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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벼락'속 잇따르는 '생계형 범죄'
'물벼락'속 잇따르는 '생계형 범죄'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7.10.05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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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흉흉해진 사회, '생계형 범죄'도 갈수록 대담

'하나의 범죄는 그 범죄가 저질러진 사회를 반영 한다.'

강력범죄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인 형태로 일어나는 사건들은 돈과 관련이 있기 마련이다.

'물벼락'을 맞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제주에서도 최근 강력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돈이 부른 사건, 이른바 '생계형 범죄' 또한 적지 않아 주위를 씁쓸하게 하고 있다. 

태풍 물난리로 온 도민이 허겁지겁 피해복구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도, 사회 이면에서는 '생계형 범죄'가 여지없이 나타나, 제주민심을 더욱 흉흉하게 하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고,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고 하지만, 남을 위해하면서까지 벌이는 '생계형 범죄'는 용납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 범죄의 강도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어 걱정이다.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또는 당장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저지른 범행으로 남은 고통은 오롯이 가족들과 그 주위사람들의 몫이 되어 돌아온다.

최근 제주에서 일어난 강력사건 중 돈과 관련한 사건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발생한 택시강도살인미수 사건과 지난 5월 제주시 연동 가정집에 침입해 5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도 그러하다.

지난달 발생한 택시강도사건 용의자 역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제주경찰서는 최근 강도살인미수 혐의로 박모씨(31)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4월 제주에 내려온 후 생활비가 떨어지자, 택시기사들이 항상 현금을 소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범행대상으로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박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7시께 제주시 화북동에서 신모씨(65)가 운행하는 개인택시를 타고 한림읍 소재 A농장 관리사에 도착한 뒤, "안에 있는 물건을 같이 옮겨 달라"며 신씨를 유인해 각목으로 머리를 때리고 흉기로 목 부위를 찌른 뒤 현금 11만8000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범행 뒤 신씨가 숨진 것으로 알고 택시 트렁크에 싣고, 제주시 삼도동 소재 모 성당 인근 주차장에 주차하고 달아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사건발생 이후 범죄현장으로 의심되는 장소에서 신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류품과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족적 등을 발견하고 수사망을 좁힌 끝에 사건 발생 사흘만에 박씨를 검거했다.

다행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택시기사 신씨는 큰 고비를 넘겨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13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 피고인(34)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피고인은 지난 5월2일 제주시 연동 소재 안모씨(50.여)의 집에 침입, 안씨와 안씨의 아들 박모군(16)을 흉기로 찔러 안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강도살인사건 원인 또한 바로 돈에 있었다. 그는 수천만원 상당의 빚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에도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술값이 부족해 지인이 술값을 대신 변제한 문제로 부인과 말다툼을 했고, 이에 대한 불만으로 집을 나와 배회하던 중 돈이 없는 것을 알게되자 절도행각을 벌이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후 불이 꺼져 있는 안씨의 집에 침입해 물품을 물색하다가 잠에서 깨난 안씨에게 발각되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과정에서 잠에서 깨어난 안씨의 아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던 것이다.

그는 범행 당시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었거나 술에 만취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범행의 동기, 수단 및 방법 등에 비추어 죄질이 극히 불량한 점, 피고인의 범행으로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 유족들에 대해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인명경시적 범죄에 대한 일반예방적 차원에서 볼 때, 피고인에게 무기한의 수형생활을 통해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참회와 개선의 마지막 기회를 부여함이 상당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제주 경찰은 살인, 강도 등 5대 범죄와 관련해 형사부서와 지구대간 사건처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형사부서의 강·폭력사건 전담체제로 전환하면서 범인 검거에 만전을 기하면서 안전한 제주사회 구축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소식은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성(性)과 원한, 가족 등 돈 이외에도 범죄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매우 많지만, 이러한 범죄를 접할 때면 지금보다 경제가 더 어려웠던 때에도 나눔을 미덕으로 알고 정겹게 살았던 당시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미디어제주 취재부 / 문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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