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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생각 안 하면, 제주 섬 자체 망가질 수 있어”
“환경 생각 안 하면, 제주 섬 자체 망가질 수 있어”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5.21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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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제주교구, 21일 지속가능한 제주 위한 토론회 개최
송재호 “어떤 개발이라도 주민 반대 있으면 추진하면 안 돼”
정영진 “관광객 수용력 이전에 환경 수용력부터 확보해야”
5월 21일, 천주교 김기량 성당에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성찰과 모색’이라는 이름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가 앓는다. 수용력을 초과한 하수처리장은 오수를 내뿜고, 쓰레기 처리가 불가능해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을 하는 지경이다. 제주 어디에서나 ‘미분양’ 현수막이 걸린 건물을 쉽게 만난다.

“오래 보아도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라는 말은 더는 제주에 어울리지 않게 됐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불필요한 공사는 이제 흔한 일. 제주의 면면을 들여다볼수록 아름답지 않은 속살이 자꾸만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나섰다.

5월 21일 화요일 오후 2시, 천주교 김기량 성당에서는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성찰과 모색’이라는 이름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자리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대통력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송재호 위원장은 ‘제주의 지속가능성과 균형발전을 위한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김기량 성당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성찰과 모색’ 토론회에서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20여분 동안 강연을 진행했다.

“어떤 개발이라도, 지역이 반대한다면 (진행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관광객이 나(지역민)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면 (주민들은) 관광객을 반대하게 되는데요. 최근 학자들은 (개발하는 주체와 주민 간의) 합의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결론을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유는 여기 사는 우리가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송재호 위원장

송 위원장은 지역이 결정한 것을 존중하는 것이 ‘분권’의 기본 개념인데, 이것이 현 정부의 방침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중앙정부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에 분산되는 형태의 ‘지방분권’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의견을 우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송 위원장의 주장과 통한다.

송 위원장은 이어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관광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는 관광은 곤란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적인 것입니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징이 있죠. 제주도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습니다. 관광과 개발 문제에 주의 깊게 접근하지 않으면 섬 자체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송재호 위원장

도청 앞 천막촌 연구자 정영진씨.

이어 도청 앞 천막촌 연구자 공방에서 제2공항 및 제주 환경 관련 연구를 하며, 목소리를 내온 정영신씨가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정영진씨는 제2공항 건설 문제를 현 공항 수용력이 아닌, ‘제주의 수용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토부와 제주도정은 제주공항 연간 이용객 4500만명을 전제로 한 수용력 확보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제주도정은 제주 공항 연간 이용객이 4500만명이 되었을 때, 현 공항으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들며 제2공항을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씨는 제2공항 갈등의 핵심은 이것이 아니라며, 두 가지 중요점을 언급했다.

정씨는 △제주가 과연 4500만명 관광객을 감당할 수 있는가 △도대체 왜, 4500만명 관광객을 제주도가, 제주도민이 감당해야만 하는 것인가 이 두 가지를 중점으로 제2공항의 필요성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제주 하수처리장 문제로 제주가 가진 수용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정씨가 토론회 자리에서 보인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내 하수처리장 8개소 중, 5곳이 수용력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쓰레기 폐기물 처리시설도 대부분 포화상태로, 지난 3월에는 쓰레기를 불법으로 필리핀에 수출해 국제적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정씨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스스로 주변 자연을 파괴하는 가해자가 된 것이 아닌가”라며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2013년 8월 제주 인구가 60만명을 넘었을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제주도는 ‘제주 인구 60만명 시대’를 선언하며, 이를 축하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2018년 주민등록인구통계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제주의 인구는 69만2032명이다. 2013년보다 9만명 가까이 늘었는데, 이와 함께 쓰레기 처리, 하수처리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수용력이 포화 상태기 때문이다.

정씨는 “제주도민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YES)’라는 답이 내려져야 개발 행위가 가능하다”면서 주민이 주체적으로 제주의 미래와 관광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가 관광의 섬으로 주목받게 된 이유는 아름다는 자연 덕분이다. 이러한 자연이 없어진다면, 제주를 찾는 이들도 사라질 터.

그동안 개발에서, 관광에서 ‘발전’이라는 목표로 쉼 없이 달려온 섬 ‘제주’. 이제는 진정 쉼표를 찍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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