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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 보이지만 무조건 ‘안전’을 담으려 했어요”
“위험해 보이지만 무조건 ‘안전’을 담으려 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1.16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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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야 공부다] <13> 영국 런던의 놀이터⑤

세계 여러 나라는 어린이들이 뛰노는 공간을 만들기에 열심이다. 우리나라인 경우 다소 늦었다. 2015년에야 ‘어린이 놀이헌장’을 제정해 모든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선언했다. 어린이들의 놀 권리는 아무래도 선진국이 앞서 있다. <미디어제주>는 독일과 일본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엔 영국을 찾았다. 영국은 어떻게 놀이를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현장도 몇차례 둘러본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 주]

 

홀랜드파크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

아이 혼자가 아닌 어른 동반해야만놀이 가능

도시내 차량증가는 아이들의 놀 공간을 빼앗아

롭 휘웨이, 관련 연구 통해 차량문제점 적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권리는 지난 1989년부터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포함됐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여전히 어린이들에게 놀 권리에 대한 우선권을 주지 못해왔다고 반성하고 있다. ‘놀 권리’를 주자면서도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를 들라면 급속한 도시화를 빼놓을 수 없다. 도시화는 인간이 지배하는 환경을 만들기보다는 자동차가 지배하는 도심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지배는 아이들에겐 ‘위험’이라는 산물을 안겨줬다. 거리의 놀이를 사라지게 만들었고,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도 제한적으로 만들었다.

영국의 세계적 바깥놀이 전문가인 롭 휘웨이는 거리에서 진행되는 놀이가 무척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지난 2011년 국제놀이협회(IPA) 주관으로 열린 회의에서 발표한 주제는 거리의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얘기한다. 그는 ‘대부분의 놀이 전략은 틀렸다(Most play strategies are wrong)’는 주제발표를 통해 가로환경에 따른 놀이차이를 설명했다.

홀랜드파크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홀랜드파크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홀랜드파크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의 모래 시설. 미디어제주
홀랜드파크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의 모래 시설. ⓒ미디어제주

롭 휘웨이는 영국 카디프 지역의 두 곳을 비교 검토했다. ‘직선도로가 나 있는 곳(1지역)’과 ‘구부러진 도로를 지니며 막다른 골목이 있는 곳(2지역)’이었다. 1지역은 차가 자유롭게 오가고 빠르게 지나간다. 2지역은 그러지 못하다. 막다른 골목이 있기 때문에 차량 이동에 제한이 따른다. 롭 휘웨이는 결론적으로 2지역의 아이들이 잘 논다는 점을 발표자료에서 강조했다. 롭 휘웨이의 연구는 어쩌면 당연하다. 차량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곳은 아이들이 놀기엔 천국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우리나라나 아이들의 놀이에 대한 고민을 하지만, 결국 집주변 놀이는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집 가까운 곳이 아닌, 놀이시설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나게 만든다. 아이들은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가거나, 부모들은 자신의 차량으로 아이들을 놀이터에 데려다 주는 경우도 빈번하다.

롭 휘웨이는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길 원한다. 활발하게 되기를 원한다. 또한 놀고 싶어한다. 그러나 차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런 아이들을 내버려두지 않는 것은 바로 어른들이다”고 말했다.

롭 휘웨이의 생각대로 됐으면 좋으련만 도시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의 놀 환경을 구상하기보다는 차량이 어떻게 이동하는지에만 관심을 둔다. 차량 위주가 되었기에 어른들은 아이들의 바깥놀이를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도시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롭 휘웨이의 구상은 이상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

‘놀아야 공부다’ 기획은 길거리 놀이에 대한 꿈을 롭 휘웨이처럼 가지고 있다. 그런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가지며 만날 놀이공간은 런던에 있는 ‘홀랜드파크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이다. 홀랜드파크 서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홀랜드파크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홀랜드파크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한꺼번에 10명이 탈 수 있는 그네. 미디어제주
한꺼번에 10명이 탈 수 있는 그네. ⓒ미디어제주
미끄러지지 않도록 미끄럼방지 시설을 해두었다. 홀랜드파크 플레이그라운드는 곳곳에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미끄러지지 않도록 미끄럼방지 시설을 해두었다. 홀랜드파크 플레이그라운드는 곳곳에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홀랜드파크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는 오전 7시 30분부터 해가 질 때까지 놀 수 있다. 물론 나이 제한이 있다. 5세부터 14세까지이다. 어른은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 이 공간에 들어올 수 있다. 애완견을 데리고 오더라도 이 공간엔 들어오지 못한다.

홀랜드파크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는 집라인과 몇가지 새로운 놀이시설을 확보, 지난해 7월 재오픈했다. 배수시설도 고치고 습지를 체험하는 공간도 확보했다. ‘킬번 어드벤처 놀이터’와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에 있는 ‘텀블링 놀이터’ 등을 설계한 이렉건축이 홀랜드파크의 놀이공간에도 도움을 줬다.

홀랜드파크 놀이공간은 ‘위험’해 보이지만 ‘안전’을 구현하려 애썼다. 바닥은 모래공간을 빼면 탄성재질이다. 오르고 내리게 만든 공간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미끄럼방지 시설을 해두고 있다. 아이들이 놀면서도 안전을 확보한 최적의 공간이다.

그러나 홀랜드파크 놀이공간은 롭 휘웨이의 구상이 실현된 곳은 아니다. 어른들은 반드시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만 한다. 어쩌면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와서 노는 공간을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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