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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양경찰서, 그때는 ‘비호’하더니 이제는 ‘개인 일탈’이라고?
제주해양경찰서, 그때는 ‘비호’하더니 이제는 ‘개인 일탈’이라고?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4.04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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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A순경 강제추행 사건 진행 과정을 지켜보며
본청 청장 참석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개청식 전후 ‘이중성’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2017년 9월 하순부터 시작된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A순경의 성추행 사건이 4일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되면서 마침표를 찍는 모양새다.

사건은 A순경이 술집에서 여성의 동의없이(강제)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신체 일부를 만지면서(추행) 시작됐다.

A순경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육상)경찰에 입건됐고 1차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그렇게 마무리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제주해양경찰서가 A순경 사건이 보도된 당일(2017년 9월 21일) 이례적인 ‘보도(설명)자료’를 내면서 일이 커졌다.

제주해양경찰서가 지난해 9월 21일 A순경을 변호하기 위해 배포한 보도자료. ⓒ 미디어제주
제주해양경찰서가 2017년 9월 21일 A순경을 변호하기 위해 배포한 보도자료. ⓒ 미디어제주

해당 내용이 보도된 언론사를 일일이 거명하며 “A순경은 ‘피해 여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A순경의 입장을 적극 대변했다.

게다가 “당사자간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피의사실이 명확해 질 때까지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언론사들에 요구했다. 일종의 추가 보도 통제나 다름없는 것이다.

급기야 이를 본 피해 여성이 언론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제주해양경찰서의 해명에 대한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강하게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제주해양경찰서가 그렇게 ‘비호’하던 A순경은 지난해 7월 초 열린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공소사실)를 인정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피해 여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제주해양경찰서의 항변이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제주해양경찰서는 왜 그랬을까. 조직원 개인의 일탈로 비쳐지는 사건에 대해 매우 이례적인 행태를 왜 했을까.

A순경의 사건이 보도된 같은달 29일 열린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개청식 때문일 공산이 크다. 해경 관계자도 인정했다.

제주해양경찰서 전경.
제주해양경찰서 전경.

지난해 8월 초 <미디어제주>와 만난 해경 관계자는 “당시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이 개청식에 참석하는데 일부 조직원의 일탈이 개청식 분위기를 띄우는데 악영향을 우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개청식 뿐만 아니라 해경이 전국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데 개인의 일탈이 나쁘게 보도될 경우 전국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하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본청장이 참석하는 행사 때문에 해경에 대한 나쁜 보도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개청식 이후 제주해양경찰서는 A순경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비호’는 커녕, 되레 “사실로 드러나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A순경이 항소해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지금(4일) 제주해양경찰서는 어떨까. 별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제주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제주>와 통화에서 “(보도자료를 낸 것은) 주장이 서로 갈리니, 한 쪽 의견만 듣지 말고 우리 입장도 같이 들어달라고 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직원이 물의를 빚은 부분에 대한 입장이라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지금까지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로 인해 조직에서 공식적인 사과(입장 표명) 등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장 발표 등에 대해서도 검토된 바 없다”고 답했다.

본청장이 참석하는 행사 분위기를 위해 ‘종이 한 장’으로 ‘입’을 막으려한 제주해양경찰서. 그때는 그토록 ‘비호’하더니 지금은 ‘개인의 일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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