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새 것을 위해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
오래된 새 것을 위해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9.08.0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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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정 평론가 겸 제주문화연구소장이 던지는 말

이번 글은 <제주건축> 3호에 실린 내용이다. 지난해 제주건축의 주요 행사 가운데 하나였던 ‘2018 제주국제건축포럼’의 기조강연을 했던 미술평론가 김유정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은 김유정 평론가를 통해 제주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려주고 있고, 김세기 건축사가 김유정 평론가를 직접 만나 대담을 진행했다. [편집자 주]

2018 제주국제건축포럼은 미술평론가이자 제주문화연구소 김유정 소장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되었다. 김유정 소장은 글로컬리즘의 교류와 교감으로 공동의 협력과 노력이 있다면 국가와 지역의 공동의 문제를 같이 고민할 수 있고 뜻을 모을 수 있다며 포럼의 의미를 설명했다. 아울러 리의 옛 것을 제대로 알고 고쳐 쓰는 삶과 도시를 지향할 때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는 해법도 제시했다.

강연이 시작되면서 처음 화면에 등장한 사진은 ‘잠녀’의 모습이었다. 2017년 돌아가신 김유정 소장의 어머니였다. 김유정 소장은 어머니를 통해 제주문화의 얼개를 알 수 있었고, 제주 문화의 세대적 전승(傳承) 과정을 알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진을 계속 펼쳐보였다. 직접 찍은 빛바랜 여러 사진과 함께 제주 신선사상, 의례문화를 통해 제주의 잊혀져가는 삶에 대해 설명했다. 양택의 문화에 대해서는 제주 마을의 구성과 올래, 마당·상방·정지·돗통 등 제주도 살림집의 생활적 특성에 관한 의미를 다루어 주었다.

음택의 문화에 대해서는 천지인의 사상에 바탕을 둔 산담의 원리와 구성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제주의 오랜 문화적인 모습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터라 오히려 이러한 제주의 이야기가 더 새롭게 느껴지는 내용이 많았다.

“원(元) 형(亨) 이(利) 정(貞)”. 어머니에게 자주 듣고 자랐다는 이 단어는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주역(周易)’에 표현된 음양의 조화에 대한 세상의 원리를 표현한 단어로 제주의 고유성을 지키고 새로운 환경과 조화를 이룰 때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는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유정 소장은 “이미 풍토와 하나가 되어버린 오래된 낡은 것과 생기 있는 새로운 것이 조화를 이룰 때, 원(元) 형(亨) 이(利) 정(貞),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는 오래된 새것의 제주를 꿈꿀 수 있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자연이 우리를 기억하여 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멘트를 마지막으로 기조강연을 끝냈다. 제주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김유정 소장과의 일문일답.

김세지 : 어머님께서 해녀셨는데, 제주 해녀의 미래는 어떤가?

김유정 : 미래는 소유권의 문제가 중점일 것이다. 바다의 소유와 함께 잠녀라는 자격권이 있는데, 자격권은 직계의 며느리 혹은 딸에게 승계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까다로운 규칙이 적용되다 보니 해녀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 바다의 소유 또한 토지 공개념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사적 소유의 주장이 커지면서 해녀들의 규칙이 점차 깨진다는 점에서 소멸할 수 있다.

세지 : ‘고쳐 쓰는 삶과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고쳐 쓰는 도시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유정 : 산업과 소재의 문제이다. 특히 건축에 있어서는 질료의 문제와 기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화학적 소재 혹은 자연적 소재의 사용에 있어 고쳐 쓸 수 있는 재료의 사용, 건축물에 대한 보증기간 등등 설계와 시공에서의 책임감 부여를 통해 품질 향상을 이루면 고쳐 쓰는 도시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세지 : (원·형·이·정) ‘오래된 새 것을 제주를 꿈꿀 것이다.’라고 희망을 주었는데 이해하기 쉬운 한 가지 예시를 든다면?

유정 : 경제적 예시를 든다면 궐과 수눌음이 있다. 궐은 벌금의 의미로 자기 몫을 못하는 경우에 대신 내는 것을 의미한다. 수눌음은 단지 도움과는 달리 위치와 가치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일대일 교환보다는 사람의 능력과 하는 일에 따라 교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원·형·이·정은 간단히 말해서 알 수 없는 미래보다는 현재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진리라고 할 수 있다.

세지 : 건축사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유정 : 철학과 역사의 가치를 배제하지 않는 교육을 통해 건축사들은 고쳐 쓰는 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없어지는 건물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면서 미적 감각이 나타나는 예술로의 건축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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