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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오명 벗은 美아카데미…봉준호 '기생충' 작품상 外 4관왕(종합)
'로컬' 오명 벗은 美아카데미…봉준호 '기생충' 작품상 外 4관왕(종합)
  • 미디어제주
  • 승인 2020.02.1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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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 외국어영화 '작품상' 수상…"인식개선 위해 노력"
해외 영화인·팬 사이에서 '기생충' 인기…새로운 문화 선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대로 일을 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에 오른 것이다.

지난 10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는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앞서 영화 '기생충'은 최고상인 작품상 외 감독상·각본상·편집상·미술상 그리고 국제영화상까지 6개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린 건 처음 있는 일. 그러나 '백인들의 축제' '영미영화 판'이라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까지 이어지리라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아카데미상은 주로 미국 영화(인)를 대상으로 하는 데다가 수상자(작)를 결정하고 투표하는 AMPAS 회원(6000여명) 역시 대다수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다.

2020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오른 '기생충' 봉준호 감독 [사진=AFP 연합뉴스]
2020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오른 '기생충' 봉준호 감독 [사진=AFP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 역시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영화가 지난 20년 동안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쳤음에도 아카데미 후보로 오르지 못한 건 오스카는 로컬(지역 시상식)이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봉 감독의 해당 인터뷰는 미국 내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의 발언을 담은 트위터 게시물은 1만4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해외 영화인과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고 영화계 새로운 유행과 문화가 만들어졌다. '로컬 시상식' 문화를 따르던 아카데미 회원들도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봉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판'을 바꾸었다.                          

먼저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는 '나이브스 아웃'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각본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는 한국어로 수상소감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한 작가는 "미국의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 제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스토리텔러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어 모두가 예상한 국제영화상도 '기생충'의 몫이었다. 봉 감독은 마지막 수상이라 여겼는지 "외국어영화상이 국제장편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 뒤 처음 받는 상이라 더욱 의미가 깊은 것 같다. 오스카의 취지와 방향성에 박수를 보낸다"라며 배우·스태프·제작진에게 오래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 '기생충'의 주연배우들[로이터=연합뉴스]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영화 '기생충'의 주연배우들[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시작이었다. 감독상도 작품상도 모두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의 몫이었다. 특히 '아이리시 맨'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조커' 토드 필립스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1917' 샘 멘데스 감독 등 미국 영화인들이 사랑하는 감독들을 제치고 수상한 터라 의미가 남달랐다.                                                   

감독상 수상 후 봉 감독은 "어릴 적 영화 공부를 하며 가슴에 새긴 말이 있었다.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말이다. 바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이다. 학교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를 보며 공부한 사람이다.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이렇게 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사람들이 저의 영화를 모를 때 항상 제 영화를 추천 리스트에 뽑았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감사하다. 같이 후보에 오른 감독들 모두 좋아하는 이들이다.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전기톱으로 (트로피를) 잘라 나누어 가지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20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직후, '기생충' 배우들과 곽신애 대표, CJ 이미경 부회장 등. [로이터=연합뉴스]
2020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직후, '기생충' 배우들과 곽신애 대표, CJ 이미경 부회장 등. [로이터=연합뉴스]

최고상인 작품상을 앞두고 시상자 제인 폰다는 아카데미가 '변화'를 위해 부단히 애썼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고 '기생충'은 한국은 물론 외국어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차지했다. "드디어 '로컬 시상식'이라는 오명을 벗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상을 받은 뒤 무대에는 봉 감독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CJ 이미경 부회장, 배우들이 올랐다.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은 기립 박수로 마음을 전했다.

곽 대표는 "말이 안 나온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라며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을 지원해 준 모든 분, 사랑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 저희의 꿈을 만들기 위해서 항상 지원해줬다. 특히 한국 영화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그들이 있었기에 감독님과 창작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관객들에 영광을 돌렸다.                              

이 밖에도 '기생충'은 편집상 양진모 편집 감독, 미술상에 이하준 미술 감독이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됐다.                                          

한편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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