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할아버지 세대와 손자 세대가 어울리니 어때요”
“할아버지 세대와 손자 세대가 어울리니 어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6.08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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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1·3세대 어울림 한마당 개최
어르신 세대와 손자 세대들이 서로 참여하고 체험하기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자와 손녀. 서로 만남을 가지기 쉽지 않다. 우선은 세대차가 나며, 같이 지내는 공간도 없다. 대가족 시대는 먼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핵가족 시대에 할아버지 세대와 손자 세대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 한갓 꿈이다.

그 꿈이 현실이면 어떨까. 실제 그런 현장이 만들어졌다. 1세대와 3세대가 마주하는 공간이 8일 구성됐다. 이날 영주고 운동장엔 ‘아라동 1·3세대 어울림 한마당’이 진행됐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자와 손녀가 한데 어울렸다. 공동으로 체험을 하며 즐겼다.

‘달고나’를 제주에서는 ‘떼기’라고 부른다. 김금용 어르신은 이날 떼기체험 현장에 참가한 손자·손녀 세대를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다. 어르신이 어릴 적엔 ‘떼기’ 자체가 놀이였다.

떼기를 지도하는 김금용 어르신. 미디어제주
떼기를 지도하는 김금용 어르신. ⓒ미디어제주

“1세대와 3세대들이 한데 모인다는 행사가 있다고 하더라고. 떼기야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서 많이 하던 놀이였어.”

떼기는 그야말로 추억의 놀이였다. 집안에서 즐기기도 했다. 엄마로부터 야단을 맞는 대표적인 놀이가 떼기였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태워 먹기도 했기 때문이다. 김금용 어르신은 이날 참가한 아이들에게 떼기 지도를 하며 옛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떼기는 부모들이 없을 때 집에서도 했어. 우리 세대는 주요 장난감이면서 놀이기구가 떼기였지. 내가 했던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의미있다고 봐. 다음에도 이런 행사가 진행된다면 참가해야지.”

짚줄꼬기 체험 마당에 참여한 학생들도 보였다. 난생 처음이다. 아라중에 다니는 고다은 학생은 짚줄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고다은 학생의 생각도 들어봤다.

짚줄꼬기 체험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 미디어제주
짚줄꼬기 체험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 ⓒ미디어제주

“신기해요. 너무 신기해요. 새끼를 빙글빙글 돌려서 줄을 만드는 게 너무 신기해요. 전통체험은 눈으로만 봐왔는데, 오늘 처음 짚줄꼬기에 참가해봤어요. 옛날 어르신들이 했던 일들이 차츰 사라지는데, 보존을 위해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1세대와 3세대를 중심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열린 건 처음이다. 아라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주최를 하고, 협의체와 아라종합사회복지관·은성종합사회복지관이 공동 주관으로 참여했다. 주최측은 이날 행사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라는 말도 강조했다. 행사를 추진한 아라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고호진 회장은 첫 행사의 의의를 설명하느라 바빴다.

“협의체는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는 일을 해왔어요. 완제품을 만들어서 필요한 이들에게 복지를 전하는 그런 형식이었어요. 수혜자들은 수동적으로 그걸 받았고, 기쁘지는 않았다고 봐요. 때문에 새로운 복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아라동 1.3세대 어울림 한마당 아라종합사회복지관 부스. 미디어제주
아라동 1.3세대 어울림 한마당 아라종합사회복지관 부스. ⓒ미디어제주
아라동 1.3세대 어울림 한마당 은성종합사회복지관 부스. 미디어제주
아라동 1.3세대 어울림 한마당 은성종합사회복지관 부스. ⓒ미디어제주

새로운 복지 시스템이란 무엇일까. 그는 사회가 변하는 ‘지금’에 주목했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를 치닫는 현실이다.

“사회가 변했잖아요. 핵가족화는 오래됐고,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문제는 세대간 신뢰하는 장소와 여건 마련이 되지 않았어요. 포괄적 복지개념이 필요했고, 그걸 살려야 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스스로가 자아를 실현하게 되고, 복지 시스템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환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1·3세대 어울림 한마당이 시작입니다.”

그의 말마따나 새로운 복지 시스템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건 꿈이 아닌, 현실이 됐다. 그래,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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