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전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억울한 옥살이’ 국가 보상 청구
70년전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억울한 옥살이’ 국가 보상 청구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2.2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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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청구 재판 ‘공소기각’ 4‧3생존수형인 18명 22일 형사보상청구
합계 53억여원 구금기간따라 적게는 8037만원부터 많게는 14억원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1948년과 1949년 제대로 된 절차도 없이 군법회의 심판에 회부돼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70년만인 올해 1월 재심 청구 재판에서 공소기각 선고를 받은 4‧3생존수형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했다.

4‧3생존수형인 중 한 명인 오영종(89) 할아버지가 제주지방법원 민원실에서 형사보상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4‧3생존수형인 중 한 명인 오영종(89) 할아버지가 제주지방법원 민원실에서 형사보상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김평국(89) 할머니를 비롯한 4‧3생존수형인 18명은 22일 제주지방법원에 당시 구금기간, 법원 출석일수 등을 근거로 산정한 금액을 요구하는 형사보상청구서를 제출했다. 재심 재판 이후 사망한 현창용(87) 할아버지의 경우 유족이 승계했다.

형사보상청구에 대해 우리 헌법 제28조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들이 청구한 금액은 구금기간에 따라 1인당 적게는 8037만여원부터 많게는 14억7427만여원이며 총 합계는 53억5748만여원이다.

임재성 변호사가 2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3생존수형인에 대한 형사보상청구를 설명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임재성 변호사가 2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3생존수형인에 대한 형사보상청구를 설명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이들의 재판을 맡은 임재성(39) 변호사는 “2019년 최저임금(시급)을 기준으로 한 하루 일당과 우리가 최대로 청구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구금 1일당 대략 33만6000여원으로 산정해 청구금액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8명 중 3명을 제외한 15명은 구금일과 출소일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구금일은 수형인명부상 선고일을, 출소일은 재심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을 기초로 설정했다”며 “법원이 이런 사정을 헤아려 원만히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이 청구한 금액은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 최대치로 심의를 맡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구금‧출소일 특정 어려워 선고일‧재심 재판 증언 토대로 기준 설정

“아름답게 필 기회 박탈 돈으로 해결되나…잘못 되풀이 않길 바라”

오는 4월 국가배상소송 제기‧추가적인 ‘재심 재판 청구’ 등도 예고

지난 1월 재심 재판에서 공소기각 결정을 받은 4‧3생존수형인 등이 2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자신들의 형사보상청구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 미디어제주
지난 1월 재심 재판에서 공소기각 결정을 받은 4‧3생존수형인 등이 2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자신들의 형사보상청구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 미디어제주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한 양근방(86) 할아버지는 이날 형사보상청구서 제출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70년간) 괴로웠던 시기를 보냈는데 무죄(공소기각 판결)가 됐고 이제 보상신청도 하게 됐다”며 “새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정기성(97) 할아버지를 대신해 참석한 아들 정경문(54)씨는 “아버지가 20대부터 40대까지 감옥살이를 했다”며 “국가의 잘못으로 인격이 묵살당하고 아름답게 필 수 있는 기회를 박탈 당했는데 이게 돈으로 해결이 되겠느냐”고 말을 이어갔다.

정씨는 “보상에 앞서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해준데 대해 감사하고 다시는 이러한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가 2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3생존수형인에 대한 형사보상청구와 향후 계획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가 2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3생존수형인에 대한 형사보상청구와 향후 계획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이들은 형사보상청구에 이어 지난 70년 동안의 세월에 대한 국가보상(손해배상) 청구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의 재심을 도운 제주4‧3도민연대 양동윤 대표는 “형사보상청구 결과가 2개월 정도면 결론이 난다고 하는데 이게 끝나면 오는 4월 국가배상소송을 곧바로 제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 대표는 “남아있는 4‧3생존수형인이 13명 정도 있는데 전국에 흩어져, 재판에 나설 수 있는 인원이 6~7명 정도”라며 “다른 지방에 있는 분들도 찾아다니며 지금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준비해서 명예회복과 국가의 적절한 조치가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추가적인 재심 재판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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