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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말라위에 물을 선사한 ‘대지의 예술가’
아프리카 말라위에 물을 선사한 ‘대지의 예술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4.04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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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능기부로 저수지를 만들어낸 김삼도씨
백영심 선교사 부탁에 아프리카로 날아가 대지와 싸움
25만톤 규모 저수지 준공…수많은 이들에게 생명 전달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물은 생명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상수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으며, 그런 시설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일같이 물이 콸콸 쏟아지지도 않는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겐 물이 고프고, 물을 찾으러 수 킬로미터를 오가기도 한다.

그런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생명을 준 이가 있다. 제주 출신 김삼도씨이다. 그는 우연찮게 아프리카에 갔다가, 기적처럼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고귀한 물을 건네주고 왔다.

지난 2016년이다. 25년간 골프장 조경과 관리를 맡던 그는 오랜 직장을 떠나보내고, 골프장 건설에 참여하는 프리랜서로 활동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그런 그에게 중학교 친구가 호출을 했다. 아프리카 말라위 사람들을 위해 도와달라는 신호였다. ‘말라위의 천사’로 불리는 친구의 부름이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 '기적의 물'을 선사한 김삼도씨. 미디어제주
아프리카 말라위에 '기적의 물'을 선사한 김삼도씨. ⓒ미디어제주

“말라위에서 30년 가까이 선교 활동을 하는 백영심 선교사가 친굽니다. 그를 만났는데 말라위에 저수지를 만드는 공사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됐어요. 그 자리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죠. 재능기부로 말이죠.”

그는 평소에도 백영심 선교사를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만난 자리에서 백영심 선교사의 제안을 수용했고, 말라위로 곧장 날아갔다. 저수지 공사는 2016년 8월부터 5개월간 진행됐다.

“거기 사람들은 건기엔 2~3km를 가야 물을 얻을 수 있어요. 빨래나 샤워는 생각도 못하죠. 상수도 혜택을 보는 이들은 20% 정도이며, 그마저도 건기가 되면 몇 시간만 물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죠.”

어찌 보면 무모했다. 저수지를 만드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그는 토목전문가도 아니었고, 저수지를 만드는 설계도면을 짜거나 한 적도 없다. ‘밀어붙였다’는 말이 딱 맞다. 불도저 1대, 포클레인 2대, 덤프트럭 5개를 빌려 일을 시작했다.

“시작은 느긋했죠. 거기서는 ‘반노고 반노고’하면서 일을 해요. ‘천천히 천천히’ 하라는 말이죠.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어요. 사실 처음엔 협조가 제대로 되질 않았답니다. 이러다간 몇 년이 걸리겠다는 생각에 게으름을 피우는 덤프트럭 기사를 해고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후엔 달라졌어요. ‘빨리 빨리’라는 뜻의 ‘쌍가 쌍가’라고 하면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수지 윤곽이 드러나자 그들은 더 열심히 협조를 했어요.”

일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저수지를 만들더라도 물을 가둬놓아야 하는데 보통 일은 아니었다. 물을 가두려면 수십억의 돈을 투입해야 했다. 그런데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났다.

“저수지를 만든 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형이 낮아요. 방수처리를 해야 저수지가 완성이 되는데, 끝 무렵에 샘이 나오기 시작하지 뭡니까. 샘이 계속 솟아나니 방수처리 문제는 사라졌죠. 둑만 완벽하게 만들면 된 것이죠. 샘은 천연방수 역할을 해주죠. 사실 방수처리를 하면 마시는 물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샘이 솟아나면서 물도 깨끗해지게 됐죠.”

김삼도씨가 말라위 저수지를 만들면서 찍은 사진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삼도씨가 말라위 저수지를 만들면서 찍은 사진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고 있다. ⓒ미디어제주

자신이 지닌 능력을 기부해서일까. 하늘도 도와줬다. 저수지는 5만㎡로, 25만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말라위 릴롱궤에서 가장 큰 저수지다. 이젠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4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첫 전시도 가졌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말라위 저수지의 기록을 알리는 전시였다. 사진 속에는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다. 물을 얻으러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의 웃음이 그의 사진에 담겨 있다. 먼지를 날리며 저수지 공사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공사가 마무리되고 물이 가득한 저수지도 사진에 담겼다. 김삼도라는 인물이 없었더라면 말라위 아이들은 어떤 물을 마시고 있을까.

저수지는 아직 이름을 달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그의 이름을 달아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사양했다. 그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뜻이 맞는 친구들이랑 말라위에 고아원을 설립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거기엔 미혼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래의 계획이지만 조만간 그의 작은 꿈은 차근차근 다가오고 있다. 아무도 그의 일이 불가능하리라 생각지 않는다. 이유는 있다. 그는 허허벌판에 저수지를 만든 ‘대지의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한편 그는 여러 예술가들과 함께 하석홍연구소에서 예술 창작활동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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