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6:27 (금)
“민속자연사박물관 인근 주민 얘기도 들어라”
“민속자연사박물관 인근 주민 얘기도 들어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0.10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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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박호형 의원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민속자료 이관을 놓고 말이 많다. 제주돌문화공원이 내년말 설문대할망전시관 오픈을 앞두고 민속자연사박물관의 민속자료 전체 이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민속자연사박물관 민속자료 이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의원들을 두 차례 직접 만나,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신산머루 도시재생과 연계돼 박물관 ‘민속’ 중요

민속자료 이관은 ‘원도심 최고의 메리트’ 잃는 것

“일도동 뿐아니라 이도동·건입동 등 원도심 타격”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시내 도심은 삭막하다. 도심 숲이 없어서일까. 여느 다른 도시에 비해 휑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가로수 등 나무가 있어야 한다. 숲은 도심의 이미지를 다르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이곳’만큼은 삭막을 벗어난 자연의 느낌을 준다. ‘이곳’은 바로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인근이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주변은 안온함을 갖게 만든다. 조금만 걸으면 신산공원이 나오고, 제주도문예회관,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등이 있다. 걷게 만들고, 도심의 녹지를 즐기게 만든다.

그런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다.

박호형 도의원은 고교 때부터 민속자연사박물관을 봐 왔고, 의원이 되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디어제주
박호형 도의원은 고교 때부터 민속자연사박물관을 봐 왔고, 의원이 되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디어제주

고교 때부터 이 일대에서 살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박호형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 갑)은 갑갑할 따름이다. 그는 도의회에 입성하고부터 민속자연사박물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을 개관할 때부터 봐왔죠. 집과의 거리는 500m에 지나지 않습니다. 당시엔 항만을 통해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오갈 때인데,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거의 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을 구경했을 겁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민속자연사박물관은 관광객들에겐 반드시 들르는 코스 가운데 하나이다. 박호형 의원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제주시 동문 일대에서 오현단을 거쳐 박물관까지 오가는 길을 걸어다녔다. 때문에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박호형 의원에게 민속자연사박물관은 더더욱 깊게 다가온다. 문제는 박물관이 보유한 민속자료를 돌문화공원에 넘겨야 한다는 데 있다. 돌문화공원내 설문대할망전시관 오픈을 앞두고 박물관의 민속자료 전체를 이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민속자료를 돌문화공원에 주게 되면 가뜩이나 슬럼화되는 원도심은 더 문제가 생깁니다. 박물관에서 민속자료가 사라진다면 제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거의 폐쇄되는 수준이 됩니다.”

민속자료 이관은 그가 사는 일도동만의 문제가 아니란다. 원도심 권역으로 볼 수 있는 이도동과 건입동, 주변의 마을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다들 원도심을 살리겠다면서 정책을 펴죠. 그렇게 말하면서 민속자료를 전부 이관시킨다는 건 누구 정책인가요. 원도심을 살릴 실질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나요?”

그는 누누이 원도심 최고의 메리트를 잃을 수 있다며 문제점을 던졌다.

“일도2동은 계속 인구가 줄고 있어요. 민속과 자연사를 함께 지닌 전국 유일의 박물관을 잃게 된다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됩니다. 문화적인 타격 뿐아니라 경제적인 타격도 입게 돼 있어요. 돌문화공원은 살린다면서 다른 지역의 기능을 잃게 만들겠다는 정책이 문제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있는 것’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돌문화공원은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고, 민속자연사박물관도 제 역할을 더 잘하도록 해주라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게 되면 도와 도의회, 주민들이 상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주민들의 얘기도 들어봐야 합니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은 도시재생 사업지구인 ‘신산머루’와 연계가 될 수밖에 없는데, 민속자료를 다 이관시킨다면 도시재생이라는 말을 꺼낼 수 있을까요?”

박호형 의원이 얘기한 신산머루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과 매우 가깝다. 박물관에서 북쪽으로 4차선 도로를 지나면 그가 얘기한 신산머루 도시재생 지구와 마주하게 된다.

박호형 의원은 민속자연사박물관이 원도심을 지킬 중요한 자산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박물관 민속자료를 돌문화공원으로 이관하는 점을 매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제주
박호형 의원은 민속자연사박물관이 원도심을 지킬 중요한 자산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박물관 민속자료를 돌문화공원으로 이관하는 점에 매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일대는 문화와 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해요. 제주도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팽창하면서 문화를 홀대하는 느낌입니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지역은 도심의 힐링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는 민속자연사박물관-신산공원-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제주도문예회관을 연결하는 루트의 필요성을 꺼냈다. 콘크리트 숲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숲을 도심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의 역할이 중요함도 역설했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주민들과 소통하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마주해야 해요. 어떤 게 주민을 위한 일이고, 어떤 사업이 원도심을 위한 것인지를 알아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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