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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할 것인가”로 시작한 재심재판 청구 639일만 ‘마침표’
“가능할 것인가”로 시작한 재심재판 청구 639일만 ‘마침표’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1.17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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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9일 4.3생존수형인 18명 재심청구서 제출
2019년 1월 17일 공소기각 판결까지 1년 8개월여 걸려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4.3생존수형인에 대한 재심 재판은 2017년 4월 19일 김평국(89) 할머니를 비롯한 18명이 제주지방법원 재심청구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1948년과 1949년 영린 군법회의에서 구 국방경비법 등의 적용되며 수형생활을 한 이들이다.

하지만 당시 제대로된 공판조서, 예심조사, 판결문조차 없어 법원이 재심청구를 받아들일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2018년 9월 3일 '역사적인'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기 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재판이 이어졌다.

청구인 중 정기성(97) 할아버지를 제외한 17명의 심리가 2018년 6월 14일 마무리됐다.

정기성 할아버지는 애초 제4차 재심청구재판에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고령에다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 등이 제4차 재심청구재판을 한 지난 해 5월 28일 현우룡(94) 할아버지와 오영종(89) 할아버지의 '군사재판 집행지휘서'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14일 청구인에 대한 심리를 마무리하고 2개월여가 지난 9월 3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개시 결정까지 재판 5회‧결정 후 이틀간 피고인 심문

검찰 피고인 심문 통해 공소사실 특정하려 했으나 못 해

재판부는 재심 대상 판결의 존재를 이유로 재심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군법회의가 계엄령 등에 따라 재심청구인들에 대해 적용된 죄목에 관한 재판권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제주도에 군법회의가 설치 및 운영됐던 것이 사실로 판단되는 점 등을 들었다.

또 재심청구인들을 수형자 신분으로 수감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유권적인 결정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비롯해 재심청구인들에 대한 '사법기관의 판단'이 있었고 그에 따른 재심청구인들의 교도소 구금을 인정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공소사실의 특정과 그에 대한 입증은 검사가 해야 하고 법원으로서는 재심 개시의 요건이 충족된 이상 재심 개시 결정을 해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심을 청구한 4.3 생존 수형인들이 29일 재심 첫 공판에 앞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재심을 청구한 4.3 생존 수형인들이 2018년 10월 29일 재심 첫 공판에 앞서 제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이들에 대한 재심 첫 재판(공판)은 지난해 10월 29일 열렸다.

재판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신분은 재심청구인에서 '피고인'으로 전환됐고 첫 재판에 16명의 '피고인'이 출석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공소사실 특정에 난색을 표했다.

'피고인'들의 범행 일시와 방법, 장소 등을 구체화하지 못했고 70년이 지나 기록을 찾기 어려워 피고인 심문을 통해 공소사실을 특정하겠다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네 죄를 네가 자백하면 이를 토대로 공소사실을 특정하겠다"는 의미와 다름 없는 것이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특정을 위해 제출되는 자료가 앞으로 다른 재판에도 사용될 수 있고 피고인들에게 더 나은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검찰의 요구를 수용했다.

재판부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 받아들이지 않아

검찰 “눈물과 한숨 치유되길 기원” 공소기각 구형

제주지법 "피고인들 지난 세월 고생 많았다" 위로

피고인 심문은 지난해 11월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고 검찰은 12월 11일 공소장 변경을 하게 해달라는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공소장 변경은 원래의 공소사실을 전제로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하는 것인데, 원래의 공소사실도 복원이 안 된 상황에서 '변경'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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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생존수형인 등이 17일 결심 공판이 끝난 뒤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임재성 변호사가 설명하는 검찰 구형의 의미를 듣고 있다. ⓒ 미디어제주
4.3생존수형인 등이 2018년 12월 17일 결심 공판이 끝난 뒤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임재성 변호사가 설명하는 검찰 구형의 의미를 듣고 있다. ⓒ 미디어제주

검찰은 지난해 12월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결국 재판부에 '공소기각'을 선고해달라고 요청(구형)했다.

피고인들에대한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판 검사는 구형에 앞서 "이 자리를 빌어 여기 계신 모든 분들, 몸과 마음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평생을 눈물과 한숨으로 버텨낸 모든 분들의 아픔이 치유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재심재판을 맡은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공소기각' 의견을 토대로 17일 피고인 18명 모두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심청구서가 법원에 제출된 지 639일째 되는 날이다.

재판부는 '공소기각' 선고를 하며 "피고인들이 지난 세월 고생이 많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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