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22:34 (목)
“부디, 예술에서는 주류와 비주류 나누지 말아요”
“부디, 예술에서는 주류와 비주류 나누지 말아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6.14 14:0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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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퍼포먼스 듀오 ‘와우브로스’, 최형배와 김용천을 만나다
‘다원예술’ 용어에 갇힌 예술 장르, ‘비주류’로 치부하지 말아야
6월 12일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쇼케이스 무대에서 공연 중인 '와우브로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말없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출 뿐인데, 관객은 그의 감정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언어가 달라 가사를 이해하기 힘들지만, 곡을 부르는 가수의 표정을 보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예술은 인종, 나이, 언어 모든 것을 초월하는 탁월한 소통 수단이다.

따라서 예술을 즐기고, 행함에 있어 소외계층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소외계층 없이, 누구나 문화예술을 즐기고 향유할 권리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슬픈 소식이 하나 있다. 바로 문화예술계 안에서도 ‘주류’와 ‘비주류’가 나뉘어 구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에서 예술인들을 보는 시선은 ‘비주류’를 보는 것과 가깝죠. 회사에 다니거나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 ‘주류’의 사람들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으니까요. 그런데요, 비주류로 취급되는 예술계 안에서도 주류와 비주류가 또 나뉩니다.” / 와우브로스 김용천

와우브로스의 공연 모습.

와우브로스는 2016년 결성된 그룹이다. 최형배(35)와 김용천(32) 두 마술사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흔히 ‘마술사’라고 하면, 정장을 입고 미녀와 등장해 폼(?)을 잡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 하지만 와우 브로스는 조금 다르다. 정장을 입긴 입었는데, 멋스러움보다는 동네 친구, 삼춘 같은 편안한 느낌이다.

“우연히 용천이가 공연하는 걸 봤는데, 정말 잘하더라고요. 마술사라고 하면 보통 카리스마 위주의 공연을 하는데, 그 틀을 깬 공연이었죠. 이전에는 이런 형태의 마술쇼가 거의 없었어요. 기존의 틀을 깨고, 도전하는 모습이 참 좋아서 (용천에게) 연락했어요. 함께 하자고요.” / 와우브로스 최형배

와우브로스 최형배 씨는 고아원 아이들에게 마술 봉사를 했던 것을 계기로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술을 보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너무나 좋았단다.   

와우브로스는 지난 6월 12일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펼친 바 있다. 보통 15분 내외로 하이라이트 공연을 펼친 팀들과는 달리, 와우브로스는 25~30분 동안 마술을 선보였다. 무대 셋팅까지 포함해 각 팀에 주어진 시간이 30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를 꽉 채운 공연이었다.

이들의 마술은 특별하다. 어쩌면 ‘특별’과 ‘특이’ 그 사이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고, 표정을 짓지만 절대 우스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사람들, 참 멋지다’라는 생각이 든다. 코믹 퍼포먼스가 가미된 마술을 하지만 ‘우스워 보이지’ 않고, 그저 공연이 ‘웃긴’ 이유. 이들의 연기와 마술 실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형배 형은 TV에 많이 나온, 나름 얼굴이 잘 알려진 마술사예요. 멋진 마술사의 이미지로 공중파 방송에 고정 출연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형의 이미지는 ‘멋있는 마술을 하는 마술사’였어요. 그런데 막상 와우브로스를 통해 함께해보니 그저 멋있기만 한 마술사가 아니더라고요. 멋있게 마술을 하다가도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반전 매력을 가진 형이에요.” / 와우브로스 김용천

와우브로스의 공연 모습.

12일 공연에서 벌어진 숨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형배 씨 단독 무대에서 벌어진 ‘관객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이날 형배 씨의 단독 무대에는 한 명의 관객을 도우미로 선정, 함께 마술을 진행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형배 씨의 선택은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 관객이었다.

무대 위에 오른 관객은 많은 눈이 자신을 바라보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관객은 코믹댄스를 따라해보라는 형배 씨의 요구에 슬쩍,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화답한다. 공연이 끝나갈 시점엔 처음보다 훨씬 적극적인 모습이었지만, 형배 씨의 볼에 뽀뽀해야 하는 마지막 장면만은 결국, 실현될 수 없었다.

생각보다 수동적인 관객의 모습에 무대 뒤에서 있던 용천 씨는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단다.

“공연한 횟수가 몇 개인데, 이렇게 (관객을) 보는 눈이 없나…! 이 형은 좀 혼나야 돼요.”

웃으며 형배 씨에게 농담을 던지는 용천 씨다.

이들은 그야말로 ‘죽이 잘 맞는다’. 얼마나 잘 맞느냐면, 하루에 통화를 3~4시간은 우습게 할 정도다.

“공연 아이디어는 보통 잡담을 하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대화를 많이 하려 노력해요. 또, 메모를 많이 하는데요. 그러다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실험을 해봐요. 생각만 했을 때와 실제로 공연했을 때 다른 점이 많거든요. 분명 머릿속에서 생각했을 땐,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은데 막상 실천해보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죠.” / 와우브로스 김용천

와우브로스 김용천 마술사는 영화, 만화, 게임 등에 관심이 많다. 그는 스스로를 '미디어 중독'이라고 표현했다.

용천 씨는 영화, 만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공연을 보고 있자면, 마치 만화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제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많은데, 정리를 잘 못 해요. 그런데 형이 포인트를 잘 잡아줘요. 제가 아이디어를 내면, 형이 연출적인 부분을 제안하죠. 서로 역할 분담이 잘 되는 것 같아요.” / 와우브로스 김용천

형배 씨는 대학교 때 연기를 전공했고, 연기와 함께 연출 실력도 뛰어난 편이다.

용천 씨가 생각해낸 톡톡 튀는 아이템을 형배 씨의 연출력으로 구체화하는 작업. 이 둘은 서로의 강점을 강화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탁월한 조합이다.

“저는 최현우 마술사님 밑에서 마술을 배웠어요. 그리고 군대에 다녀온 뒤, 독립하게 됐죠. 처음에는 금전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렇게 5년을 버티니까 조금 일이 풀리더라고요. 공연예술계는 다 그렇겠지만, 특히 마술은 대한민국의 사건사고에 영향을 받아요. 메르스 독감이 유행할 땐, 예약이 잡혀있던 공연이 줄줄이 취소돼서 참 힘들었죠.” / 와우브로스 최형배

형배 씨는 말했다. ‘포기할까’ 생각이 들더라도 끝까지 버티는 자가 살아남는 거라고.

그러면서 그는 “상위 몇 프로 이내에 드는 마술사만이 살아남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영화나 음악 시장보다 작은 규모의 연극 시장. 그리고 이들보다 훨씬 작은 수준의 마술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획득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대학에 마술 학과가 단 하나 남았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과거에 비해 배우들도 많이 줄었고, 마술을 하려는 청소년도 줄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끼를 분출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요새는 유튜브, 1인 방송 등을 통해 분출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굳이 힘든 공연 시장에 뛰어들 필요 없이, 개인 방송을 통해 자신을 노출시키는 거죠.” / 와우브로스 최형배

와우브로스의 공연 모습.

정부에서는 예술인을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그런데 마술은 독립된 예술 장르로 인정받지 못하고, ‘다원예술’에 포함되어 있다. 용천 씨에 따르면, 이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상당하다고.

"마술은 다원예술로 분류되고 있어요. 다원예술은 연극이나 음악, 무용 등 주류 예술 범위에서 벗어난 비주류 예술을 포괄하는 말입니다. 행정의 필요로 만들어진 용어이기도 하죠. 예술계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장르는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원래 비주류에 포함됐던 ‘마임’의 경우, 축제가 생기면서 현재 주류로 인정받는 분위기고요. 저희가 하는 마술 퍼포먼스는 다원예술에 속해요. 하나의 특정한 장르가 아닌, 다원예술에 포함된 분야로 보는 거죠. 그래서 정부 지원사업에 공모할 때, 불리한 경우가 많아요.” / 와우브로스 김용천

“배고픈 연극인을 위한 지원사업이라서, 우리에게 지원은 어려울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어요. 작품을 잘 만들고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였죠. 저희가 지원한 공모가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만을 위한 사업이라는 거예요. 이 말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에요. 마술은 행사하러 다닐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기에, 상업적이라는 시선이 있으니까. 다만, 저희가 코믹 퍼포먼스를 한다고 해서 그저 상업적인 공연이라고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늘 아이디어를 짜기 위해 고민하고, 더 나은 마술을 보이기 위해 소품을 사서 실험도 해보고, 굉장히 노력하거든요. 적어도 예술에서는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시선을 거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와우브로스 최형배

일각에서는 ‘다원예술’이라는 용어에 대한 비평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원예술은 실재하는 예술의 경향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가 아니라, 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 용어이기 때문이다.

‘실험적인 작품’, ‘다양한 장르를 복합한 작품’은 무조건 다원예술일까. 그렇다면 다원예술의 범위는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다원예술에 포함된 ‘마술’의 경우, 독립된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정받을 수 없는 걸까.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순수예술은 왜 존재하기 힘든 걸까.

무언가를 정의하려는 목적으로 탄생한 다양한 문화예술계 용어들. 다원예술도 그들 중 하나다.

행정의 편의를 위해서든, 아니든 예술 장르에 있어 용어의 정립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는 잣대로 ‘다원예술’ 용어가 사용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마술’을 하나의 예술 장르로 봐달라는, 와우브로스 두 남자의 바람처럼 말이다.

“언젠가 와우브로스의 전용관을 만들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마음껏 테스트하고 공연도 실컷 하고 싶어요. 무대가 없어 힘든 후배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고 싶고요. 어떤 공연이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했을 때, 보통 큰 변화 없이 똑같은 공연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희는 분기별로 다 다른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저희 공연을 이미 보신 분들이라도 몇 달 뒤 와우브로스를 찾으면, 또 새로운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 와우브로스 최형배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기존의 것을 보강하고, 새로운 것도 만들고.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공연하고 싶어요. 건강하게, 무탈하게 형배 형과 함께 공연하는 것이 제 꿈이에요.” /와우브로스 김용천

(왼쪽부터)와우브로스 김용천, 최형배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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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배 2019-06-15 16:47:24
알지?
누구신데 이렇게 댓글을 다시죠?
지금의 행동은 명예훼손에 걸릴 수 있다는거 아시죠?

똥똥 2019-06-16 15:19:17
멋져브리시네여 와우브로스

2019-06-17 14:28:01
근거없는 비방에 맘상해하지 마시고 와우브로스 승승장구하세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