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전 恨 풀어달라” 4·3생존수형인 두 번째 재심 청구
“70여년 전 恨 풀어달라” 4·3생존수형인 두 번째 재심 청구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10.2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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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재판 재심 7명·일반 재심 1명
22일 제주지방법원에 청구서 접수
군사재판 재심 청구 사실상 마지막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4·3생존수형인 18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 이어 또다른 생존수형인에 대한 재심 재판이 청구됐다.

4·3생존수형인 김두황(91) 할아버지 등 8명은 22일 제주지방법원에 재심 재판 청구서를 접수했다.

김묘생(91)·김영숙(89)·김정추(88)·변연옥(90)·송순희(94) 할머니와 송석진(93)·장병식(89) 할아버지 등 7명은 당시 군사재판(군법회의)에 의해 수형생활을 한 사람들이고 김 할아버지는 일반재판에 의해 형무소 생활을 했다.

제주도 거주자가 3명이고, 서울, 인천, 안양, 부산, 일본(도쿄) 각 1명씩이다.

22일 4·3생존수형인 8명에 대한 재심 청구서 접수 전 제주지방법원에서 앞에서 제주4·3진상규명과명예회복을위한도민연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22일 4·3생존수형인 8명에 대한 재심 청구서 접수 전 제주지방법원에서 앞에서 제주4·3진상규명과명예회복을위한도민연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이들은 이날 재심 재판 청구서 접수에 앞서 제주4·3진상규명과명예회복을위한도민연대(대표 양동윤, 이하 도민연대)와 함께 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생존수형인으로 김 할아버지만 참석하고 다른 생존수형인들은 가족이 대신 참석했다.

기자회견에서 임문철 신부는 “당시 군법회의가 기소장도, 공판조서도, 판결문도 전혀 작성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죄명과 형량도 형무소에 수감돼서야 알 수 있었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번 재심) 청구인들은 정당하게 재판받을 권리는 커녕, 최소한의 재판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감옥에 수감됐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청구인들이 수형 이후 돌아온 고향에서도 수시로 경찰에 동향신고를 해야하는 등 지속적인 감시와 통제에 시달렸고 자녀들까지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법적 압박과 차별을 견뎌야 했다”며 “4·3 당시 군사재판과 일반재판은 법의 너울을 쓴 야만적인 국가폭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임 신부는 이에 따라 “오늘 4·3생존수형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4·3역사의 올바른 정립을 위해 8명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다”며 “4·3 당시 불법적으로 자행된 국가 폭력에 대해 70여년만에 대한민국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2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4·3생존수형인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임문철 신부가 회견문을 읽고 있다. ⓒ 미디어제주
2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4·3생존수형인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임문철 신부가 회견문을 읽고 있다. ⓒ 미디어제주

김 할아버지는 회견에서 재심 청구에 대해 “명예회복과 나의 모든 응어리를 푸는 시작인 것 같다”며 “누명을, 71년 동안 쌓인 응어리를 풀어달라”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당시 제주지역 경찰의 외곽조직으로 1948년 8월 이후부터 조직되기 시작한 '민보단'의 서무계원으로 있다가 붙잡혀갔다.

김 할아버지는 “민보당 본부(난산초등학교)에서 열심히 명부를 쓰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 잡혀가 1년형을 받았고, 나온 후에도 예비검속으로 또 잡혀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할아버지는 그 때의 일을 토로하며 “당시 성산읍경찰서에 서장이 문형순 서장이었다. 위에서 221명을 총살하라고 시켰는데 ‘못 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해 우리 목숨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재심 청구서가 접수됨에 따라 향후 재심 개시 여부는 제주지방법원이 결정하게 된다.

22일 김두황(91) 할아버지(사진 오른쪼 두 번째)와 다른 4·3생존수형인 가족이 재심 청구서를 들고 제주지방법원 민원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 미디어제주
22일 김두황(91) 할아버지(사진 오른쪼 두 번째)와 다른 4·3생존수형인 가족이 재심 청구서를 들고 제주지방법원 민원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 미디어제주

앞서 18명의 4·3생존수형인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재심의 경우 2017년 4월 19일 청구서가 제출되고 재심 개시 결정까지 약 1년 5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 재심 여부 결정은 앞선 사례가 있는 만큼 오래 걸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1947년과 1948년 군사재판을 받고 현재 남아있는 4·3생존수형인은 30명이며, 이 중 5명은 고령에 의사표현조차 힘든 상황이고, 18명은 지난 재심 재판에서 ‘공소기각’ 결정을 받은데다 이번 재심에 7명이 참여하고 있어 이번 재심이 사실상 군사재판에 의한 4·3생존수형인의 마지막 재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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