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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비 34억원 쏟아붓는다고 ‘명품 오름’이 되나?
시설비 34억원 쏟아붓는다고 ‘명품 오름’이 되나?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9.01.17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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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저지오름 조성사업’ 진단] ① 제주시의 황당한 예산 배정
공모 절차도 없이 저지오름 한 곳에 시설비 34억 투입 ‘논란’
제주시 한경면이 ‘명품 저지오름 조성 사업’을 추진중인 저지오름 탐방로의 모습. 이미 시설물 설치를 위해 탐방로 주변에 대한 정비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 미디어제주
제주시 한경면이 ‘명품 저지오름 조성 사업’을 추진중인 저지오름 탐방로의 모습. 이미 시설물 설치를 위해 탐방로 주변에 대한 정비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도내 360여개 오름 중 한 곳에 시설비 34억원을 쏟아붓는 황당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시 한경면이 추진중인 ‘명품 저지오름 조성사업’에 대한 얘기다. <미디어제주>가 한경면을 통해 직접 확인한 결과 이 사업은 지난 2017년 실시설계까지 받아놓고 지난해 본예산에 34억원이 편성됐으나 집행되지 못하고 명시이월됐다.

한경면은 올해 이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과 주민 의견을 수렴, ‘명품 오름’을 조성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안서를 받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우선 34억원이라는 혈세를 투입하는 이 사업을 제주도 관련 부서에서조차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고철주 도 환경정책과장은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도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이미 예산에 반영돼 있다면 제주시가 한경면에 재배정한 사업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시 예산 담당부서 관계자는 제주시가 재배정한 예산 아니냐는 질문에 “예산 재배정은 아니고 한경면에서 요청한 사업”이라면서도 공모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사업 내용을 보면 탐방로 기반 조성사업 8억7100만원, 재선충작업로 정비사업 6억3300만원, 생태분화구 사업 2억5800만원, 해송분재형 가지치기 작업에 16억3800만원 등이 산출 내역으로 잡혀 있다.

세부사업설명서에 적힌 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부분을 보면 ‘저지오름은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오름으로 지정돼 있는 바, 우리나라 최초로 해송분재형 오름으로 조성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도록 하고 제주도의 자연 사랑의 표상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돼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7년 3월부터 6개월간 ‘명품 저지오름 조성사업 용역’이 실시됐지만, 제주시 자체 감사 결과 관련 전문가 의견 등을 듣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 지난해 예산이 집행되지 못하고 일시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 한경면이 ‘명품 저지오름 조성 사업’을 추진중인 저지오름 탐방로의 모습. 이미 시설물 설치를 위해 탐방로 주변에 대한 정비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 미디어제주
제주시 한경면이 ‘명품 저지오름 조성 사업’을 추진중인 저지오름 탐방로의 모습. 이미 시설물 설치를 위해 탐방로 주변에 대한 정비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 미디어제주

한경면 관계자는 지난 16일 <미디어제주>와 만난 자리에서 “전문가 자문을 받은 결과 오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 외에도 많은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자체적으로 받은 제안서 내용을 토대로 전문가들과 주민 의견을 수렴, 사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내 수많은 오름 중 한 곳에 34억원이라는 막대한 시설비가 투입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저지 곶자왈과 저지오름을 생태관광지역으로 신규 지정하면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자연환경이 우수하고 지역 협의체를 중심으로 한 지역 주민들의 추진 의지가 높다”면서 “생태관광프로그램 개발과 주민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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