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7:54 (수)
“글쓰기와 건축은 ‘설계’라는 점에서 같아”
“글쓰기와 건축은 ‘설계’라는 점에서 같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2.11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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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 <3>

“리우 지아쿤 작품엔 신비함이 아주 많이 묻어나”
쓰촨의 지역성 감안해 자연의 빛을 최대한 담아내
루예유안석조박물관 내부. 미디어제주
루예유안석조박물관 내부. 내부 조명보다 외부에서 빛을 끌어들인다. ⓒ미디어제주
루예유안석조박물관 내부. 미디어제주
루예유안석조박물관 내부. 외부의 빛이 조명이 된다. ⓒ미디어제주
루예유안석조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미디어제주
루예유안석조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앞서 2회에 걸쳐 중국 건축가 리우 지아쿤을 만났다. 그는 중국 쓰촨성 청두시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직원은 26명이다. 그의 사무실은 중국의 전통 냄새가 나는 상가건물에 들어서 있다. 2개 층을 사용하며, 그 속에서 다양한 건축활동을 이뤄내고 있다.

리우 지아쿤은 쓰촨성에 다양한 작품을 선사했다. 그의 첫 작품에 해당하는 건축물은 눈여겨볼 만하다. 불상 등 불교 관련 석상을 수집하는 이의 의뢰를 받아 만든 작품이다. ‘루예유안석조박물관’으로 청두 시내와는 꽤 거리가 있다. 이 박물관의 내부는 물론 외부는 온갖 불상으로 가득하다.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은 불상과 대나무가 맞이한다. 대체 어떤 박물관일까.

자고로 집이란 벽체와 지붕을 지닌다. 물론 바닥이 더해지긴 한다. 집은 벽체와 지붕을 가졌기에 인공적인 빛을 받아야만 한다. 이 박물관은 그렇지 않다. 불상을 도드라지게 드러내는 곳에만 조명을 달았다. 조명이 없는 곳은 자연의 빛을 최대한 받아들이도록 꾸몄다. 바닥에서 빛이 들어오고 지붕에서도, 벽에서도 빛을 받는다. 노출콘트리트로 지어진 이 박물관은 최대한 자연과 가깝게 지내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과연 리우 지아쿤과 함께 일하는 이들은 그에게 어떤 느낌을 받을까. 1년 전에 지아쿤사무실에 들어와서 활동하는 이에게 물었다. 영국의 애든버러에서 건축을 배웠다는 이웨이종씨다.

“익히 리우 지아쿤의 작품을 좋아했어요. 1년 전이었군요. 직원을 모집한다기에 달려왔어요.”

지아쿤사무실에서 건축활동을 하는 이웨이종씨. 미디어제주
지아쿤사무실에서 건축활동을 하는 이웨이종씨. ⓒ미디어제주

이웨이종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의 작품엔 신비함이 아주 많이 묻어있다고 한다. 물론 리우 지아쿤은 외국에서도 인정을 받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리우 지아쿤은 제주에서 작품을 하려면 그 지역을 잘 아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웨이종씨는 제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바다와 먼 거리에 있는 쓰촨성과 제주는 완전 다른 땅이지 않은가.

“저는 워낙 바다를 좋아해요. 그래서 제주도에 꼭 가보고 싶어요. 제주도는 매우 독립적인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만일 제주에서 작품을 한다면 바다가 있고, 현무암이 있는 그곳에서 바닷물을 느끼는 그런 건축을 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쓰촨성 지역의 건축은 어떨까.
“쓰촨성 지역은 습하고, 일조량이 부족해요. 때문에 통풍이 잘되는 건축을 해야 하고, 햇볕이 잘 들어오도록 천창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그제야 다소 이해가 간다. 리우 지아쿤의 작품은 빛을 잘 들게 만든다. 리우 지아쿤의 또다른 작품인 ‘수정방박물관’도 그런 느낌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연의 빛을 내부에 들이려 한다. 지안추안박물관군락에 있는 ‘적색연대날인·도장·벽시계진열관’ 역시 외부의 빛은 내부에 들이는 건 매한가지이다.

수정방박물관. 미디어제주
수정방박물관. ⓒ미디어제주
수정방박물관 모형. 미디어제주
수정방박물관 모형. 외부에서 빛을 끌어들임을 알 수 있다. ⓒ미디어제주
외부의 빛을 잔뜩 머금은 '적색연대날인·도장·벽시계진열관'. 미디어제주
외부의 빛을 잔뜩 머금은 '적색연대날인·도장·벽시계진열관'. ⓒ미디어제주

리우 지아쿤은 중국의 문화혁명 이후 건축 훈련을 받은 건축가 1세대에 속한다. 건축가로서 경험도 있지만 소설을 쓰기도 했다. 작가로서도 성공을 했고, 지금은 건축가로 더 성공을 했다.

그는 말한다. 글쓰기가 선(線)을 표현한다면 건축은 순간을 표현한다. 글쓰기는 언어이지만, 건축을 공간을 말한다. 언뜻 글쓰기와 건축은 달라 보이지만 다르지 않다고 리우 지아쿤은 말한다. 글쓰기는 ‘끝’을 예상하면서 작업을 하며, 건축 설계 역시 성과물을 예상하고 이뤄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설계가 필요하고, 건축 역시 설계를 하는 활동임을 리아 지아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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