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09:07 (수)
교권침해에 대처하는 교육계…"학교가 변하고 있다"
교권침해에 대처하는 교육계…"학교가 변하고 있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7.23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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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학부모 악성 민원 등 교권침해 심화되며 ‘교권지위법’ 개정
서울행정법원, ‘학부모 민원으로 극단적 선택한 교사’에 “순직 인정”
교권침해에 수동적인 과거와는 달리, ‘학교의 능동적 대처’ 추세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학부모 민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한 교사에 '순직 인정'

영국의 역사가이자 비평가인 토머스 칼라일은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라는 말을 했다.

이는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기보단, 남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이 내포된 말이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어떤가. 마냥 침묵하기엔 부당한 일이 많은 세상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할 말은 할 줄 아는' 태도가 더 강조되는 추세다. 남의 말을 경청하되,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교육계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은 학부모 민원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에 대해 순직을 인정했다.

숨진 교사는 다섯 달 동안 계속된 학부모 민원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재판부는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교권침해에 대한 심각성을 법원이 인정한 판례라고 볼 수 있겠다.

추락한 교권과 함께 도를 지나친 학부모 민원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1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교원의 사기 저하 이유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항목이 ‘학부모 민원’이다.

이는 전국 유·초·중·고교와 대학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원인식 설문조사에 따른 내용이다. 이 설문에서 ‘교원들의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했냐’는 질문에 87.4%가 ‘떨어졌다’라고 응답했고, 교직 생활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 항목이 55.5%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문제, "제주에도 있어"
200여건 학부모 악성 민원에 한국교총이 나선 사례

한국교총이 제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학부모의 민원을 국회로 가져갈 계획이다. 사진은 한국교총 홈페이지 메인 화면. 미디어제주
2018년 10월, 한국교총이 제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학부모의 민원을 국회로 가져갈 계획임을 밝혔다. 사진은 당시 한국교총 홈페이지 메인 화면.

그렇다면 제주는 어떨까.

제주에도 유명한 일화가 있다. 제주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의 민원이 1년 넘게 100여 건이 지속되어 한국교총이 나선 사건이다.

한국교총은 2018년 10월 22일 17개 시도교원단체연합회와 함께 제주도교육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 초등학교 학부모의 상습 민원에 대한 제주도교육청의 대응을 촉구했다.

당시 제주도교육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도내 모 초등학교 학부모 A씨는 2014년부터 소송 5건, 고소·고발 9건 외에 205건의 민원을 지속해서 제기해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방해했다.

이 사건은 공중파 방송에서 크게 다뤄 전국적 이슈가 되었는데,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 조사 중이다.

 

지난 3월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중 일부. 국회에서 통과된 교권 침해 관련 법안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 대한 교권침해 현상이 심화되며, 국회는 지난 3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을 포함한 3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피해를 본 교원을 위한 구체적인 보호조치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개정된 교원지위법과 함께, 교권 침해에 대한 교사와 학교 측의 대응 방식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학부모의 잦은 민원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경우. 과거에는 교사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했던 반면, 이제는 피해교사와 함께 학교 측에서, 혹은 교육청 차원에서 대처에 나서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작년 11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교권침해로 고통받는 교원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교육청은 '특이민원 대응단'을 꾸리고, 민원인의 고소·고발 등으로 고충을 겪는 학교장, 교직원 등에 변호사비를 지원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교권 침해 사안에 국가가 나서 법까지 개정하는 이유. ‘선생이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일 터.

아이를 사랑해서 교사가 된 선생님들이 계속해서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우리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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