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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만 가능한 음악 페스티벌 할 수 있죠”
“제주에서만 가능한 음악 페스티벌 할 수 있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0.14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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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주출신 재일동포 음악가 양방언

2019 세계제주인대회서 화합의 밤무대 장식

온몸으로 제주 느끼고 음악으로 제주를 발산

제주서 부산영화제 뛰어넘는 음악축제 가능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피는 속이지 못한다. DNA가 그러지 않던가. 재일동포 음악가 양방언도 마찬가지이다. 영락없는 제주사람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지는 않았지만 스스로가 제주사람임을 느낀다. 대대로 물려받은 ‘제주인의 DNA’가 그의 온몸에 퍼져있기 때문일까.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주를 들른다. 이번은 2019 세계제주인대회 ‘화합의 밤’ 자리였다. 세계제주인대회 홍보대사이면서 무대를 장식하는 음악인으로 화합의 밤을 지샜다.

지난 13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무대에 마련된 그 자리에서 <프린스 오브 제주 2019> 등을 초연이며 무한한 제주의 힘을 발산했다. 그런 그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온몸으로 제주를 느낀다는 재일동포 음악가 양방언. 미디어제주
온몸으로 제주를 느낀다는 재일동포 음악가 양방언. ⓒ미디어제주

“참 신기해요. 우리나라에 오면 늘 제주를 거치게 됩니다. 어제(12일) 오대산에서 공연을 하고 여기에 왔어요. 올해 2월 11일엔 제주아트센터에서 평창올림픽 1주년 공연을 가졌는데 그 전날엔 강릉에서 큰 행사를 했죠.”

누군가가 점지를 하는 모양이다. 제주에 들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의 일상에서, 아니 대한민국이라는 땅을 밟는 그 순간 그는 제주에 들러야 하는 몸이 된다. 이상하게도 몸이 제주로 이끈다. 왜 그럴까.

“제주는 들어오는 순간이 달라요. 공기가 다르고 하늘도 다르고….”

그런 고향의 냄새를 처음 맡은 건 지난 1998년이다. 서른여덟이라는 나이가 되어서야 제주에 첫발을 디딜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다. 상상해오던 그대로의 제주가 그의 눈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입을 통해 들어왔던 고향 제주도는 아버지가 말씀하신 그대로였다.

“아버지는 맨날 얘기했어요. 100만번은 얘기했을 겁니다. 제가 자고 있으면 어린 저를 깨워서 같은 얘기를 반복했어요. 협재해수욕장이 아름답다는 그런 이야기를 계속 들었어요. 자연스레 제주 풍광이 몸에 밴 것입니다.”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제주도는 그렇게 그의 몸에 이미 들어와 버렸다. 제주에 첫 땅을 밟았을 땐 ‘아버지가 얘기하신 곳이 여기구나’라고 단언할 정도였으니까. 그 후로 그는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에 담기 시작했다. 1999년 내놓은 <프린스 오브 제주>는 가슴에 봤던 제주를, 실제 제주를 보고 나서 만들어낸 첫 제주 이야기이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러 <프린스 오브 제주 2009>가 되어 제주사람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두 곡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20년만에 '프린스 오브 제주'를 새롭게 들고 나왔다. 노래가 있는 제주 이야기이다. 미디어제주
20년만에 '프린스 오브 제주'를 새롭게 들고 나왔다. 노랫말이 있는 제주 이야기이다. ⓒ미디어제주

“<프린스 오브 제주>는 기악곡입니다. 제주사람들은 <프린스 오브 제주>가 노래가 되길 원했어요. 재작년부터 그걸 시도했어요. <프린스 오브 제주 2009>는 다가가기 쉬운 방법으로 표현을 한 겁니다. <프린스 오브 제주>를 다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세계제주인대회를 앞두고 제안이 들어왔어요.”

<프린스 오브 제주>는 20년 만에 합창과 성악이 들어간 하나의 노래로 탄생을 했다. 그도 원했고, 제주사람들도 그렇게 되길 원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있다. 그의 노래를 이끄는 원천은 무엇일까. 정말 제주일까?

“제 음악에 영향을 준 주요 부분엔 제주가 있어요. 1998년 제주를 깊게 인식하게 됐고, 그때부터 그런 것들이 자연스레 음악에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뭘 해야겠다는 작위적인 작동이 아니라, 자연스런 힘이 움직인 겁니다.”

그는 몸으로 제주를 느낀다. 그 느낌은 음악이 되어 밖으로 나온다. 그는 ‘온몸’이라고 표현을 했다. 온몸으로 느낀 뭔가가 음악으로 출력이 된다고 했다.

“몸에서 직관적으로 느낀 것들이 양방언이라는 몸에 들어가 음악으로 나옵니다. 많은 자극을 온몸으로 느끼도록 해준 게 바로 제주였어요.”

몸이 그렇게 하도록 느낀다. 일부러 만들어내는 ‘작위’는 절대로 아니다. 그가 제주에 마냥 끌리듯, 알 수 없는 선율이 자연스레 양방언이라는 몸에 들어와 상상 이상의 음악이 탄생하곤 한다. 늘 음악을 생각하고, 늘 제주를 생각하기에 그러진 않을까.

그는 제주를 너무 좋아한다. 특히 야외에서 연주를 할 때의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래서 2013년 ‘양방언의 제주판타지’를 만들었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제주뮤직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를 이야기했다. 이젠 더 큰 무대를 그리고 있다. 그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좋은 뮤지션을 볼 때면 ‘제주에서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죠. 해외 뮤지션들이 제주에 오면 다들 좋아할 겁니다. 항상 그걸 생각하고 있어요.”

그 자신을 위한 음악페스티벌이 아닌, 제주를 세계에 알리는 그런 페스티벌을 꿈꾸고 있다. 그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제주자연이 뛰어나서 그렇다.

양방언은 제주만의 특별한 음악 페스티벌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디어제주
양방언은 제주만의 특별한 음악 페스티벌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디어제주

“테마가 잘 정리돼야 합니다. 그래야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죠. 테마를 잘 정해서 공유하고, 그런 테마로 하자는 음악 친구들이 모이면 바로 시작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 걸 얘기하면 주위에서는 빨리 하라고 합니다. 일본이었으면 가만 놔두지 않았겠죠. 제주는 엄청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제주의 자연환경은 여기서만 가능하거든요.”

세계 곳곳에서, 우리나라 곳곳에서 페스티벌이 열린다. 잘 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양방언은 그 이유를 테마의 차이라고 했다.

“테마가 있고 자신만의 색깔을 풍부하게 지니는 페스티벌은 계속 가게 됩니다. 그러지 않고 수익만 추구하고, 숫자만 동원하려는 페스티벌은 오래 가질 못합니다. 제주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주를 핵심으로 놓고 음악페스티벌을 하게 되면 부산국제영화제도 넘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제주에서 1주일 정도 정말 좋은 음악이 곳곳에서 울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주의 DNA를 지닌 양방언. 아버지로부터 100만번은 들었다는 제주도. 그는 세계적인 음악가로서, 제주도가 음악으로 세계적인 섬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곧 실현되리라는 희망과 함께.

 

양방언

의사 출신의 재일동포 음악가이며 작곡가, 프로듀서, 피아니스트

1996년 앨범 <The Gate Of Dreams>로 솔로 데뷔

2002 부산아시안게임 공식 주제곡 <Frontier!> ·편곡, 연주

2007KBS스페셜 차마고도음악감독

2007년 임권택 감독 개인 통산 100번째 영화 <천년학> 음악감독

2013~15년 국립극장(한국) ‘여우락페스티벌예술감독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폐회식 차기 개최지 공연 음악감독. ·편곡, 연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

201912월 개봉 예정 아리랑 로드음악감독 및 주제가 작·편곡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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