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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를 쓰려면 좋은 작품을 많이 읽어봐야 합니다”
“좋은 시를 쓰려면 좋은 작품을 많이 읽어봐야 합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6.21 0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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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학의집, 2019 도민문화학교 ‘詩 창작 곳간’ 마련
김미희 아동문학가 ‘좋은 동시~’ 주제로 22일까지 강연
‘왜’라는 호기심과 감동을 잘하는 마음을 가질 것도 주문
아동문학가 김미희씨. 좋은 시를 쓰려면 좋은 시를 많이 읽으라고 말한다. 미디어제주
아동문학가 김미희씨. 좋은 시를 쓰려면 좋은 시를 많이 읽으라고 말한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고향에 왔다. 고향이 다르긴 한 모양이다. 우도를 고향으로 둔 김미희 아동문학가. 그가 고향에서 생각을 풀어냈다. 그를 아는 이들에게 우도가 고향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시를 쓴 이유를 알겠다’고 한다. 우도엔 시 냄새가 나는가?

지난 19일부터이다. 제주문학의집이 추진하는 2019 도민문화학교인 ‘詩 창작 곳간’. 김미희 아동문학가는 시를 배우러 온 이들에게 ‘좋은 동시와 시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22일까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동시는 뭘까? 좋은 시는 뭘까? 그에 대한 답은 의외로 쉽다.

“가장 좋은 교과서는 가장 좋은 작품이죠. 즐기면서 읽으면 좋아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좋은 작품을 많이 읽고 나면 술술 시가 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창작 곳간에 온 이들은 김미희 아동문학가의 얘기를 들으며, 그의 말에 술술 빠져든다. 자신이 쓴 게 시가 아니라면 “시가 될른지 모르겠네”라며 읽어보란다. 첫 강의시간에 시를 배웠던 수강생이 운을 뗀다. “시가 될른지 모르겠네”라고 하면서.

오라동에서 왔다는 창작자는 ‘눈’이라는 자신의 작품을 읽어내렸다. 물론 “시가 될른지 모르겠네”라고 말하며.

“선생님은 휴대용 커피잔을
시 쓰라고 하신다
아무리 보아도
비닐 플라스틱으로 보이네
내 눈에
비닐이 씌었나
어떻게 벗기지”

하루 만에 쓴 작품이다. ‘눈’을 들은 김미희 작가는 ‘신의 경지’라며 칭찬한다. 하루에 이 정도라면 정말 좋겠다.

그는 수업시간에 좋은 시를 많이 꺼내놓는다. 수강생들과 함께 읽는 일이 많다.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을 읽어봅시다. 이 시는 꼭 필사해야 합니다. 띄어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맞춤법은 어떻게 공부할지 알게 돼요. 필사를 해보세요. 이 시에 ‘해는 시든 지 오래’라는 게 있죠. 너무 좋죠. 활용하면 돼요. 해만 시드는 건 아니잖아요.”

그는 일상 속에 시가 있다고 알려준다. 정말 그러긴 한 걸까.

“일상 속이 다 시랍니다. 그저께는 아는 친구랑 차를 타고 가는데, 제 차 안에 모기가 들어와 있는 거예요. 그 친구가 ‘빨리 나가’ 이러는 거예요. 너무 예쁘지 않나요? 그걸 보는 순간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났어요. 시를 쓰려면 늘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해요. (모기를) 죽이려는 손을 멈출 수 있는 지경이 되면 시를 쓸 몸이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좋은 시를 쓰려면 좋은 시 곁에 있어야 하고, 그런 친구랑 친하게 지내야 해요.”

그는 구구절절 동시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면 시 한 편을 더 읽으라고 권한다. 동시를 잘 쓰려면 두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는 사실도 함께 말해준다. 하나는 ‘왜?’라는 호기심, 또 하나는 감동을 잘하라고 일러준다.

“애들한테 어떻게 가르칠지 물어오는 분들이 있어요. 가장 좋은 교과서는 좋은 시랍니다. 좋은 시를 보여주기만 하면 돼요. ‘상징이 없네, 비유가 없네’라고 지도할 필요는 없어요. 읽어 주고 같이 감동하면 돼요.”

좋은 시의 요건도 일러준다. 섬광처럼 지나간 시가 대부분 좋은 시로 탄생을 한단다. 서예의 ‘일필휘지’처럼 말이다. 주제를 먼저 생각하고 쓰는 시는 너무 재미없는 시가 된다고 강조한다.

좋은 시를 읽어주는 김미희 작가. 그의 수업시간은 좋은 시를 많이 읽는 시간을 갖는다. 미디어제주
좋은 시를 읽어주는 김미희 작가. 그의 수업시간은 좋은 시를 많이 읽는 시간을 갖는다. ⓒ미디어제주

“좋은 시는 한꺼번에 콕 박힌다고 해야 할까. 언젠가는 신이 걸어주는 전화처럼 와요. 좋은 시를 많이 읽고, 내 몸을 만들어가는 겁니다. 그런 몸은 자꾸 생각하고, 좋은 시를 읽으면 내 안에 들어와요.”

서로 시를 읽고, 서로 시를 써보는 시간도 가져본다. 읽고 많이 써봐야 한다. 100편을 쓰면 10편은 자신의 시가 된다고 한다. 어떤 수강생은 ‘하느님이 밉다’라는 시를 창작해 읽어본다. 자, 들어보자.

“하느님은 공평하다는데
김미희 선생님을 만나보고서는
그렇지 않다고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시도 잘 쓰고
얼굴도 예쁘고
말씀도 잘하게
편애하시니
하느님이 밉다”

창작자의 시를 들어보니 정말 그렇긴 하다. 22일까지 만나게 될 창작자들과 김미희 작가. 수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질 준비를 마쳤다.

그건 그렇고, 언제면 시에 맞는 몸이 만들어질까. 모기를 당장 죽이지 않는 친구, 낙엽이 굴러가도 뭔가 생각하는 친구, 그런 친구를 먼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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