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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밋섬 사게 해달라고 읍소하고 다니는 도청”
“재밋섬 사게 해달라고 읍소하고 다니는 도청”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2.08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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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생각이 중요하다] <9>한짓골 아트플랫폼

제주도감사위원회로부터 ‘문제투성이’ 판정받아
다른 지역 도시재생과 달리 일부만을 위한 사업
위약금 때문에 강행했다가 ‘쪽박’찰 우려 가득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도시의 얼굴은 다르다. 사람의 얼굴이 저마다 다른 것과 같다. 도시는 어느 땅에 있느냐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사람도 지역별로 모습이 다르다. 아시아 사람이 다르고, 유럽 사람이 다르고, 아프리카 사람이 다르다. 도시나 사람이나 ‘같음’을 추구하기보다는 ‘다름’이 원형이다.

도시에 들어서는 건축물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도시마다 얼굴이 다르듯, 건축물도 그렇다. 그 도시에 맞는 건축물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도시다움을 만드는 일이다. 건축이 인간에 대한 찬가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시다움은 그 땅과, 그 땅 위에 살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사람이 살지 않던 곳은 대규모 택지개발이 들어가도 별다른 느낌이 없다. 새로운 게 만들어져서 그렇다. 그러지 않고 원래 사람이 살던 곳에서는 좀 다른 개발 행위를 받아들여야 한다. 요즘 자주 들을 수 있는 ‘도시재생’이 바로 그런 경우에 들어간다.

도시재생을 하려면 부딪히는 게 있다. 바로 건축물이다. 오래된 건축물이 주로 대상이다. 예전에야 모든 걸 없애왔으나 최근에 그런 도시재생을 하면 욕을 먹는다. 어떻게 하면 기존의 건축물을 살려서 조화를 이룰까에 관심을 기울인다. ‘대박’ 혹은 ‘쪽박’이 여기에 있다.

기존 건축물을 잘 살려서 도시재생을 이뤄낸, 그야말로 ‘대박’을 앞서 몇 차례 소개했다. 다시 한번 훑어보자.

경기도 부천시의 문화시설인 ‘부천아트벙커 B39’가 있다. 여기는 애물단지가 된 도심지의 소각장을 카페 겸 문화시설로 변신을 시켰다.

하루 평균 5000명 넘게 찾는다는 경남 창원시의 '지혜의바다도서관'. 도시재생의 대표적 모델이 되고 있다. 이렇게 '대박'을 이룬 이유는 특정 계층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제주
하루 평균 5000명 넘게 찾는다는 경남 창원시의 '지혜의바다도서관'. 도시재생의 대표적 모델이 되고 있다. 이렇게 '대박'을 이룬 이유는 특정 계층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제주

경남 창원시엔 ‘지혜의바다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통폐합한 학교의 체육시설을 그대로 활용했다. 하루평균 5000명 넘게 도서관을 찾는다고 하니, ‘대박’이라는 말에 딱 어울린다.

서울 은평구엔 이색적인 도서관마을이 있다. 사실 도서관인데 마을로 불린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이다. 여러 채의 빌라를 이어붙여 만든 도서관이다. 올망졸망한 공간을 지녀서인지, 도서관을 찾는 재미를 느낀다.

제주도로 와 보자. 지난해부터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한짓골 아트플랫폼’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제주시 원도심에 있는 재밋섬 건물을 사들여 아트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공연장이 부족해서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고, 제주예총과 민예총 등 예술단체를 입주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제주시 원도심으로 몰려들고, 결국엔 원도심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여기에 대해서 할 말은 많지만, 정말 가치 있는 도시재생이 되는지를 들여다보자.

한짓골 아트플랫폼은 100억원을 넘는 돈을 들이는 사업이다. 리모델링만도 수십억원이 든다. 이래저래 돈을 쓰다보면 200억원은 들여야 한다. 매입과정이 문제라는 건 다들 안다. 계약을 파기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계약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주도감사위원회도 그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도감사위원회는 계약금은 2원이며, 계약해지위약금이 20억원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매매계약 체결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이 외에도 문제점은 많다.

문제점이 많은 사업이라면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게 옳다. 하지만 제주도는 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이상한 계약서 때문에 겁을 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위약금이 무서워서 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자. 나중에 발생할 문제점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게다가 제주도청이 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을 강행하려고 도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읍소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니 더 가관이다.

비교 대상은 좀 다르겠지만 한짓골 아트플랫폼을 ‘부천아트벙커 B39’나 ‘지혜의바다도서관’, ‘구산동도서관마을’ 정도로 만들 자신이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트플랫폼은 거창하기만 했지 사람을 끌어들일 요소가 적은 콘텐츠이다. ‘대박’도 아닌, ‘쪽박’을 차야 할 콘텐츠이다. 왜냐하면 한짓골 아트플랫폼은 일부 계층만 겨냥한 사업이기에 그렇다. 일부를 위한 사업에 수백억원을 들이는 게 도시재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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