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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평화재단 및 산하 기관, 웹접근성 법규 수년간 무시
국제평화재단 및 산하 기관, 웹접근성 법규 수년간 무시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3.04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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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평화재단 운영 실태 고발] <2> 웹접근성 및 관련 법규 무시

-한국어 지원하지 않는 제주국제연수센터 홈페이지
-웹접근성·장애인차별금지법 어긴 채 수년 째 운영
웹 개발 시 사용되는다양한 언어를 나타내는 이미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국제평화재단과 그 산하 기관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채 13년째 운영 중이라는 사실은 지난 기사를 통해 드러났다.

오늘은 같은 맥락에서 기관의 홈페이지 관련 문제를 지적해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제평화재단과 제주국제연수센터, 제주국제평화센터, 제주평화연구원 이들 기관의 홈페이지는 정부가 제정한 ‘웹접근성’ 관련 법규를 상당 부분 어기고 있다.

무슨 뜻일까? 지금부터 천천히 살펴보자.

 

문제1. 웹접근성 무시한 채 수년 간 홈페이지 운영..."그동안 문제 제기 없었나?"

웹접근성(Web Accessibility)이란 장애인, 고령자 등 누구나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보를 받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정보화기본법 32조’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이며, 이를 어길 시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혹은 3년 이하의 징역까지 처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국제평화재단 및 산하 기관들은 모두 웹접근성 관련 문제를 가지고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웹접근성 관련, 홈페이지 구축이 잘 된 사례를 하나 들겠다. 바로 제주특별자치도 공식 웹사이트다. (이래 이미지의 왼쪽 화면에 해당)

각 기관 홈페이지의 모바일 화면 모습. (좌)제주특별자치도, (우)제주국제연수센터. 제주도 홈페이지는 글자와 이미지가 화면에 맞춰 정렬되어 있다. 하지만 센터는 그렇지 못하다.

제주특별자치도 공식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깔끔하게 정돈된 메인 화면을 만난다. 홈페이지의 디자인이나 레이아웃(구성) 문제를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므로 관련 논의는 하지 않겠다.

제주도 홈페이지는 반응형 웹 디자인(esponsive web design, RWD)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접속하는 기기의 화면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콘텐츠가 정렬되는 기술이다. PC에서 인터넷 브라우저 창 크기를 달리했을 때, 창 크기에 맞춰 콘텐츠가 자동 정렬된다면, 이는 반응형 웹으로 개발된 홈페이지란 뜻이다.

모든 공공기관이 반드시 반응형 웹 디자인으로 개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웹 디자인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2010년 이후 PC보다 모바일로 인터넷에 접속, 정보를 확인하는 사용자가 많아지며 대다수의 공공기관 홈페이지 및 신규 사이트는 반응형 웹 디자인을 채용 중이다.

그렇다면 국제평화재단 및 산하 기관의 홈페이지는 어떨까?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기사에서는 그나마 가장 최근에 설립된 기관인 제주국제연수센터(이하 연수센터) 홈페이지 사례를 들겠다.

2010년 설립된 연수센터는 반응형이 아니다. 따라서 모바일로 접속하면 모바일 화면 크기에 따라서가 아닌, PC화면과 동등한 비율로 화면이 줄어든다. 그래서 모바일 화면에서 글자는 위 이미지처럼 깨알같이 작게 보이게 되는데,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 홈페이지 이용에 큰 지장을 준다.

 

문제2. 몽땅 영어, 한국어 미지원 홈페이지...”제주국제연수센터는 외국인 한정?”

현재 연수센터의 홈페이지의 모든 내용은 영어로 되어있다.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는다.

영어에 익숙지 않은 도민 혹은 학생들이 사이트를 이용하기엔 너무 불친절한 홈페이지다.

영어로 된 제주국제연수센터 홈페이지. 화면은 홈페이지 내 기구표 페이지를 갈무리한 부분이다.

연수센터 관계자는 28일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점을 공감하고 있다며 “보통 (홈페이지 접근) 대상이 아시아, 태평양계 공무원, NGO 등이 대상이기 때문에 (언어가) 다른 분도 이해해야 하니까 다 영어로 하고 있다. 다만, 도청에 보내는 보도자료 등은 한국어로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곧, 연수센터 홈페이지 이용 대상이 외국인으로 특정되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연수센터인데, 국민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한국어’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또 연수센터에서는 대학생, 도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 행사를 매년 진행 중이다. 워크숍에 참가하는 한국인들 중 상당수는 당연히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보를 찾으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라면,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다수의 한국인은 영어로 된 연수센터 홈페이지가 꽤나 당황스러울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연수센터 관계자는 “대안으로 구글 번역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면, 홈페이지의 영어가 한국어로 자동 번역된다는 말이다.

그렇다. ‘크롬’ 브라우저에서는 ‘구글 번역기’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실행하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전세계 언어를 한국어로 볼 수 있다. 편리한 세상이다.

하지만 연수센터 홈페이지에서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힘들다. 홈페이지의 콘텐츠 내용 중 상당수가 글자(Text)가 아니라, 그림(Image) 형식으로 첨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글 번역기는 글자를 불러들여 번역하는 서비스다. 따라서 그림 속에 있는 글자는 인식할 수가 없다.

기자는 이런 식으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나 싶어 전문 개발자에게 자문했다. 서울에서 15년 넘게 개발자로 근무했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이런 식으로 개발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라고.

그의 말에 의하면, 보통 개발자가 작업하기 번거로울 때. 속된 말로 퍼블리싱 혹은 코딩이 귀찮을 때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한단다. 글자(Text)를 넣는 방식으로 개발하면, 폰트(Font) 크기나 굵기, 색, 줄 간격 등을 일일이 설정해야 하는데, 그림은 그냥 이미지 한 장을 첨부해버리면 되니 간편하다는 의미다.

오사카국제평화재단의 홈페이지 갈무리. 화면 상단 우측에 일본어, 영어, 한국어, 중국어를 선택해 기관 정보 팜플렛을 다운로드 후 살펴볼 수 있다.

연수센터 관계자들이 전문 개발자는 아닐 터이니 이런 세세한 문제까진 몰랐을 수 있다. 보통 홈페이지 구축은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니까.

그렇지만 수년 동안 운영해 온 홈페이지의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지고, 모바일로 접속했을 땐 글씨가 거의 보이지 않는 지경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아무도 모를 수 있을까?

 

문제3. 재단 및 산하기관 홈페이지..."장애인차별금지법 무시"

문제는 또 있다. 정부는 웹접근성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일명 장차법)을 근거로, 모든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를 입력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도 제주도 홈페이지와 제주국제연수센터 홈페이지를 비교해보자.

(좌)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우)제주국제연수센터 홈페이지. 대체 텍스트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만들 때, 개발자는 웹 접근성 법규에 따라 모든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홈페이지의 관리자 모드에는 이미지 첨부와 함께 대체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자가 확인한 결과, 연수센터 홈페이지에 첨부된 이미지 대부분에는 대체 텍스트가 없다. 이는 국제평화센터와 산하 기관 홈페이지 모두가 그렇다. (대체 텍스트 확인 방법은 개발자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한데, 중요한 부분이 아니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기자가 모든 페이지를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기관 소개 및 조직도 등의 페이지에 대체 텍스트가 없다는 것은 장차법을 거의 무시한 홈페이지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 역시 전문 개발자가 아닌 이상, 알기 힘든 사실이긴 하다. 허나 기관에는 홈페이지에 새로운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홈페이지 담당자’가 존재한다. 그는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며, 몰랐다면 홈페이지 담당자로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과 같다.

<미디어제주>는 연수센터의 홈페이지 담당자와 통화를 원했으나, 책임자가 부재중이라 연결되지 못했다.

이번 기사에서 지적한 연수센터 외에도 웹접근성에 대해 무지한 제주도내 공공기관이 많은 것으로 안다. 국제평화재단 및 산하기관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운영 중인 홈페이지는 국민과 도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된다. 따라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홈페이지를 통한 기관 정보 습득에 권리를 가진다.

지난 번 기사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기관의 신속한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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