 건축 경관을 기대해본다. 다시 자기 정체성을 가지면 좋겠다. 외지인으로 제주도에 대한 기대는 ‘여유’와 ‘편안함’, 그리고 ‘인간다움’이다. 그것 때문에 살고 싶은 곳으로 인기를 얻었던 것이 아닌가? 굳이 제주에서 시간에 쫒기는 강박관념의 바쁜 도시를 체험하고 싶진 않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그런 명품 건축이 가득한 멋진 섬을 만들어 주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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