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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육공무원 인사제도 개정 후 첫 인사에 '삐걱'
제주교육공무원 인사제도 개정 후 첫 인사에 '삐걱'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1.31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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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2020년 3월 1일자 교육공무원 정기인사 단행
‘중, 고등학교 간 전보는 일대일 동수 전보가 원칙’ 조항 신설 후 첫 인사

도교육청, “고등학교→중학교 전보 희망자 몰려, 교사 불균형 예방 위함”
교사 측, “공석에 신규 채용 우선하는 것은 기존 교사에 대한 배려 부족”

2020년 3월 1일자 제주교육공무원 정기인사, 문제가 있다고?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2020년 3월 1일자 교육공무원 정기인사를 단행하며, 도교육청의 인사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보를 희망하는 학교에 공석(채용 인원)이 있는데도, 해당 학교로 전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문제를 제기한 A교사는 도교육청 관계자에게 “해당 학교는 신규 채용 혹은 기간제 임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라 현 교사를 전보시키기 곤란하다는 답을 얻었다고 한다.

교육공무원 인사에서 학교 간 전보는 현 교사의 희망 근무지를 우선 반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같은 지역에서의 전보의 경우) 현직 교사들의 희망 근무지를 반영해 인사이동을 완료한 뒤, 모자란 인력을 새로 충원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라는 뜻이다. 신규 충원을 우선하는 경우는 해당 과목에 대한 연구 혹은 전문 인력이 필요한 특수한 상황에 한정된다.

A교사와 동일한 과목인 B교사도 같은 일을 겪었다. 30년 이상 교직 생활을 하고, 정년을 2년여 앞둔 있는 B교사는 읍면지역 고등학교에 근무 중이다. 그는 집과 가까운 동지역 중학교(1지망) 혹은 고등학교(2지망)로 전보를 희망하고 있었다. 동지역 중학교의 경우, 자신의 지도과목에 대한 교사 충원이 대거 이뤄질 예정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B교사는 이번 인사에서 1지망과 2지망이 아닌, 집과 거리가 먼 지역의 고등학교로 인사 발령이 났고, 그 결과 도교육청의 인사 제도에 의구심을 품게 됐다.

이와 관련, B교사는 ‘단지 선순위 지망 학교로 전보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공석이 있는데도, 기존 교사를 배려하지 않는 인사 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석인 자리를 신규 채용이나 기간제로 (채용)하려는지 몰라도, 기존 교사를 배려하는 것 없는 이러한 인사가 황당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고등학교→중학교 교원 전보, 공석 있어도 ‘일대일 매칭’ 안 되면 불가능해

A교사와 B교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도교육청의 이번 인사는 “현 교사에 대한 배려는 뒤로 미루고, 신규 채용만을 우선시한 인사”가 되는 셈이다.

제주도교육청에서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번에 제기된 인사 문제는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전보를 원하는 교사”의 경우였음을 밝히며, 모든 인사는 인사관리기준에 따라 결정된 사항임을 밝혔다.

관련 인사기준은 아래와 같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공무원(중등) 인사관리기준 제21조 1항: 중, 고등학교 간 전보는 교과별 일대일 동수로 전보함을 원칙으로 한다

위 인사기준에 따르면,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전보를 희망하는 교사가 한 명 있는 경우. 반대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전보를 원하는 교사가 한 명 존재해야 한다. ‘일대일 동수로 전보함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2019년 10월 18일 신설되었으며,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내) 고등학교에서 강력히 요구했고, 여론수렴기간을 거쳐 신설한 조항”임을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중학교는 네시 반 퇴근이고, 고등학교는 퇴근 시간이 좀 더 늦은 편이다. 그러니 고등학교보다는 중학교에서 근무하길 희망하는 교사가 더 많은 편이고, 이에 지금까지 신규 교원이 고등학교를 채우게 되어, 교사 수급에 불균형을 초래해왔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등학교는 입시와 직결되어 있기에, 경력 면에서 뛰어난 교사들이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이 학생을 위한 길이라는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러한 이유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간 전보는 교과별 일대일 동수를 원칙으로 한다’라는 조항이 신설되었음을 강조했다. ‘일대일 동수 전보’에 대한 법 조항이 없다면, 중학교 근무를 희망하는 교사가 몰려, 고등학교와 중학교 간 교사 수급 불균형이 야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교사의 입장은 다르다. 해당 학교에 공석이 있는데도, 단지 법 조항 때문에 전보가 불가하다는 것은 “기존 교사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인사 제도”라는 입장이다.

 

서울의 경우 '일대일 동수 전보' 조항 없어... "제주는 왜?"

타지역의 경우엔 어떨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특별시교육공무원 인사관리기준에는 제주와 같은 법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등학교와 중학교 간 전보라 하더라도, 동일 지역(서울시 권역)에서의 전보라면, 일대일 전보와 무방하게 인사 발령이 가능하다. 제주도교육청이 우려하는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의 전보 희망자가 몰리는 상황'이 되면, 집의 위치 및 근속연수 등을 고려해 선순위자를 선정, 전보가 진행된다.

이와 관련, 서울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의 C교사는 “교원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동성’에 대한 고려”라고 말한다.

그는 한가지 예를 들었다. 사립 학교에서 공립 학교로 이동을 희망하는 교사의 경우, 근속연수가 많을수록 선 순위 대상자가 된다. 이렇게 되면, 근속연수가 적은 교사보다는 호봉이 높은(월급이 많은) 교사가 공립 학교로 이동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경력이 많은 베테랑 교사가 충원되는 것이기에, 학생들에게는 유익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추가 교원 확보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C교사는 “경력이 적더라도 다수의 교사를 채용하길 원하는 학교에, 호봉이 높은(월급이 많은) 교사가 채용되어 난감한 경우를 본 적이 있다”면서 “학교별, 지역별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인사제도가 필요함”을 피력했다.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 만든 제도가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C교사는 “특별한 잣대를 정해두었을 때, 교사 혹은 학교 측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 “인사를 진행할 땐, 늘 현장을 살피고, 유동성을 고려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끝으로 이번 2020년 3월 1일자 제주교육공무원 정기인사에 문제를 제기한 B교사는 이런 말을 했다.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의 전보가 일대일로만 이뤄진다는 조항이 신설됐다면, 도내 전 교사에게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서 공론화를 했어야 합니다. 아마 이런 내용을 모르는 교사 분들이 8~90% 될 것 같습니다. 30년 교직에 있으며, 이런 인사는 처음이에요. 인사라는 것은 수급 조절을 하며 해야 하는데, 자리가 있는데도 발령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교육 차원에서 경험이 풍부한 교사가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라는 식으로 (인사 발령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처럼 퇴직이 1~2년 남은 원로교사의 경우 배려를 해주고 해야하는데, 이번 인사같이 비애감을 느낀 것은 처음입니다.”

관련 인사법이 신설된 후 단행된 첫 제주교육공무원 정기인사다.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법은 존재하기 힘들겠지만,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논의의 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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