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3:47 (금)
청소년이 말하는 문화예술, "이런 모습이에요"
청소년이 말하는 문화예술, "이런 모습이에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2.24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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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꽃은 학교에서] <20> 청소년이 바라보는 '문화예술'

제주도내 문화예술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에게 묻다
"당신에게 문화예술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답변 톺아보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선진국을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뭐가 다를까. 먹는 것, 입는 것, 여러 가지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문화예술은 특정한 사람들이 누리는 산물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즐기는 보편타당한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선진국입니다. 특히 문화예술은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합니다. <미디어제주>는 제주도내 각급 학교의 동아리를 들여다보면서 문화예술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심어지고 있는지 살피는 기획을 싣습니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제주도내 문화예술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아이들이 직접 답한 단어들.<br>
제주도내 문화예술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아이들이 직접 답한 단어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이런 말을 했다.

“예술은 당신이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아나톨 프랑스는 이런 말을 했다.

“안다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상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비슷한 명언을 남겼다.

“나는 상상력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예술가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지식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이들 명언 사이에 공통점을 눈치 챘는가.

그렇다. 직업 예술인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접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사실 21세기를 사는 어른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것만 해도 벅차다. 매일 이어지는 야근,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초과 수당, 한 해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유통 업자만 배부른 농업 생태계 등. 문화예술을 즐기는 건 생활에 여유가 있는 소수만이 가진 특권이자, 배부른 소리 같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이 더 소중하다. 세상의 주인공이 될 우리 아이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법을 알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는 교육의 현장이 바로 이곳,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제주>는 지난 19회 기사를 통해 제주도내 각급 학교의 동아리를 들여다보며, 문화예술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심어지고 있는지 살피는 기획을 실었다.

연극, 춤, 풍물놀이, 인문학, 오케스트라 등 문화예술 활동을 동아리로 시작한 학생들. 이들은 곧 삶 속에서 문화예술을 즐기게 됐다. 이러한 학생들의 긍정적인 변화는 <미디어제주> 취재진의 마음도 덩달아 설레게 했다.

사실 이번 취재에는 <미디어제주>만의 특별한 기획이 하나 있었다. 취재의 맨 마지막에 공통 질문을 던진 것이다.

질문은 간단명료하다.

“당신에게 OO란, 무엇인가요?”

OO에는 학생들 각자가 즐기고 있는 문화예술 장르를 대입했다 예를 들면, 연극 동아리의 경우 “당신에게 연극이란, 무엇인가요?”가 질문이 된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 모두 모아 살펴보자.

 

세화중 댄스 동아리 '오시스트'
안희나

희나에게 춤이란,
희나에게 춤이란, "느낌표가 되고 싶은 물음표"다.

희나: "저에게 춤이란, 느낌표가 되고 싶은 물음표예요. 사실 제가 진심으로 춤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만약 제 꿈을 묻는다면,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댄서’가 되고 싶거든요. 언젠가는 저만의 느낌표를 찾아 몸으로 표현해낼 거예요."

 

탐라중 오케스트라 동아리
고재원·박소민·임채린

(왼쪽부터)(왼쪽부터) 고재원, 박소민, 임채린 학생.<br>이들에게 오케스트라란 '밀고 당기기'라고 한다. 그만하고 싶다가도 계속 하게되는, 마성의 취미다.<br>
(왼쪽부터)(왼쪽부터) 고재원, 박소민, 임채린 학생.
이들에게 오케스트라란 '밀고 당기기'라고 한다. 그만하고 싶다가도 계속 하게되는, 마성의 취미다.

재원, 소민, 채린: “저희에게 오케스트라는 ‘밀당(밀고당기기)’이에요. 연습하며 힘들 땐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무대에 올랐던 순간을 기억하면 그만둘 수가 없어요. 심지어 이젠 연습 시간마저 즐겁다니까요. 마치 오케스트라와 밀당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영주고 연극 동아리 '날개, 돋다'
강지수·김준원

(좌)나에게 연극이란, '정체성'이라고 답한 강지수 학생.<br>(우)나에게 연극이란, '친구'라고 답한 김준원 학생.
(좌)나에게 연극이란, '정체성'이라고 답한 강지수 학생.<br>(우)나에게 연극이란, '친구'라고 답한 김준원 학생.

지수: “저에게 연극이란, ‘정체성’이에요. 연극을 통해 몰랐던 나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나도 남들의 시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구나’, ‘나도 사람들을 이끄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죠. 그리고 제가 연극을 통해 찾은 제 정체성의 핵심은 ‘뮤지컬 연출가’라는 꿈이에요. 3학년 땐 우리 동아리에서도 연출을 맡아 해보고 싶어요.”

준원: “질문을 듣고 한참을 고민했는데요. 비유하자면 저에게 연극이란, ‘친구’같은 존재예요. 무대 위에서 행복할 때가 더 많지만, 공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단원들과 부딪힐 때가 있거든요. 이러한 잡음을 극복하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어요. 친구도 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함께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계속 같이 가는 거죠.”

 

표선고 연극 동아리 '요망진 아이들'
김예지·오소이·김성삼·최세린·이승규

(왼쪽부터) 표선고 2학년 김예지, 오소이 학생.
(왼쪽부터) 표선고 2학년 김예지, 오소이 학생.

예지: “저에게 연극이란, ‘배움’이에요. 연극을 하면서 욱하는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어요. 희곡에는 화내는 연기도 있고, 참는 연기도 있잖아요. 여러 연기를 하다 보니 감정 조정하는 법이 절로 느는 것 같아요.”

소이:’자유’예요. 평소에 감정을 다 드러내고 산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겠죠. 하지만 연기할 때는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요. 내 끼를 미친듯이 방출할 수 있는 점도 좋아요.”

(왼쪽부터) 표선고 1학년 김성삼, 2학년 최세린 학생.
(왼쪽부터) 표선고 1학년 김성삼, 2학년 최세린 학생.

성삼:’다른 인격’이에요. 연기란 곧, ‘다른 인물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과 같잖아요. 인물에 대해 알아가며 ‘이 인물은 슬펐겠구나, 화가 났겠구나’ 이해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하는 것도 좋았고요.”

세린: ’발걸음’이요. 연극을 하며 부원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요. 얻는 것도 많았고, 배운 것도 많아요. 뭔가 더 나은 나를 위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것 같아요.”

표선고 1학년 이승규 학생.
표선고 1학년 이승규 학생.

승규: ’일탈’이요. 수업시간에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건 별로 안 좋아해요. ‘가만히 있는’ 것이 일상인 학교인데, 연극동아리에 오면 좋아하는 연기도 할 수 있고,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아요.”

 

아라중 합창 동아리 '아라코러스합창단'
김경헌

(왼쪽부터)아라중 고성무 교감, 김경헌 학생, 김홍중 교장, 김승호 교사
(왼쪽부터)아라중 고성무 교감, 김경헌 학생, 김홍중 교장, 김승호 교사

경헌: 저에게 합창이란, '용기'예요. 혼자서 무대 위에 올라가 노래하라고 한다면, 못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합창은 달라요. 친구들과 함께니까요. 모두와 함께라면 '용기'를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에게 합창이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용기'랍니다."

 

아라중 밴드 동아리 '로하스 밴드'
홍예빈

(왼쪽부터)아라중학교 강승원 교사, 홍예빈 학생, 김홍중 교장
(왼쪽부터)아라중학교 강승원 교사, 홍예빈 학생, 김홍중 교장

예빈: 밴드는 ‘협동’이에요. 다른 악기들과 협동으로 합주하며, 하나의 곡을 완성해내는 것이 ‘밴드’잖아요. 다 같이 즐기며 협동할 수 있기에, 저는 밴드가 참 좋아요.”

 

남녕고 오케스트라 동아리 '남녕 브라스'
이혜진·강혜미

남녕고 오케스트라 동아리 (왼쪽부터) 이혜진, 강혜미 학생.
남녕고 오케스트라 동아리 (왼쪽부터) 이혜진, 강혜미 학생.

혜진: “저에게 오케스트라는 ‘삶’이에요. 인생을 반으로 나눠도 절반 이상이 오케스트라와 함께해온 삶이거든요. 그래서 오케스크라 자체가 그냥 제 ‘삶’의 일부처럼 느껴져요.” 

혜미: “저에게 오케스트라는 ‘행복’이에요. ‘남녕 브라스’에 들어가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연주를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도 얻었거든요. 동아리 활동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지금이 훨씬 행복해요. 많은 사람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길 바라요. 그러면 더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문화예술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에게 묻다, "당신에게 OO란, 무엇인가요?" 시리즈는 다음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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