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사진 속 '조연' 싫어요!"
"설마, 제스처는 아니죠?"
"사진 속 '조연' 싫어요!"
"설마, 제스처는 아니죠?"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7.09.18 1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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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수해현장 방문 대선 후보들에 쏠린 '눈'

"와서 사진이나 찍고 얼굴 알리려는 것이라면 사양하겠습니다."

"직접 보고, 느껴서 정부의 실질적인 보상만 이뤄진다면…"

"우르르 왔다가 우르르 빠져나가는 모습 하고는..."

제11호 태풍 '나리'로 인해 당장의 생계 걱정과 막막한 피해복구 상황에 울상인 제주도민들이 잇따라 제주를 방문하고 있는 대선 후보들을 보는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다.

제주는 지난 16일 태풍 '나리'의 강타로 천문학적인 재산피해와 수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제주도심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도민들은 전례 없던 태풍피해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런 제주에 대선후보를 비롯해 정부관계자, 당 대표, 국회의원 등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를 비롯해 18일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 임상규 농림부 장관, 문원경 소방방재청장이 잇따라 제주를 방문했다.

이들은 제주 수해지역을 찾아 주민들을 격려.위로하고 함께 복구작업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피해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함께 정부의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이들의 제주방문에 진정성을 의심하는 도민의 시각도 적지 않다. 가는 곳마다 대선후보들의 사진 속 조연이 되어야 하는 도민들이 분통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피해복구 동참'이란 취지로 바쁜 일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렇듯 이들의 제주 방문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얼굴이나 알리고, 보여주기 위한 제주 방문"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직접 피해상황을 보고, 실질적인 정부의 보상이 이뤄진다면 더 좋을 것이 있느냐"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선후보들이 방문한 피해복구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대선후보와 주요 당직자들이 제주에서 실질적인 피해상황을 보고 느낀 뒤 올라가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진다면 더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그만큼 제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에 대한 여러 관심이 제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주민들도 많다. 한 주민은 "곱게 옷 차려 입고 피해복구를 돕기는 커녕, 사진이나 찍고 얼굴을 알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피해주민의 아픔을 함께하고, 직접 일손을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들의 동참을 사양하고 싶다"고 잘라말했다.

실제로 한 대선후보가 방문한 피해현장에 뒤따라온 차량들이 잇따라 복구작업 인근에 차량을 주차시키면서, 일대가 큰 혼잡을 겪어 오히려 주민들의 화를 부추기기도 했다.

한 시민은 "복구작업 일손을 돕는 것도 좋지만, 꼭 이렇게 세를 과시하듯 수행인들을 대거 동행시켜야 하냐"며 "차량 통행이 어려워 복구작업 차량들도 드나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우르르 몰려왔다가 우르르 빠져나가는 모양새에 울분을 터뜨리기도 한다. 일을 도와주려면 하루 날을 잡고 제대로 도와주던지, 불과 짧은 몇시간 일하다가 악수를 나누고 빠져나가는 모습을 꼬집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중앙 정치인사를 수행하고 온 제주 인사들 역시 그런 '밀물과 썰물'처럼 오가는 대열에 합류해 있어 피해주민들의 빈정거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앙정치인사들이야 제주 실정 잘 몰라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고 현장을 찾았다고 합시다. 하지만, 중앙정치인사들을 수행하고 온 제주사람들까지 대선후보 틈바구니에 끼여 일하는 척 하다가 함께 빠져나가는 모습은 가히 좋은 모습이라 할 수 없지 않아요?"

제주도민들은 이번 태풍으로 크나큰 시련을 겪고 있다. 대선후보들의 잇따른 제주방문이 얼마만큼 도민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됐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제주에서 흘린 땀방울이 진정 도민들이 원하는 선물이 되어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미디어제주 취재부 / 문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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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나씨 2007-09-18 21:12:16
수해피해 현장이 삐까뻔쩍 자가용 주차장인가? 뭘 돕는다는거야, 도망은 왜? 애초의 마음은 수해피해 현장에서 삽들고 폼잡으며 전시사진 찍으려 뱅기타고 제주에 왔다는걸 보여줘야 정치가된다 이거아냐. 지역 주민에 쫏겨난 맴 흐뭇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