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일부 자율 예산 편성·조례 제정 요구권 등 보장돼야”
“제주도 ‘특별한 자치’ 위한 특별자치도 아니…법도 고쳐야”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 중인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현직 행정시장이 비판했다.
고희범 제주시장은 2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현재 진행 중인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제주도는 2006년 7월 특별자치도 체제로 출범하면서 기존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을 2개 행정시로 통·폐합했고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하는 임기 2년의 임명직 시장이다.
고 시장은 지난해 8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임명한 행정시장이다.
고 시장은 이날 회견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 "행정시장이어서 한계가 느껴지는게 있다"고 답했다.
고 시장은 "(의회가 있는) 기초자치단체장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권이 없고 정원 조직에 대한 결정권이 행정시에 없다"며 "직선제 행정시장을 하더라도 그런 문제가 여전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시장 직선제를 하더라도 제주시가 걷는 세수의 일정 부분을 행정시가 자율적으로 예산 편성해 쓸 수 있도록 하거나 조례 제정 요구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보장을 하는 등 행정시가 갖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몇 가지 장치들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시장은 "시 단위가 기초자치단체가 되든가 행정시를 없애고 대동제로 가든가 했어야 했다"며 현행 행정 체계의 문제도 지적했다.
특히 "특별자치도는 제주도가 '특별한 자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하위 수단으로 특별자치도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제주특별법을 고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0여년이 지났는데 국제자유도시가 제주도민의 삶에 얼마나 이익을 줬고 제주의 미래 비전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렇다면 그 방향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사람과 상품, 자본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국제자유도시를 앞으로도 꿈꿀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향을 모색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며 "그 것에 따라 제주특별법 규정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고 시장은 '행정시장 직선제에 반대하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아니다"라며 "지금 행정시의 문제를 직선제 행정시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도는 도지사가 임명하는 행정시장을 시민이 투표로 뽑는 직선제를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해 제주특별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