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이석문 “4차 산업혁명 시대, 다양한 생각 존중하는 교육 돼야”
이석문 “4차 산업혁명 시대, 다양한 생각 존중하는 교육 돼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0.30 2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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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15주년 기념,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대담
10월 23일, (좌)이석문 제주교육감과 (우)김형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이 대담 중이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4차 산업혁명, 변해사는 사회에 대비하는 제주 교육의 새 방향을 언급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지난 10월 23일 수요일 <미디어제주> 창간 15주년을 맞이하는 대담 자리에서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을 실현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제주 교육에서의 다양한 혁신 방안을 밝혔다.

먼저, 이 교육감은 교육을 ‘교사와 아이가 눈을 맞추며 일어나는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교육 중심학교 시스템 구축' 정책은 교육의 주체를 교사를 비롯한 모든 교직원으로 규정한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전국 최초로 지방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학습 공동체를 꾸려 행정 혁신 모형을 만드는 중이라는 것이다.

이 교육감은 이러한 성과가 매우 의미 있다는 점을 알리며, “도민들께서도 이를 눈여겨 봐주시고,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교육'을 강조하며 IB교육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언급했다.

이 교육감의 교육 정책을 논함에 있어, IB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교육감은 취임 후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교육’이라는 목표에서 파생된 다양한 새 정책을 펼쳐왔다. 그리고 ‘IB교육 프로그램 도입’은 그에게는 물론,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에 있어서도 지금껏 걸어보지 않았던 새 일이자 도전이다.

처음 걷는 길은 누구에게나 두렵기 마련. IB DP(고등학교 과정)를 제주도내 읍면 지역 공립 고등학교 1개교에 우선 도입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수능 준비를 하지 않는 IB DP가 공교육에 도입됐을 때.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의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 주된 우려였다.

이러한 지적에 이 교육감은 “IB DP는 수능과 관계없이 수시로만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교에서 운영될 것”이라면서 오히려 수시에서의 긍정적 영향을 전망했다.

IB DP는 학생부 기록을 아이 중심으로 세밀하게 작성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IB DP의 경우 정해진 교과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담당 과목의 교사가 각자의 커리큘럼을 짜고, 평가에 임한다. 시험도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 서술형으로 이뤄진다. 아이가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느꼈는지 교사가 함께 공유하는 방식의 교육인 것이다.

이 교육감은 이러한 사실을 들며 “IB DP (평가) 결과를 내신 성적에 맞춰 전환하면, 학생부(수시) 전형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놀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방향성을 제시했다.

<미디어제주>가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인 교육기획, ‘놀이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 교육감은 “<미디어제주>가 보여준 문제의식과 대안에 공감한다”면서 “우리 놀이 문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위험요소’를 지워버린다는 것”이라고 했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다가 아이가 다친 경우, 우리 사회는 그네를 없애버린다. 바다에서 사고가 나니 임해훈련(바다 수영 등 바다에서 이뤄지는 생활수영 강의)을 없앤다.

이 교육감은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에서조차 임해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가 생각하는 놀이 교육의 방향에는 ‘건강 및 안전 교육’도 담겨있다. 아이들이 위험요소를 만났을 때, 이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놀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아 발달단계에 적합한 유아-놀이 중심의 교육문화와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알리며 2022년 건립 예정인 ‘제주유아체험교육원’에 대해서도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학교와 도서관 공간의 혁신을 이야기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공간 혁신’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도 있었다.

오랫동안 정형화된 학교 공간을 요즘에 맞도록 변화시키는 것.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닌, 토론과 교감이 이뤄지는 도서관으로 기존 도서관들을 바꾸는 것. 이는 ‘공간 혁신’ 없이는 이룰 수 없다.

이에 이 교육감은 "올해 추경예산 21억원을 편성했고, 17개교를 대상으로 ‘학교 공간 혁신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인 사실을 알렸다. 사업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학교공간혁신 촉진자, 전문가 지원단은 건축가와 함께한다. ‘학교 공간 혁신’을 향한 첫 발걸음이다.

끝으로 이 교육감은 도내 도서관이 “가족, 지역주민이 자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 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조용히 책만 읽는 기존의 도서관이 아니라, 전시와 공연,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들이 어우러지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누군가는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예상하기도 한다.

이 교육감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정답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개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지금의 교육으로는미래 대비가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학교 현장이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식하고, 포용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할 수 있는 방향의 교육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 그의 주관이다.

(다음은 사전 서면 질문과 답변 내용)

<미디어제주> 창간 15주년,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대담 원문

Q. 늘 새로운 교육을 생각하고, 다른 지역보다 한발 빠른 교육정책을 안착시키는 모습을 봐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교육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올해 들어 새롭게 선보인 교육정책으로 도민들에게 “이런 걸 눈여겨 봐달라”고 말씀하실 게 있다면요.

교육을 ‘교사와 아이가 눈을 맞추며 일어나는 변화’라고 정의합니다. 교사가 아이에게 집중하는 교실을 만드는 과정을 흔히 ‘교원 업무 경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주는 다르게 규정합니다.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 구축’입니다. 교육의 주체를 교사를 비롯한 모든 교직원으로 규정한 개념입니다. 그런 바탕 위에서 전국 최초로 지방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학습 공동체를 꾸려 행정 혁신 모형을 만들고 있습니다. 매우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교직원들이 충분히 능력이 있기 때문에 ‘교육 중심 학교 시스템’을 실현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도민들께서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Q. 어찌 보면 다른 시도교육청이 긴장을 해야 하고, “왜 먼저 하느냐”는 핀잔도 듣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가운데 IB 교육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준비 단계부터 엄청난 반발을 가지고 시작을 하고 계신데, 아직도 이 프로그램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교육과정이며, 어떻게 제주에 안착을 시킬지요.

그러지 않아도 직원들이 많은 수고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지면을 빌려 감사를 전합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어떻게 펼쳐질지 전망을 해봅니다.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저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정답이 없다’고 정의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진화할지 정답이 없습니다. 인류의 존재를 위협할 단계까지 나아갈 것입니다. 아이들은 인공지능 기술과 공존해야 합니다. 한 개의 질문에 한 개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지금의 교육으로 미래 대비가 안됩니다.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할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 대안적 모형이 ‘IB교육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IB는 전 과목 토론‧논술형 교육과정으로 50년 이상 신뢰‧공정성을 갖췄습니다. IB는 당장 시행할 것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2022년 첫 시행하는 중장기 프로그램입니다. 남은 시간 충실히 소통하고 지원하면서 안정적 운영 기반을 갖추겠습니다.

Q. IB 교육과정의 좋은 점을 말씀해 주셨는데, 학부모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대학 입학이라고 봅니다. 수능체제가 바뀌지 않는데,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하니 걱정을 많이 하죠. 학부모들에게 “걱정말라”고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IB DP(고등학교 과정)는 수능과 관계없이 수시로만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교에서 운영될 것입니다. IB 커리큘럼인 경우 우선 큰 주제를 설정합니다. 이를 테면 ‘전쟁과 사회 변화’ 등의 큰 주제에 대해 교사가 커리큘럼을 짜서 수업‧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DP결과를 내신 성적에 맞춰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학생부로 대학을 갈 수 있습니다. IB DP 운영 결과가 학생부에 반영되는 데, 아이 중심으로 세밀하게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시에는 더 긍정적일 것입니다. 제주는 읍면지역부터 시작합니다. 읍면지역 학교를 선택하는 학교로 만들 것입니다. 교육 및 사회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Q. <미디어제주>가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인 교육기획이 있습니다. 바로 ‘놀이’입니다. 관련 기획도 하고, 책자로도 발간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교육청도 옛 회천분교에 ‘제주유아체험교육원’을 꿈꾸고 있습니다. 여기에 어떤 놀이를 정착시킬지 말씀 부탁드리고요. 교육감님이 생각하는 ‘놀이’는 어떤 것인지도 부탁드립니다.

교육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많은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디어제주>에서 교육 기획을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전환하는 과정에 <미디어제주>의 기획이 좋은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미디어제주>가 보여준 문제의식과 대안에 공감합니다. 우선 유아 시설이 전국적으로 천편일률적입니다. 우리 문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위험요소’를 지워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네 타다가 다치면 그네를 없애버립니다. 바다에서 사고가 나니 임해훈련을 없애버립니다.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에서조차 임해훈련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을 최고의 ‘건강 및 안전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험요소를 만나고 스스로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터에서 진정한 건강과 안전의 힘이 만들어집니다. ‘제주유아체험교육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험을 즐기고 제주 신화와 자연을 만나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뛰어다닐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구현할 계획입니다.

Q. ‘제주유아체험교육원’은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내년부터 적용 예정인 ‘2019 개정 누리과정’에 포함된 놀이중심의 교육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고 봐도 될까요.

맞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8월 도내 공․사립유치원 교원과 학부모들을 모시고 ‘유아기 놀이 경험의 중요성’을 주제로 연찬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유아 발달단계에 적합한 유아‧놀이 중심 교육문화와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가정과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제주유아체험교육원’이 놀이 중심 유아 교육을 뿌리내리는 중심 기반이 될 것입니다.

Q. 최근 들어 학교공간을 재구조해야 한다는 ‘공간혁신’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왜 학교공간 재구조화가 필요하며, 실행을 한다면 어떤 학교를 우선 대상으로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학교공간 재구조화 사업은 제대로 된 건축가의 힘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건축가와의 협업도 진행되는지요.

건축가 유현준씨가 어느 매체에서 했던 인터뷰의 한 대목을 인용할까 합니다. “지금의 학교 디자인은 마치 국민들에게 ‘중산층은 똑같은 구조의 30평형대 아파트에 살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에요.” 이 문장에 함축된 메시지처럼, 기존 학교 공간은 수직적이고 구분되고 닫힌 구조입니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아이들을 포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의 미래에도 맞지 않습니다. 제주교육청은 학교 시설을 미래 교육 변화에 맞는 공간으로 재구조화합니다. 올해 추경예산 21억원을 편성해 17개교를 대상으로 ‘학교 공간 혁신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건축가 분들을 학교공간혁신 촉진자, 전문가 지원단으로 모셨습니다. 함께 지혜를 모으면서 학교 공간을 재구조화하겠습니다.

Q. 미래 사회는 도서관이 도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제주도서관도 변화를 꾀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고 봅니다. 제주도교육청 소속 도서관의 변화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드웨어로서의 건축적 측면, 소프트웨어로서 어떤 프로그램을 도서관에 담는 게 필요할까요.

하드웨어로는 따뜻함이 물씬 풍기기를 바랍니다. 제주의 정체성을 담고, 아이 한 명, 한 명이 포근한 배려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꼭 도서관이 조용할 필요가 있나요? 도서관도 시끌벅적해야 합니다. 책을 매개로 아이들이 서로 신나게 토론하고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좋은 도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숙을 강요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겠습니다. 도서관은 가족, 지역주민이 자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 돼야 합니다. 전시와 공연, 토크콘서트 등 다채로운 공연과 행사들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구현하겠습니다.

Q. 교육감님이 실현하는 과제 중 애월고 미술과, 함덕고 음악과가 눈에 띕니다. 올해 3년차인데 성과가 있다고 보시는지. 아울러 제주도내 읍면 고등학교가 과거에 비해 어떻게 변했고, 문제점이 있다면 어떤 점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미술‧음악과 첫 신입생들이 이제 대학에 들어갈 시기가 됐습니다. 입시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교사와 부모님들이 많은 수고를 하고 있습니다. 교육청도 충실히 지원하고 있습니다. 도입 당시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교사와 부모님, 지역주민들께서 안착할 수 있도록 노고와 헌신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두 학교가 선택하는 학교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합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염두를 둬야 할 것은 두 학교가 공립이기에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바뀝니다. 전통을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성과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흐름이 정착돼야 할 것입니다. 미술‧음악과 학생들을 위한 안정된 입시‧진로 기반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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