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예재단, 재밋섬 건물 매입 위해 "셀프 타당성 검토하나"
제주문예재단, 재밋섬 건물 매입 위해 "셀프 타당성 검토하나"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1.16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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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예술재단, 한짓골 사업 검토 위한 '타당성검토위원회' 선출

재밋섬 건물 매입 '찬성' 단체 소속 6명 대표자, 심의 위원으로 발족
13명 심의 위원 중 6명이 '찬성' 측..."셀프 타당성 검토" 논란 예상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인사(人事)'를 보면 그가 추구하는 '방향'이 보인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바뀌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인사(人事, Human Resource)'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헤드(Head)가 바뀌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들은 인사를 통해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을 배치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다. 기업의 '인사 시스템'을 보면,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이 보인다고. 

이를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의 '제주아트플랫폼 타당성검토위원회'에 대입해보자. 재단이 뽑은 위원회의 명단을 보면, 재단이 추구하는 바를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 한짓골 사업 검토하려 '타당성검토위원회' 발족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매입을 추진 중인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재밋섬 건물. © 미디어제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매입을 추진 중인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재밋섬 건물. © 미디어제주

들어가기에 앞서, 제주아트플랫폼 사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재단 육성기금 100억원에 삼도이동 재밋섬 건물을 매입, 이를 공공 공연연습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가칭)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이하 한짓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물 매입 후 리모델링비 60억과 세금 등을 합하면 약 172억여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하지만 건물 계약 과정에서 △계약금 2원, 계약해지 위약금 20억원의 매매계약서 △사업의 공론화 과정 부족 △도의회 의견 무시한 채 사업 강행 △재밋섬 건물 감정평가에 미흡한 점이 있는 점 등의 문제가 불거졌고, 재단은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주문에 따라 ‘제주아트플랫폼 타당성검토위원회’를 꾸리게 된다.

사실 해당 사업은 1년 넘게 '한짓골 사업'이라 불리며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었는데, 지난 11월 12일 재단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살피면, '제주아트플랫폼 사업'이란 이름으로 명칭이 정정된 것을 알 수 있다.

아무튼 결론은 '한짓골 사업'과 '제주아트플랫폼 사업'은 같은 사업이라는 뜻이다. 

재주문화예술재단의 기본재산 목록. <br>​​​​​​​재단은 현금 약 170억원 중, 113억원을 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기준, 재주문화예술재단의 기본재산 목록.
재단은 이중 '육성기금'에 해당되는 100억원으로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려 한다.

지난 12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활동을 알린 ‘제주아트플랫폼(한짓골 사업) 타당성검토위원회’. 이는 한짓골 사업의 타당성과 더불어 △사업에 대한 도민 공감대 형성 노력 부족 △매매계약의 불합리한 약정내용 △감정평가 금액의 시장가치 미반영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구성된 기관이다.

한짓골 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할 주요 기관이기에 위원회는 곧, 도민을 대표하는 의사결정 기관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도민을 대표하며, 공정성을 담보하는 위원 구성이라고 하기엔, 한쪽에만 유리하게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타당성검토위원회 13인 중 최소 6명, '재단 측 유리한 인사'

먼저 재단이 선정한 위원회 위원들의 소속 및 관련 단체명을 살펴보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이 구성한 한짓골 사업 타당성검토위원회 13인 위원의 소속 및 관련 단체명>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 / 한국음악협회 제주도지회 / 한국무용협회 제주도지회
삼도2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 제주여민회 / 제주문화포럼 / 제주경실련 / 언론인
변호사 / 공인회계사 /제주건축가협회 / 감정평가사 / 한국예총서귀포지회

13명의 위원 중 문화예술계와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성격의 위원은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 / 한국음악협회 제주도지회 / 한국무용협회 제주도지회 / 삼도2동 주민자치위원회 / 제주여민회 / 제주문화포럼 / 제주경실련 / 한국예총서귀포지회 / 제주건축가협회 관계자로 총 9명이다. 나머지 4명의 위원은 각 분야의 전문가에 해당한다.

그리고 문화예술계와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9명이 각각 속한 9개 단체 중, 6개 기관은 재밋섬 건물 매입에 ‘찬성’ 의사를 밝힌 전력이 있다.

2018년 5월 중순부터 7월 말 사이, 한국음악협회와 한국무용협회, 삼도2동 주민자치위원회, 한국예총제주지회는 한짓골 사업 추진을 찬성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한국예총서귀포지회를 비롯한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 제주건축가협회의 경우 한국예총제주지회(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의 소속 단체다. 이들은 한국예총제주지회 이사회에도 등재되어 있다.

즉, 2018년 한국예총제주지회가 발표한 '한짓골 사업 추진 찬성'의 성명은 한국예총서귀포지회, 한국연극협회 제주지회, 제주건축가협회 등 소속 단체들과 뜻을 같이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예총제주지회의 조직구성.

이들의 성명은 <미디어제주>를 비롯한 다양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따라서 재단 측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입장의 기관이 어느 곳인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또 재단 선임직 이사가 속한 단체의 인물이 위원으로 위촉된 경우도 2 건이다. 제주문화포럼과 한국예총서귀포지회가 그렇다.

상세하게 풀어 설명하다보니 말이 길어졌는데, 긴말할 필요 없이 아래 그림 한 장만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꾸린 '제주아트플랫폼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들의 소속 단체명을 모아봤다. (제주여민회 경우 현재가 아닌, 전 관계자를 위원으로 발족)
13명 중 6명이 '재밋섬 건물 매입 찬성'의사를 밝힌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
반면, 재밋섬 건물 매입 '반대' 의사를 밝힌 단체는 제주경실련 뿐이다.

위 그림을 참고하면 1번부터 9번까지, 문화예술계와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9명 위원 중 6명(1번부터 6번)이 재밋섬 건물 매입에 ‘찬성’ 의견인 단체 소속이다. 이를 비율로 따지면 66.6%다.

반면,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을 반대하며 성명을 발표한 단체는 제주경실련 하나다. 이를 비율로 따지면 11.1%다.

전체 비율로 따지자면 13명 중 6명, 즉 타당성검토위원회의 46.1%가 공식적으로 한짓골 사업을 찬성한 단체의 대표자로 구성된 셈이다. 반면 사업을 반대하는 단체의 대표자 비율은 7.6%에 불과하다.

이쯤되면 너무 수상하다. 그래서 <미디어제주>는 재단 관계자에게 타당성검토위원회의 '인사 기준'을 물었다.

재단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연습장( 설립 계획)이 있기 때문에 예술계(위원)는 공연연습장을 쓰실 단체로 (선정)했어요. 거기 대표자들(로요). (그리고) 저희도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의) 단체도 들어가 있어요. 보면은."

그래서 기자는 또 물었다. "(찬성과 반대 측의) 비중을 생각하셔서 선출하셨다고 이해해도 될까요?"라고.

재단 관계자는 "네, 네."라고 대답했다.

 

입맛에 맞는 인사들과, 밀실에서 진행하는 회의는 "소통이 아니야"

제주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고경대 이사장의 인사말.
제주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고경대 이사장의 인사말.
고경대 이사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소통'을 강조한 바 있다.

재단의 고경대 이사장은 2018년 10월 8일, 언론사 기자들과 만남을 갖고 '소통'을 강조한 바 있다.

고 이사장은 이날 자리에서 “현재 현장과 소통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이 예총과 민예총인데, 그 외에도 여러 집단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정기적인 모임 등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재단이 꾸린 '타당성검토위원회'는 당초의 목적에 부합하는 위원회인가.

게다가 재단은 이들 위원회의 회의록을 모두 '비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이유로는 위원회 위원들의 요청이 있었던 점과 개인정보 보호법 등의 사유를 들었다.

도민 사회 공감대 형성에 실패해 실추된 재단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타당성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셀프 타당성 조사'가 의심되는 상황. 하지만 회의에서 어떤 발언이 오가는 지 알 수 없는 상황.

제주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할 재단의 한결같은 행보에 한숨이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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