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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는 제주, 어른들만 믿을 수 없어 청소년이 나왔어요”
“망가지는 제주, 어른들만 믿을 수 없어 청소년이 나왔어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6.06 13:3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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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연 지키기에 나선 18명의 청소년, '우리도제주도'
6월 6일 제주 자연파괴의 심각성 호소하며 도청 앞 회견
“자연을 같이 지킵시다”… 제주 청소년 향한 동참 호소
6월 6일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 자연 지키기를 위한 '우리도제주도' 청소년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청소년은 나라의 미래다”

흔히 볼 수 있는 말이다.

어른들은 말한다. 청소년이 나라의 미래라고. 그러니 청소년의 올바른 가치관 함양을 위해 어른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제주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어른들은 과연 청소년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보를 보이는가.

이러한 제주 현실에 의문을 던지며 나선 제주 청소년들이 있다. 바로 ‘우리도제주도’라는 이름으로 보인 학생들이다.

‘우리도제주도’는 오현고등학교, 표선고등학교, 남주고등학교, 탐라중학교, 제주여자중학교 총 5개 학교 학생이 모여 결성한 청소년 모임이다. 현재 약 18명이 활동 중이며, 모임의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6월 6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서 열렸다.

“6월 6일 현충일, 나라를 지킨 어른들을 기리는 날. 청소년이 제주를 지키기 위해 모였습니다.”

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탐라중학교 3학년 강유나 학생의 말이다.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탐라중학교 3학년 강유나 학생.

모처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빨간날’인 현충일. ‘우리도제주도’ 청소년들은 망가져 가는 제주를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

“제주 땅에 사는 저는 행복 했었고, (그 사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요, 지금은 무섭기만 합니다. 제2공항, 바다 쓰레기, 짓다 만 건물들. 제주는 지금 발전이 아닌, ‘변질’되는 중입니다.
앞으로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갈 삶의 터전이 될 제주. 제주가 제주 자체로서의 가치를 가진 땅이 되길 바랍니다. 가치를 잃은 제주는 더 이상 사람이 찾지 않을 것을 알기에 회견을 열었습니다. 공부만 하는 청소년, (불의를 보아도) 가만히 있는 청소년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더 많은 행동을 할 것입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제주에 살아가는 청소년의 목소리를요.” / 탐라중학교 3학년 김주희

김주희 학생은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영리병원 반대, 원희룡 지사 퇴진 촛불집회’에서 모두발언을 한 학생이기도 하다.

모두발언 시간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쥔 그는 “영리병원, 비자림로 등 뉴스를 이야기해도 친구들은 모른다. 친구들에게 제주도의 현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면서 거리로 나온 이유를 고백했었다.

그리고 6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주희 학생이 다시 마이크를 쥐게 되기까지. 제주의 상황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제2공항을 짓기 위한 움직임은 분주하고, 영리병원과 관련해서는 제주도와 녹지그룹 간 소송전이 한창이다.

이러한 사실에 표선고등학교 1학년 이도경 학생은 “제주도민의 자격으로 제2공항을 반대한다”라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들었다.

먼저, 도경 학생은 “현대판 소작농이라 불리는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제2공항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 표선이나 성산 지역의 땅값이 폭등하게 된다. 또 해당 지역에는 다양한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입점할 예정이다.

도경 학생은 이것은 결국 대기업, 또는 부자들의 배를 불리는 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자영업자들은 가게 임대료를 내지 못해 쫓겨나는 수순을 밟게 될 거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원희룡 지사에게 묻고 싶습니다. 부자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공항인지, 진정 도민을 위한 공항인지”라며 “제주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광객 수를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경 학생은 제2공항이 생기면 영향을 받을 하도철새도래지 문제도 언급했다. 해당 지역이 황폐화되고, 철새들이 떠나게 될 거라는 사실은 심각한 환경문제라는 뜻이다.

(왼쪽부터)표선고 이도경 학생, 표선고 이건웅 학생, 탐라중 김주희 학생

표선고등학교 1학년 이건웅 학생 또한 제주의 환경파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지구의 주인이 사람이라는 착각입니다. 저는 지구의 주인은 자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은 사람이 없어도 살아가지만, 사람은 자연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 환경 파괴로 인해 야기된 각종 재해… 우리는 바로 옆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데 왜 환경파괴를 막지 않을까요. 이를 막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이익 챙기기에 바빴습니다.
저는 이제는 과거를 탓하거나 어른들에게 (환경 문제를) 믿고 맡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 사회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왜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나요. 우리도 생각이 있습니다. 몇몇 어른들 때문에 학생들은 침묵해왔지만, 이제는 학생이 세상을 바꿔야 할 세상입니다.” / 표선고등학교 1학년 이건웅

건웅 학생은 제주의 심각한 환경 파괴 문제를 들며 “솔직히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막을 수 있을 때, 막을 수 있는 권한을 가졌던 어른들이 움직였어야 했는데. 이익에 눈이 먼 무분별한 개발이 지금의 심각한 상태를 만든 것이다.

그는 “한 명의 목소리는 너무 작고 힘이 없지만, 목소리가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한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나이와 국적, 성별 관계없이 환경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만 있다면 누구나 지킬 수 있다고. 오직 행동하는 사람만이 세상을 바꾸고 지킬 수 있다고 말이다.

김주희 학생은 세월호 노란리본 만들기에 동참하며, 제주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도청 앞에서의 기자회견이 성사될 때까지. 혹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주희 학생은 자신 있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좋은 어른들의 조언을 받았고, 앞으로도 이렇게 청소년의 목소리를 낼 거라면서.

이날 회견에서 ‘우리도제주도’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을 향한 요구사항을 알렸다. 바로 제2공항 사업 중단을 요청하는 면담 신청이다.

‘우리도제주도’의 박주희, 이건웅 학생은 원 지사가 6월 14일까지 답을 주지 않거나, 면담을 거부하는 경우 각자의 학교에서 일주일에 하루 가량의 등교 거부와 함께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한편, 이들 청소년은 6월 9일 제주시 중앙로 77번지 지하 1층 ‘관심사’ 카페에서 청소년 토크콘서트를 개최한다. 10일부터는 환경 파괴를 반대하는 내용의 청소년 서명운동도 열린다.

“제주 청소년 여러분, 저희는 여러분과 같은 학생입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같이 지킵시다.”

이도경 학생이 제주 청소년에게 전하는 호소의 말이다.

마음이 동한 청소년이 있다면, 누구나 ‘우리도제주도’에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청소년이 활동 중이며, 가입을 원한다면 이메일(wespace56@gmail.com) 혹은 인스타그램(ID: wespace56)을 통해 메시지로 문의하면 된다.

더 이상 어른들만을 믿고, 따를 수가 없어 제주 지키기에 나섰다는 청소년들. 그저 밝은 미래를 꿈꾸고, 행복해야 할 청소년들이 나서야 할 정도로 망가진 제주. 부끄러운 요즈음의 제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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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청년 2019-06-06 14:35:14
얘들아 반대측에서 하는 말들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 감정에 호소하여 냉철하게 볼 눈을 가린다. 그게 여론을 호도하는 행태들이다. 제2공항 건설은 너희와 나같은 청년들에게도 혜택이 돌아올 일이다. 정치적 일에 이용 당하지 말길 바란다.

우리도 제주도 2019-06-06 13:49:54
탐라중 3학년 강유나이고 표선고 1학년 이건웅 입니다! 그리고 우리도제주도 입니다!!

제2의공항찬성 2019-06-07 19:46:31
너희들은 제주도에서 농사만짓고살거니?
미안한데 너희들이 막아봤자 안바꼌ㅋㅋㅋ

우리도 제주도 2019-06-06 13:46:13
기사에 오타가 너무 많아요ㅠㅠ

강경진 2019-06-08 09:56:37
청소년에게서 밝은 미래를 봅니다.^^
멋진 행동에 어른으로써 미안하고 여러분들의 용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