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12 (금)
‘운명의 14일’ 원희룡 지사·김경배씨‧양용창 조합장 ‘모두 웃었다’
‘운명의 14일’ 원희룡 지사·김경배씨‧양용창 조합장 ‘모두 웃었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2.14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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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벌금 80만원 ‘지사 직 유지’
김, 집행유예 2년 구속 면해
양, 항소심서 1심 뒤집고 무죄
같은 날 같은 법정 같은 재판부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같은 날 같은 법정 같은 재판부에게서 선고가 예정돼 귀추가 주목됐던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제주 제2공항 반대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 성폭력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킨 양용창 제주시농협조합장이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어냈다.

14일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이들 중 가장 먼저 재판을 받은 김경배(51)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가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가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미디어제주

김씨는 지난해 치러진 6.13지방선거를 앞둔 5월 14일 제주 제2공항 문제를 주제로 한 제주도지사선거 (예비)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당시 무소속 예비후보였던 원희룡 지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 자신을 만류하는 과정에서 원 지사의 수행원과 신체적 접촉을 통해 상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김씨의 재판을 맡은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선거자유방해 및 투표소 등에서 무기 휴대죄)에 대해서는 유죄를, 폭행치상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를 기소한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해 5월 25일과 6월 11일 두 차례에 걸쳐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검찰은 '직접적인 후보자 폭행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구속영장 기각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해 이날 재판부의 선고 시 법정구속까지도 예견됐다.

유죄는 인정 집행은 유예…“앞으로 2년 동안 행동 조심하시라”

김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다…제2공항 반대 투쟁 평화롭게”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형의 집행을 유예한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물리적인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며 "폭생치상은 여러 정황을 볼 때 무의식적 혹은 의도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집행유예인 점을 주지시키며 "앞으로 (집행유예 기간인) 2년 동안 행동에 조심하시라"고 당부했다.

김씨는 자신의 선고공판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판결이) 잘 나온 것 같다"며 "앞으로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투쟁을 평화롭게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14일 피감독자간음 혐의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무죄를 받은 양용창 제주시농협조합장이 선고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14일 피감독자간음 혐의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무죄를 받은 양용창 제주시농협조합장이 선고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하나로마트 입점 업체의 50대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피감독자간음)로 재판을 받은 양용창(67) 제주시농협 조합장도 항소심에서 1심 유죄를 깨고 무죄를 받았다.

양 조합장은 2013년 7월 25일 오후 제주시농협 하나로마트 입점 업체 관계자 J(54.여)씨와 연락해 자신의 과수원으로 데려가 '입점 입찰 공개'를 거론하며 간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6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8개월에 법정구속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17일 방어권 보장을 위해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했고, 양 조합장은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도내 여성단체와 농민단체 등으로부터 강한 반발과 함께 "사퇴하라"를 요구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양 조합장도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다시 법정구속될 상황이었다.

양 조합장의 항소심을 맡은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 1심 인정 피해자 진술 증명력 부정 판결 뒤집어

양 “경건하게 받아들인다…조합장 출마 주위 권유 좀 더 고민”

1심에서는 양 조합장의 '알리바이 주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상당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로 확인돼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부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알리바이를 주장할 경우 피고인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해당 일시에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지만 1심이나 검사가 지적하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쉽게 배척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에 있어서도 ▲범행일자 관련 진술 번복 ▲범행 당시 피고인이 입었던 복장에 관한 진술이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점 ▲범행 당한 이후 후방 센서가 부착된 차량을 이용해 현장에서 벗어났다는 취지의 진술이 '당시 피해자가 운전한 차량에는 후방 센서 등이 부착되지 않았다'는 변호인 주장과 대치되는 점 ▲자살 시도 경위에 대한 피해자 진술과 병원에서 작성한 의무기록사본 등의 기재가 일치하지 않은 점을 들어 "피고인의 유죄를 판단하기 위한 증명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 조합장은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 앞에서 기자들에게 "판결을 경건하게 받아들인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판결로 양 조합장이 다음달 13일 치러지는 조합장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양 조합장은 출마여부에 대해 "주위의 권유가 있다. 좀 더 고민하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4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 선고가 끝난 뒤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4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 선고가 끝난 뒤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지난해 치러진 6.13지방선거 당시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을 받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으며 '지사 직'을 유지하게 됐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에 의한 처벌 시 100만원 이상 벌금이 확정돼야 당선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원 지사를 기소한 검찰이 아직 항소 여부를 정하지 않았지만 항소하더라도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될지 미지수다.

원 지사는 6.13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5월 23일 서귀포시 모 웨딩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24일에는 제주관광대학교 축제 개막식에 참석해 공약 발표 및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기소됐다.

원 지사의 재판에서는 5월 23일과 24일 행사에서 한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와 해당 행위가 공직선거법에 의해 허용된 예비후보자의 지지호소 행위에 부합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 “죄책 가볍지 않지만 선거 결과 큰 영향없어 벌금 80만원”

원 “그동안 심려끼쳐 죄송 이번 판결로 도정에 전념 성원에 보답”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우선 원 지사가 발언한 시점이 선거일로부터 약 20일 밖에 남지 않았고 발언 내용도 청년, 보육, 교육 등 청중이 이해와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에 집중된데다 직.간접적으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진 점을 볼 때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예비후보자의 지지호소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사전선거운동을 엄격히 금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명함을 직접 나눠주는 행위에 준해 선거인에 대해 개별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로 해석해야 한다"며 "공개된 장소나 대중이 있는 곳에서의 연설을 통한 설명 또는 지지호소가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게다가 "해당 행위가 공정한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해 선거인의 올바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들을 엄격히 규제하는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단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일 뿐 다른 후보자를 비방하는 내용이 아닌데다 전체 선거인 수에 비춰볼 때 원 지사의 발언을 들은 청중의 수가 매우 소수여서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원 지사에 대해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했을 경우 항소하더라도 지사 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선고로 원 지사가 도정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도 이날 선고 뒤 제주지법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선거법 고발로 인해서 여러분들께 심려 끼쳐드리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제 법원의 판결로 도정에 전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도정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여러분들의 성원에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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