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서울 상위권대 합격생 다수 배출... "애월고 미술과 비결은?"
서울 상위권대 합격생 다수 배출... "애월고 미술과 비결은?"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2.26 15: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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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고등학교 미술과, 탄생 후 첫 대학 입시에서 '대성공'
서울대·홍대 등 서울 지역 상위권 대학 합격자 다수 배출
"입시 위주 교육 벗어나 독서토론 등 다방면 심화 교육해"
(왼쪽부터)애월고 3학년 김민협 학생, 김정민 학생, 김형준 교장, 오건일 교사, 김시원 학생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 이번만큼은 예외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었던 특별한 사례, 애월고등학교 미술과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애월고 미술과는 2017년 신입생 선발을 시작으로, 올해 처음 대학진학 수시전형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대학 진학이 미술과 존재의 목적은 아닐 테지만, 그런데도 이번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3학년 재적 학생 39명 중 상당수 학생이 수시전형을 통해 서울 지역 상위권 대학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밝힌 '2020학년도 서울 지역 상위권 대학 수시전형에 합격한 애월고 미술과 학생'은 서울대 1명, 홍익대 5명, 한예종 2명, 이화여대 1명, 경희대 1명, 덕성여대 1명, 성신여대 1명, 중앙대 2명, 단국대 3명 등이다. (중복합격자 포함)

애월고등학교 김형준 교장.
12월 26일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열린 회견에서 성공적인 대입 결과에 대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를 찾아 대부분 수시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학생들의 노력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지도부장 선생님, 미술과 선생님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 애월고등학교 김형준 교장

대한민국에서 미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입시 학원을 고려해봤을 터. 지금도 상당수 학생은 전문 입시 학원에서의 실기 연습을 통해 대입을 준비한다.

하지만 애월고 미술과는 다르다. 학원에 다니지 않더라도, 학교에서 모든 준비를 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3년 동안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입시 준비를) 전부 소화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일반고등학교에서 밤 10시~11시까지 자율학습하는 것을 하지 않고, 1~2학년은 8시 10분, 3학년은 9시까지 하는 그런 정도로. 야간심화학습도 없이 학생을 지도하며 첫 졸업생 성과를 성공적으로 냈다는 것. (애월고 미술과의) 교육과정이 만족스럽습니다.” / 애월고 김형준 교장

“애월고등학교 미술과가 생기면서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새롭게 (미술과 교육과정을) 시작한다는 것에 부담도 많았고, 결과나 운영에 대한 부담이 많았죠. 하지만 제주에 이러한 모형, 스타일의 미술과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고,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목적의식이 있었습니다.” / 애월고등학교 오건일 교사

애월고등학교 예술부장 오건일 교사.
애월고 미술과 프로그램을 도맡아 구성한 그는 미술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예술부장 오건일 교사는 애월고에 남다른 애착이 있다. 입시 미술학원 원장 출신인 오 교사이기에 그 애정은 더욱 컸다.

“애월고 미술과는 신입생 선발을 할 때, 실기 시험을 보지 않아요. 실기를 보게 되면, 고교 미술 입시를 위한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생겨날 수 있거든요.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애월고 미술과 존재의 명분이 약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기를 보지 않고, 면접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됐죠.” / 오건일 교사

실기를 보지 않고, 면접만으로 미술과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것. 학교 측에서는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김형준 교장은 미술 실기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인생을 미술에 걸려고 하는 학생인지’ 면접을 통해 확인합니다. 미술에 대한 열정을 평가하는 거죠. 저도 처음에는 미술 실기 시험을 치러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미술 선생님들 말씀이 ‘미술 실기 능력은 3년 동안 가르치면 향상이 됩니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열정만큼은 가르쳐서 될 일이 아닙니다’라고 하더군요.” / 김형준 교장

실력보다 열정을 우선시한다는 애월고 미술과의 철학은 기대보다 빨리 응답을 받았다. 앞서 언급했듯 제1회 졸업생의 대학 입시에서 여느 명문 고등학교 못지않게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미술 입시를 시작할 때,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입시를 하는 도중에 회의를 느끼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학생도 많고요. 하지만 저는 애월고 미술과의 로테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적성에 맞는 과와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어요. 로테이션 프로그램이란, 1학년 1학기에 4개 전공(한국화, 서양화, 디자인, 조소)을 모두 들어보고, 2학기에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형식이에요. 2학년부터는 선택 전공에 대한 심화 학습을 하게 되죠. 그러면서 입시를 ‘대학을 위한 부담스러운 과정’이 아닌, ‘나를 알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대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애월고 미술과 3학년 김시원 학생

애월고 미술과 3학년 김시원 학생은 2020학년도 수시전형을 통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했다. 그는 대학 면접에서 “제주에서 느낄 수 있는 환경이나, 주변 경험을 솔직하게 그림에 담고 싶다. 진실한 그림을 그리려 노력한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애월고등학교 미술과 3학년 김시원 학생.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했다.

“테크닉이 우수한 작가보다, (자신만의) 생각이 있는 작품을 하는(그리는) 작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애월고 미술과에서는 독서 토론 활동을 매주 하고 있어요. 교과 시간에 학생이 직접 발표하는 시간도 자주 갖고 있고요.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줄 알아야 하거든요. 보통 대학생 작가를 ‘준 작가’라고 표현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생이지만, ‘준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훌륭한 각자만의 생각을 갖고 있죠.” / 오건일 교사

오 교사의 말을 듣던 김시원 학생이 다시 말을 잇는다.

“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책임감을 느끼자 생각하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이는 작가로의 삶 뿐 아니라 앞으로 제가 하는 모든 일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수업 중 토론이 굉장히 많은데요. 친구들과 서로의 가치관이 겹치고, 충돌하고 하는 과정이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김시원 학생

김시원 학생의 작품.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그린 그림이다.
인간의 시선을 벗어나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편견 없이 바라본 세상을 그렸다고 한다. 사회적 지위나 부족함이 아닌, 그들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체온의 온기.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온기에 주목해 작품을 표현했다고.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작품에 녹여내는 활동이 있었어요. 저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고, 작품을 하나 만들었는데요. '삼계탕 안에 있는 닭'을 표현한 작품이에요. 따뜻한 물을 온천인 줄 알고, 즐기고 있는 닭의 모습이죠. 피지배자들이 지배당하는 것을 모른 채, 이곳이 파라다이스인 줄 알고, 믿고, 살아가는 우매한 대중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 애월고 미술과 3학년 김정민 학생

홍익대학교 조소과에 입학한 김정민 학생은 기발한 상상력을 담아 작품으로 표현해낸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제주도교육청 본관에 꽤 오래 전시되기도 했다.

“저는 서울대학교 조소과에 입학했는데요, 애월고 미술과 3년의 시간 동안 지도해주신 2명의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모두 존경하는 선생님이에요.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것을 느껴요.” / 애월고 미술과 3학년 김민협 학생

홍익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수시전형에 모두 합격했다는 김민협 학생. 그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선택했다고.

김민협 학생의 말처럼, 애월고 미술과는 훌륭한 강사진으로 이미 유명하다. 전국 각지에서 실력있는 강사를 영입,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강사 선발은 오로지 실력으로 뽑고 있습니다. 보통 입시 미술에서 강사 선생님이 많으면 2명, 적으면 1명이 필요한데 저희는 20여 명의 훌륭한 강사 선생님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학생을 대상으로 강사 만족도를 평가했는데, 99%~100%의 만족도가 나왔어요. 저희 선생님들보다 인기가 더 좋은 것 같아요.” / 오건일 교사

애월고 미술과는 매년 자체 평가를 통해 강사를 새로 선발한다. 기존 강사의 경우 평가에 통과해야 지속적인 지도 활동이 가능하다. 이렇기에 강사 스스로도 매년 새로운 작품 발표를 하고, 관련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본관 1층에 전시된 애월고 미술과 학생들의 작품들. 교육청 본관 1층부터 3층 곳곳에는 애월고 미술과 학생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애월고 미술과는 “학생들을 교육의 대상이 아닌, 미래의 예술가로 인정하는 교육”을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고교체제개편으로 읍면지역의 고등학교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 제주도교육청의 정책과도 이어지는 내용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었던 애월고 미술과의 특별한 출항. 어쩌면 10년, 20년 뒤 탄생할 세계적인 미술 거장의 출항이 될지도 모를 시작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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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생 2021-02-03 10:48:57
39명 중 중복합격생 제외하면 10명 정도 합격이라는 건가요?

복수는 2019-12-26 18:10:29
교육자라면 학부모를 비롯한 도민사회에 진실하고 정확한 정보를 정직하게 제공바랍니다. 즉, 복수 합격자를 제외하고 학생별 기준으로 정보 제공바랍니다. 아니 한학생이 6개 대학에 지원하여 합격했는데 6개 대학에 합격했다고 선전하면 됩니까?(실질적으로 가장 좋은 1개 대학에 합격한 건데... 5개 대학은 가공의 합격입니다.) 이런 것을 소위 '뻥띄기'라고 하며, 이러한 정보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설사 우수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그 성과가 오히려 폄홰될 수 있습니다. 교육자분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선전바랍니다. 그러면 그것을 보고 애월고 미술과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