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7:35 (목)
“행안부 지침 범위 내에서만” vs “사측 협의된 내용도 뒤집어”
“행안부 지침 범위 내에서만” vs “사측 협의된 내용도 뒤집어”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12.27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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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개발공사 파업 사측-노조 주장 팽팽
‘말바꾸기’ 경영진 불신…파업 장기화 우려
복리후생 5.7% 두고도 노-사간 입장차 커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은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개월 동안 협상을 하면서 합의된 사항에 대해 경영진이 수차례 말을 바꿔 노조 측은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인데다, 사측과 노조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파업 장기화마저 우려된다.

27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주도개발공사 건물에 내걸린 경영진 퇴진 요구 현수막. ⓒ 미디어제주
27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주도개발공사 건물에 내걸린 경영진 퇴진 요구 현수막. ⓒ 미디어제주

제주도개발공사 사측과 노동조합 관계자는 27일 오후 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임시사무동에서 잇따라 기자들과 만났다.

사측을 대신해 기자들과 만난 강경구 제주도개발공사 경영기획본부장은 행정안전부의 ‘2020년도 지방출자출연기관 예산편성 지침’과 ‘총임금’을 거론하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경구 본부장은 지난 26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2시까지 이어진 노조와 협상이 결렬된데 대해 “지방공기업 규범을 준수해야 하는데,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부분을 수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정한 지침상 내년도 인건비 총액 상한선이 올해 대비 4.2% 인상이어서, 이를 초과한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강 본부장은 사측이 노조와 협의된 합의안을 수차례 번복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미숙했다”며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 “잠정 합의는 했지만 추가적으로 검토하면서 ‘규정’(행안부 지침)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해 그런 것”이라며 “약속을 안 지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사측 “내년 인건비 총액 상한선 4.2%…초과 안 돼”

제주도개발공사 강경구 경영기획본부장이 27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임시사무동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도개발공사 강경구 경영기획본부장이 27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임시사무동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강 본부장은 “인건비 총액의 인상 상한선(4.2%)이 있어서 우리는 이를 지키면서 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보수 규정이 승인을 받지 못하면 무효가 되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체협약을 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강 본부장에 이어 기자들과 만난 허준석 제주도개발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허준석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시작한 단체협상이 합의 단계까지 갔지만 경영진이 약속을 어긴데다, 예고된 파업 하루 전인 지난 26일 12시간 동안 이어진 협상에서도 경영진이 세 차례나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허 위원장은 “사측이 ‘법령에 위반되는 부분이 걱정된다’고 해서 우리가 ‘(추후에라도) 위반되는 부분이 있으면 즉각 삭제 수정 한다’는 문구를 단체협약에 놓겠다고 제안했고 합의했는데 조금 있다가 다시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겠다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어진 협의에서도 우리가 요구한 설·추석 상여금 120%에 대해 사측이 삭제를 요청했고 ‘수용하면 협약을 하겠다’고 해서 수용했지만 다시 2시간이 지난 뒤 사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토로했다.

특히 “지난 26일 새벽 마지막 협상에서 사측이 임금 총액 대비 9.9% 인상을 제안했다가 이 마저도 말을 바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26일 마지막 협상에만 사측 세 차례 말 바꿔”

제주도개발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7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임시사무동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도개발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7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임시사무동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 미디어제주

허 위원장은 “우리가 요구한 설추석 상여금 120%와 일정 성과 이상 달성 시 지급하는 성과급 180% 등 300%를 포기하는 대신 행정안전부가 정한 4.2%에 나머지 5.7%를 복리후생으로 지급하는 것에 대해 사측이 먼저 제시했다”며 “우리는 이마저도 수용하겠다고 해 합의에 이를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사측이 다시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최종 결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임금 대비 5.7%를 환산 시 1인당 약 200만원 내외로, 전체 직원이 765명(노조원 27일 기준 617명)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18억원 가량이다.

허 위원장은 그러면서 “(협상에)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것 같다”며 “제주도정의 어떤 지침이 아닌가 생각된다”고도 했다.

사측 관계자는 허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임금 총액 9.9% 인상안은 우리가 아닌 제 3자가 중재안으로 들고 온 것일 뿐”이라며 “우리는 4.2% 외에 5.7%를 더 준다고 하지 않았다. 9.9% 인상안도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사측과 노조의 상반된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파업으로 인한 갈등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개발공사 노조는 오는 30일 출정식을 갖고 31일에는 첨단과학기술단지 임시사무동에서, 다음 달 2일부터는 제주특별자치도청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행정안전부의 ‘2020년도 지방출자출연기관 예산편성 지침’에서 총인건비 예산은 전년도 총인건비 예산 대비 행정안전부장관이 제시한 인상률(별도 통보) 범위 내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고 협의해 인상률을 적용,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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