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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곡중 아이들 “우리가 4·3을 제대로 알릴게요”
서울 마곡중 아이들 “우리가 4·3을 제대로 알릴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4.02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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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치활동을 하며 제주4·3 꾸준히 알려와

올해는 4·3티셔츠 제작해 ‘이름을 찾자’며 제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4월이면 4·3을 이야기한다.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알리자고 한다. 한국 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4·3은 제대로 알려지고 있을까. 노력은 하지만 4·3을 제대로 알리는 일은 늘 부족하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한 중학교의 이야기를 들으면 달라진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마곡중학교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마곡중학교는 6년차 혁신학교이다. 혁신학교 이전과 이후, 마곡중은 그야말로 변신을 했다. 혁신학교로 성장한 대표적 학교이기도 하다. 혁신학교로 변신을 한 뒤 학생수도 늘어났다. 현재는 600명을 웃돈다. 학생수의 증가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학생의 절반이 학생회 활동을 한다는 점이다.

마곡중학교는 8개의 학생 자치부서가 있고, 학생의 절반인 300명이 학생회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활동 가운데 4·3이 중심에 서 있다.

마곡중 학생들이 4·3에 본격 관심을 기울인 건 지난 2017년이다. 미국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운동이 펼쳐지는 사실을 학생들은 알게 된다. 그러자 학생들은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1주일간 교문 앞에서 서명을 받았다. 260명의 서명을 받은 학생회는 손편지를 4·3범국민위원회에 전달했다. 그게 마곡중 4·3활동의 시작이었다.

서울 강서구 마곡중학교 아이들은 4.3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올해는 티셔츠를 제작했다. 티셔츠 뒷면에 4.3 이름을 찾자는 영어 문구가 뚜렷하다. 미디어제주
서울 강서구 마곡중학교 아이들은 4.3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올해는 티셔츠를 제작했다. 티셔츠 뒷면에 4.3 이름을 찾자는 영어 문구가 뚜렷하다. ⓒ미디어제주

아주 작은 4·3활동은 학생들을 더욱 크게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범국민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들로부터 “조상들의 피해를 전달해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받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4·3을 알려는 학생들의 요구는 빗발쳤다. 국어시간 독후감 읽기를 4·3 관련 책으로 해달라는 요구, 역사 과목 1시간도 4·3으로, 미술시간 역시 4·3이 포함되는 협력수업을 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 물론 그대로 이행됐다. 가능했던 이유는 혁신학교였기 때문이다.

좋은 건 퍼지게 마련이다. 서울 강서구 지역의 강서연합모임 학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8년엔 강서연합 10개 학교가 제주평화기행이라는 카드를 그해 2월에 내밀었다. 당시는 4·3 70주년이었고, 범국민위원회와 4·3평화재단이 어떻게 하면 4·3 70주년을 효과적으로 알릴지 고민을 하던 때였다.

마곡중 아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는 4·3을 앞두고 교문 앞에 600개의 동백꽃을 내거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순전히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

4·3은 늘 봄에 찾아온다. 따뜻한 봄이지만 4·3이 낀 봄은 늘 따뜻함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런 봄을 잘 아는 마곡중은 개학과 마주하는 3월부터 5월까지를 ‘인권평화주기’로 운영하고 있다. 교내에 부스를 만들어 평화와 인권을 알리고, 광화문까지 가서 인류의 보편적 이야기를 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무심하게도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인권평화주기를 맞아 평화기행을 해오곤 했는데 올해는 어렵게 됐다. 그러자 또다른 아이디어를 들고 왔다. 마곡중 아이들이 4·3을 기억하는 특별한 방법으로, 티셔츠를 제작했다. 평화기행에 쓰려던 예산을 4·3을 기억하는 티셔츠 예산으로 쓰이게 됐다.

학생들이 만든 티셔츠 뒷면엔 ‘4·3의 이름을 찾자’는 정명(正名) 운동도 제시하고 있다. 언젠가는 백비에 4·3의 이름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들도 안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인 올해 1월초에 몇몇의 학생들이 제주를 찾은 일이 있다. 제주도교육청이 마곡중의 4·3 활동을 격려해주려고 학생과 교사를 초청했고, 그때 제주를 찾았던 학생의 아이디어가 티셔츠로 빛을 내게 됐다.

서울 강서구 마곡중학교 아이들이 만든 4.3 티셔츠. 옆면엔 4.3이 대한민국의 역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서울 강서구 마곡중학교 아이들이 만든 4.3 티셔츠. 옆면엔 4.3이 대한민국의 역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티셔츠는 말한다. 제주4·3의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아 달라고.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활동이 위축됐지만 마곡중 아이들은 그 티셔츠를 입고 4월 3일 광화문을 찾을 계획이다. 광화문에 참여하는 인원은 코로나19 때문에 최소화했다. 광화문에 가야한다며 부모와 교사를 설득했다. 4월 3일 광화문엔 마곡중을 졸업한 3기 학생회장부터 현재 학생회장인 6기까지 모인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지원하는 마곡중 김구영 교사는 너무 뿌듯하다고 한다. 제주출신이기도 한 김구영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4·3활동을 하면서 학생회도 덩달아 커졌다. 학생 자치회를 통해 스스로 자기결정을 하는 게 놀라움 따름이다”며 “평화기행을 가지 못하는 대신에 학생들이 티셔츠를 만들었고, 그 옷을 입은 학생들을 보니 너무 뿌듯하다. 4·3을 제대로 알리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마곡중의 4·3 알리기는 학교 중심이 아닌,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활동이라는 점이 더 반갑다. 조만간 4·3을 알리는 여름티도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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