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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는 '무서운 잣대'
동료교수 '빨갱이 발언'에는 물타기?
학생에게는 '무서운 잣대'
동료교수 '빨갱이 발언'에는 물타기?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7.10.05 15:20
  • 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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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제주대 당국은 진상조사 후 응분의 조치 취해야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말기에 접어든 1986년 11월19일.
제주대학교 당시 김두희 총장이 긴급히 학.처장회의를 소집하고 나섰다. 안건은 바로 이틀전인 11월17일 일부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 농성한 것에 대해 징계문제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학.처장회의는 일사천리로 이뤄졌고, 총장실 점거농성과 관련된 지경호 현맹수 유창부 현혜숙 김현실 황인호 등 6명과, 당시 총학생회장 선거 후보였던 현길호에 대해 제명처분을 내렸다.

제주대학교는 당시 학칙 51조 1항4호 및 학생징계기준 11항에 따라 제명처분을 내렸다고 밝혔었다. 그 조항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떤 규정을 위배했는지에 대해서도 공식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제명처분된 학생들 중 총장실 점거농성 관련자 뿐만 아니라 운동권 진영의 총학생회장 후보인 현길호가 포함된 점을 볼 때, 단순히 총장실 점거농성으로 학내질서를 어지럽힌 죄를 물은 것이라기 보다는 학생운동권의 학생회진출을 차단하겠다는 '방해공작'의 성격이 짙었다.

제주대학교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경찰의 지명수배와 운동권 진영 학생회 후보진영에 대한 검거작전과 맞물려 있었다. 이 사건은 한마디로 지성의 전당이라고 하는 대학이 군사독재정권의 나팔수임을 자임하는 '부끄러운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미디어제주가 올해 6월과 7월 6월민주항쟁 2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한 <제주민주화운동사-타는 목마름으로> 보도당시 1987년 11월19일 학.처장회의에 참가해 무더기 제명처분에 동의하였던 교수가 누구였는지, 그 명단을 공개해 역사적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단과대학 학장과 본관 주요 보직교수(교무처장, 학생처장 등)들로 이뤄진 학.처장회의의 이러한 '독단적 결정'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1985년 2월9일, 졸업을 일주일 앞둔 제주대 4학년생인 오옥만 장은심 김옥임 등 3명이 제12대 총선 후보자 연설회가 열리는 제주시 광양초등학교에서 반정부 유인물을 뿌리며 시위하다 경찰에 잡혀가자, 제주대학교 당국은 이들에게 또다시 정학처분을 내렸다.

학생시위에 가담한 학생들에 대한 무자비한 징계조치는 계속됐다.

교내 시위가 벌어질 때면 마치 '구사대'처럼 학생들을 밀쳐내고, 경찰과 더불어 탄안을 했던 이들도 바로 주요 보직교수들이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고창훈 교수와 한석지 교수가 '양심선언'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도 모두들 비겁하게 꼬리를 감추었다.

그러던 대학교수들이 6월항쟁의 성과물로 '6.29선언'과 더불어 민주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민주'를 염원했고, 그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던 것처럼 겉포장하는 이중적 행태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용기를 내야 할 때에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정권의 눈치나 살피고, 자기 밥그릇을 감싸안기에 급급하던 인사들이 과연 어떠한 양심으로 대학 강단에 서 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천절 휴일이자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 이틀째인 3일 새벽 제주대학교 홈페이지에는 교수의 지나친 '레드컴플렉스'를 정면 비판하는 글이 게재돼 대학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글을 쓴 학생의 주장은 이렇다.

제주대학의 모 교수가 강의를 하던 중 전.현직 대통령을 싸잡아 '빨갱이'이라고 비유하고, 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또라이', 대통령의 부모도 '빨갱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글은 3일 새벽 2시46분 게재되었다가 저녁 7시를 전후해 삭제됐다. 왜 삭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학가는 온통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이와 관련하여 제주대학교 당국은 5일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의도인 양 문제를 제기한 학생의 평소 품행에 대해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교수사회의 일부에서는 해당교수를 옹호해주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모 동료교수는 "그 강의를 받은 학생 중 교수가 그 말을 정확히 전해들은 학생은 몇 안되는 것 같다. 아마도 쉬는 시간에 교수가 농담조로 한 얘기를 갖고 일을 크게 만드는 것 같다"고 변명했다.

또다른 교수는 "그 발언이 있었던 강의는 2시간 연강이었는데, 그 말을 하는 시점은 쉬는 시간이었고, 따라서 강의도중 행한 공식 발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피력하는 교수도 있다.  모 교수는 "2시간 연강인 것은 맞지만 1시간 수업을 끝내고 쉬는 시간에 이뤄진 발언은 아니었기 때문에 강의도중 발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와중에 왜 그 발언을 했는가를 두고도 대학가에서는 다양한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왜 그 발언을 했는가를 두고도 해당교수의 직접적 해명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또 그 글을 올린 이모군은 4일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발언이 있은 후에도, 정작 교수사회 일각에서는 그러한 발언을 한 교수에 대해 본질적 문제에 대해 지적하기 보다는 '물타기'를 하려 하거나 '큰 문제 아니다'는 식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자로서의 양심을 갖고, 최고의 지성이라고 자부하는 교수 중 일부가 정작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있어서는 '이중적 얼굴'을 하고 나선 것이다.

제주대학교 당국은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진상이 무엇이었는지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에맞는 응분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000은 빨갱이. 그 부모도 빨갱이'
대학강의 도중 '빨갱이 발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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