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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도 단일 교과목으로 인정받기를 바라요”
“무용도 단일 교과목으로 인정받기를 바라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6.12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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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무용전공 김긍수 교수를 만나다
“무용 과목도 연극처럼, 교과목 채택 가능해야”
전국적으로 생활예술을 즐기는 인구 수가 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문화예술이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 ‘생활체육’이라는 말처럼, ‘생활예술’이라는 단어도 등장한 지 수년이 지났다.

제주 또한 생활예술을 즐기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 5월 28일에는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마을의 빈 창고를 개조해 만든 ‘문화공간 마루’가 개관하기도 했다. 문화공간 마루는 제주도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저렴한 가격에 전문가 수준의 설비가 갖춰진 무용 연습실을 빌릴 수 있으며, 6월부터 8월까지는 도민을 위한 다양한 무용 강습도 진행한다.

이처럼 기관에서 생활예술을 지원하고, 강조하는 이유. 바로 생활 속에서 예술을 즐긴다는 것은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일 터.

문화예술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 문화예술의 발전 또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반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이들이 없다면, 예술가 또한 설 자리가 없어 점차 퇴보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영상창작학부 무용전공 김긍수 교수는 “무용 과목이 공교육에서 단일 교과목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긍수 교수는 연극 과목처럼, 무용이 공교육 교과목 채택이 가능한 장르가 되길 원한다.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하며, ‘연극’ 과목을 공교육에서 교과 과목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연극인들의 오랜 염원이 비로소 이뤄진 것이다.

이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교과서에는 연극 단원이 추가되고, 2018년부터 각 고등학교에서는 연극을 예술교과 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기존 음악, 미술로만 구성된 예체능 교과 범위가 연극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단, 연극을 교과목으로 채택하는 것은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서다.

연극을 예술교과 과목으로 채택할 수 있게 된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초등학생, 즉 어린 시절부터 연극을 접할 기회를 부여받는다는 것은, 추후 ‘연극’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잠재력이 된다. 그리고 이는 나아가 ‘다양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아직 제주의 고등학교 중, 연극을 예술교과 과목으로 정식 채택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연극을 가르칠 교사 인력 부족, 한정된 예술 교육 시수 등의 문제 등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용’이 공교육의 단일 교과목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러한 사실에 김긍수 교수는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기존의 무용인들이 지금부터 노력해야 후세가 제대로 된 무용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의 무용 인구를 약 30~40만 정도라고 예상하며, 이러한 통계는 오랫동안 크게 줄지도 늘지도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무용 인구가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는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 이유가 있을까?

“우리나라에 무용 인구가 많이 늘지 않는 이유로는 발레단과 무용단 수가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개인 발레단은 있어도, 월급을 받고 생계를 꾸릴 수 있는 발레단은 국립발레단, 유니버설 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 셋뿐이에요. 결국 대학에서 발레 전공을 한 학생들이 현역을 그만두고 지도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늘 고민한다며, 그래도 반가운 소식은 성인발레 인구가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점을 알렸다.

“성인발레 인구가 과거보다 정말 많아졌어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죠. 고마운 사실은 이분들이 발레 공연의 마니아층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는 거예요. 발레 공연에서 매표 수익의 50~60%가 성인발레를 취미로 즐기시는 분들이라는 말도 있어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우리 아이들도 보다 쉽게 발레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해설이 있는 발레'를 기획한 김긍수 교수.

김긍수 교수는 국립발레단장으로 있던 시절, ‘해설이 있는 발레’를 개최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해설이 있는 발레’는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발레 언어나 작품 관련 지식과 함께 발레를 선보이는 공연이다.

발레에는 언어가 있다. 예를 들면, 손등으로 얼굴을 윤곽선을 살짝 쓰다듬는 행동은 ‘아름답다’라는 뜻이다. ‘사랑한다’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동작은 왼쪽 심장 위치에 두 손을 모아서 표현한다. 이러한 발레의 언어를 알고, 공연을 보면 관객은 더 큰 공감과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힘쓴 김 교수. 하지만 그는 한편으로 발레의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 어느 곳에 무게를 실을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한다.

클래식 발레를 직역하면, ‘고전 발레’다. ‘고전’이란, 옛날에 만들어진 것으로 오랜 시대를 거쳐 현재도 높이 평가받고 있는 예술 작품을 뜻한다.

상당수 클래식 장르가 그렇겠지만, 발레는 특히 더 ‘정형화된 형태’가 존재하는 예술이다. 손짓과 발짓 하나하나가 모두 정확한 각도, 형태를 요구한다.

“발레는 매우 혹독하고, 셈법이 매우 정확한 장르입니다. 콩쿠르의 경우에도 가장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발레 콩쿠르인데요. 피겨처럼 점수를 매기는 데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이죠.”

김 교수에 따르면, 생활예술로써 발레가 발전하려면, 많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쉽게 즐기는 편이 좋다. 반면, 클래식 발레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곳에 집중된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생활예술로의 발레와 전문 무용수를 위한 발레 교육의 방향은 분리해서 다뤄야 하는데, 발레의 대중성과 예술성을 교차시킬 방법 중 하나가 ‘무용의 교과목 채택’이 될 수 있다.

물론, 무용이 공교육에서 교과목으로 채택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김 교수도 이를 잘 안다.

현재 무용뿐 아니라 영화, 문예창작 등의 예술계에서도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 교과를 학교의 재량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자는 목소리다.

예술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팍팍한 일상에 하나의 빛이 되어준다. 그래서 “모든 예술은 하나로 통한다”라는 말도 나왔다.

김 교수의 바람대로 언젠가는 대한민국이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다양한 예술 과목을 즐길 수 있는 ‘문화 강국’이 되기를 바라본다.

'제주 썸머 발레 인텐시브 코스'를 준비하는 탄츠올림프아시아 및 제주시티발레단, 한라대학교 등 관계자들.

한편, 김 교수는 탄츠올림프아시아의 총 연출자를 맡아 오는 8월 5일부터 8일까지, 제주에서 ‘클래식 발레 교육프로그램’을 개최한다.

한라대학교의 장소 협찬, 그리고 제주시티발레단과의 협업으로 이뤄진 이 교육프로그램의 이름은 ‘제주 썸머 발레 인텐시브 코스’. 전국에서 모인 아동~성인 무용수들이 유명 발레리노, 발레리나에게 발레를 배울 기회다.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탄츠올림프아시아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면 된다.

이와 관련, 행사를 개최하는 탄츠올림프아시아는 탄츠올림프 베를린 본선 선발을 위한 예선경연 대회를 일컫는다. 대만, 몽골, 싱가포르,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10개국 유수 무용 단체 및 학교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2021년에는 한국에서 세계무용연맹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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