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당신에게 묻다, “제주에 어서도 될 게 뭐우꽈?”
당신에게 묻다, “제주에 어서도 될 게 뭐우꽈?”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0.05 21: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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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제주시청 앞, <그대로가 아름다워, 필요 어수다! 양> 행사
제주의 환경수용력은 포화 상태... "난개발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
"불편한 진실을 직면할 줄 아는 깨어있는 시민이 세상을 바꾼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10월 5일 오후 2시, 제주시청 일대에서 제주의 오늘과 내일을 지키기 위한 ‘그대로가 아름다워, 필요어수다! 양’ 행사가 열렸다.

‘그대로가 아름다워, 필요어수다! 양’ 행사는 제주는 지금 그대로가 가장 아름다우니 무분별한 개발을 그만하자는 의미에서 열린 행사다. 

부스 참여 단체만 해도 무려 열 네곳이나 된다. 전농제주도연맹, 비자림로를지키기위해뭐라도하려는 시민모임,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반대대책위원회,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도청앞천막촌사람들, 곶자왈사람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민주노총제주본부, 제2공항너머시민의대안, 제주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 제주평화나비, 진보대학생넷제주지회, 제주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9.21기후위기비상행동 등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모처럼 한곳에 모여 제주의 현안을 다뤄보는 자리인 것이다.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수십년 동안 '더 나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사람들. 이곳의 사람들에게 물었다.

“제주에 어서도 될 게 뭐우꽈?”
(제주에 없어도 되는 것, 무엇이 있을까요?)

 

 

“송악산 뉴오션타운 필요 어수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반대대책위원회 김정임 위원장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반대대책위원회 김준형 운영위원과 김정임 위원장.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은 송악산 일대에 총 464실의 대규모 숙박시설을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제주의 환경수용력이 포화 상태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과잉 관광’을 우려하는 오늘.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은 분명 ‘난개발’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정읍 주민 및 핫핑크돌핑스, 한살림생드르 대정공동체, 송악산을사랑하는사람들 등의 단체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려 사업의 전면 취소를 도정에 촉구하고 있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반대대책위(이하 반대대책위)가 송악산을 지키기 위해 1만명 서명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제주도의회 또한 더 이상의 난개발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죠. 지금 제주의 환경 문제가 제2공항 건설을 비롯해 심각한 수준이잖아요. 그런데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는 좀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주에 송악산 뉴오션타운은 필요 없어요.”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반대대책위원회 김정임 위원장

 

“곶자왈 훼손하는 난개발, 필요 어수다”

곶자왈사람들 김미진 환경보전팀장

곶자왈 사람들의 행사 부스. 개인 촬영을 부담스러워 하는 김미진 씨 사진 대신, 행사 부스 사진을 기사게 게재한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제주어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곶자왈은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만들어낸 암괴지대로, 제주의 다양한 식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제주에는 총 7개의 곶자왈지대가 있다. 이곳은 예로부터 농사를 짓기 어려워 제주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 총면적은 약 92.56㎢. 제주도 면적(1848.44㎢)의 5%를 차지한다.

곶자왈이 소중한 이유는 단지 자연 경관 때문이 아니다.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며, 제주 청정지하수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고향이 제주인 덕에 제주 자연에 관심을 가졌고, 3년 전 제주로 이주했다는 곶자왈사람들의 김미진 씨.

환경보전팀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그는 "제주 곶자왈 면적의 31.9%에 육박하는 29.6㎢ 지역이 현재 훼손된 상태"라며, 곶자왈 보전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곶자왈은 ‘제주의 원형’이라 불리는 곳으로,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에요. 제주의 가치는 환경에 있어요. 저는 학원강사를 하다 이렇게 ‘곶자왈사람들’의 환경보전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오일장에 곶자왈 지키기 서명을 받으러 갈 때마다 어르신분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내가 뭘 알겠어, 똑똑한 사람들이 알지’라는 말.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해요. 제가 똑똑한 사람이라 곶자왈 지키기에 나선 것이 아니라고. 제주 자연을 지키자는 목소리는 어르신들도, 아이들도, 제주도민 누구나 낼 수 있는 거라고요. 제주의 곶자왈을 훼손하는 난개발은 필요 없어요.” / 곶자왈사람들 김미진 환경보전팀장

 

“제주의 아름다움을 빼앗는 건설 사업, 필요 어수다”

제주도민 미나

제주도에서 그림을 그리며, 소품을 판매하는 미나 씨.

미나 씨는 제주살이 5년 차 제주도민이다. 귤 철에는 귤을 따고, 비수기에는 그림을 그린다.

“저는 제주의 자연이 좋아서 제주에 왔어요. 그런데 제2공항이 생기면 없어질 오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봤어요. 그러다 이번 행사의 개최 소식을 알게 됐고, 우리가 지켜야 할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도 지도에 함께 그려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 미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는 미나 씨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제주 지키기’에 나섰다.

거대한 제주도 그림에 자신이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지만 이제는 사라진 아름다움을 그리는 행위예술. 이를 작가 혼자가 아닌, 뜻을 같이하는 여러 사람과 함께한다면 의미가 있을 거로 생각했단다.

“바쁜 일상이지만, 잠시 일을 놓고 우리 한번 생각해보도록 해요. 제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아름다운 만큼, 얼마나 많은 문제를 품고 있는지… 제주의 아름다움을 빼앗는 건설 사업은 필요 없어요.” /미나

행사장에 방문한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 지도에 그렸다.
기자는 해안가 곳곳에 있는 나무 정자를 그렸는데, 정자처럼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제2공항, 필요 어수다”

도청앞천막촌사람들 부순정

도청앞천막촌사람들에서 제2공항 반대 활동을 하고 있는 부순정 씨.

제2공항 건설사업과 관련된 논란을  제주에서 모르는 이는 없을 것 같다.

제2공항이 생기면 사라지게 될 제주의 가치. ‘도청앞천막촌사람들’은 이것을 지키려 오래 싸워온 사람들이다.

“힘들어요. 제2공항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응답하지 않는 제주도정의 자세가 가장 힘들어요. 제2공항 문제를 공론화하자는 도민들의 요구. 이 정당한 요구를 원희룡 지사가 거부했죠. 처음엔 분노했는데요, 이제는 슬퍼요. 도민을 이토록 허깨비 취급하는 제주도정을 보며 마냥 슬퍼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더 슬픕니다.” / 도청앞천막촌사람들 부순정

부순정 씨는 “제주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고 절망했다”라고 고백했다. 힘없는 개인이 제2공항 건설사업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도청 계단 앞에서 피켓을 드는 것뿐이다.

“오일장에 가서 상인 분들께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해 물어보면, ‘공무원들이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말해요. 제주도정이 알아서, 도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줄 거라고 믿는 거예요. 그런데 제주도정은 지금 어떤가요. 정말 도민을 위한 도정이 맞나요.” / 도청앞천막촌사람들 부순정

그는 제주도정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도민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방문한 도민 분들께 ‘환경부장관께 보내는 손편지’를 부탁하고 있어요. 제주도가 관심이 없으니 국가에 도움을 청해야지요. 파괴되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부장관께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제주에 제2공항은 필요 없어요.” / 도청앞천막촌사람들 부순정

제주평화나비 류미선 대표가 환경부장관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 중이다.
조명래 환경부장관에게 보내는 도민들의 손편지.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 제주에 대규모 개발사업은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행사장 메인무대 앞,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
행사장에 방문한 예쁜 가족의 모습.
행사 주최 측이 '책임여행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선언에는 "우리는 그대로가 아름다운 제주를 공정하게 여행하는 책임여행자다. 제주의 사회적 문제에 함께 연대하자"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br>
제주에 필요 없는 것을 적으면 배지나 거울로 만들어주는 부스에서.
누군가가 '원희룡'을 적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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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2019-10-06 08:55:35
어서도 되는 것
“원희룡” - 정답
그리고 “제2공항”!!!

김소영 2019-10-06 06:32:05
어서도 되는 것
“원희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