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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지오름을 지키는 행복한 발걸음
기고 저지오름을 지키는 행복한 발걸음
  • 미디어제주
  • 승인 2019.03.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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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지오름 1조 정규연
저지오름 1조 정규연
저지오름 1조 정규연

아침부터 콧노래가 절로난다. 오늘은 우리가 근무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처음 제주에 내려오고 2년이 지나도록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남편이 퇴직하고 서울살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위해 제주로 내려올 때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내려왔는데 아침이 되면 오늘은 무엇하며 하루를 보내야 하나?하는 생각이 날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웃도 없고 이야기할 친구들도 없고 주위에 보이는 것이라곤 풀과 나무, 구름, 새...

막연히 텃밭을 일궈보려 마당에 나가면 사진으로만 보았던 뱀, 지네, 이름 모를 많은 벌레들이 가득했고 미숙한 농사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TV에서 JDC 중장년 일자리 광고문구가 눈에 들어 왔고 현장에서 접수하고 면접보고 합격통지를 받을 때까지 기다림과 설레임으로 오랜만에 가슴도 뛰었다. 오름매니저가 되어 저지오름 1조와 부부가 함께 근무하면서 대화거리도 생기고 방문객들과의 소통도 날 행복하게 했다. 그렇게 보기 싫었던 풀들도 정겹게 보이며 어느것 하나도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았다.

가시덩굴이 산책로에 삐져나와 있으면 옆으로 돌려 빼주고, 산책로 팻말이 망가져 있으면 망치로 고쳐놓고, 난간로프를 테이프로 튼튼히 고정시키고 태풍에 손상된 외벽의 조각들을 모아서 복원시켜 놓고 뿌듯함을 가지기도 했다. 오름이 깨끗해져 가는 건 볼 때마다 기쁨이 커간다. 오름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가져간 큰 비닐은 갈 때마다 한 봉투씩 가득찬다. 휴지, 물병, 술병, 비닐류 등등 썩지 않는 쓰레기들...

깨끗한 오름 우리 후손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작은 바램을 가지고 오늘도 주어진 이 일에 감사하며 일을 나선다. 이 일들을 할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하며 계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되었음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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